‘사회적 논의기구를 통한 논의 뒤 표결 처리’에 여·야가 합의한 것과 관련해, 언론관련법 저지를 위해 총파업에 돌입했던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이 오는 4일 새벽 6시를 기해 총파업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언론노조는 2일 오후 5시 비상대책회의를 통해 “제작거부 등 총파업에 돌입한 모든 본부, 지부, 분회는 4일 새벽 6시부로 총파업 투쟁을 일시 중단하고 다시 현업으로 복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언론노조가 2일 오후 1시30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옆에서 언론노조 총파업 대회를 열고 있다. ⓒ송선영
언론노조는 그러나 ‘100일간 논의한 뒤 표결처리한다’는 여야 합의에 대해 “원천 무효”를 선언하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언론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어 “한나라당은 오판하지 말아야 한다. 언론노조의 최종 투쟁 목표는 여야 합의처리가 아닌 언론악법 폐기”라며 “오늘 합의로 한나라당은 앞으로 백일의 시간만 보내면 6월 국회에서 표결처리를 강행할 명분을 얻었다. 언론노조는 오늘 합의를 거부하고 언론악법을 폐기할 때까지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 권철 사무처장은 “국민적 합의를 이끌 의지가 없는 한나라당은 다만 100일이라는 기간만 연장했을 뿐”이라며 “100일 뒤 지금과 똑같이 수적 우위로 밀어붙여 표결처리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사회적 논의기구를 통해 제대로 논의를 하려면 기한을 설정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100일이라는 기간을 한정해 놓고 논의를 한다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사회적 논의기구가 어떻게 구성되고, 논의기구의 영향력 정도가 오는 6월 언론노조의 투쟁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언론노조는 총파업을 잠정 중단하지만 오는 4월과 5월 중에 언론관련법 반대 의지를 분명히하기 위해 대규모 집중 집회 등을 여는가 하면 문화제 등을 통해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언론관련법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홍보한다는 계획이다.

언론노조의 총파업 잠정 중단에 따라 언론노조 산하 지본부들도 제작거부를 중단하는 등 현업에 복귀 방침을 밝히고 있다.

다음은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성명 전문이다.

처리시한 못박은 언론악법 여야 합의는 무효이다
- 민주당은 100일 뒤 있을 한나라당의 날치기 처리 명분을 만들어줬다 -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언론장악을 기도하는 언론 관련법을 100일간 논의한 뒤 표결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 이하 언론노조)은 여야의 오늘 합의를 국민적 여망을 저버린 협상으로 규정하고 여야 합의가 무효임을 선언한다. 한나라당은 특히 1. 6 합의내용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며 다수의 힘으로 언론악법을 날치기 처리하려는 야욕을 꺾지 않았다. 결국 2월 임시국회에서 한나라당이 김형오 국회의장을 협박하면서 김의장 역시 초기 천명했던 소신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채 날치기 처리만 겨우 모면한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

언론노조는 처리시한을 못박은 오늘 여야 합의는 날치기 시기만 백일 뒤로 잠시 미뤄놓은 미봉책이란 점을 다시한번 분명히 밝힌다. 민주당 역시 국민적 지지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채 한나라당의 직권 상정 압박 앞에서 해서는 안될 후퇴를 하고 말았다. 국민들은 민주당이 언론악법 날치기 상정을 온몸으로 막고 이후 언론악법이 날치기로 통과됐을 때에는 국민적 저항 운동을 벌여 날치기 법을 무효화하는 투쟁을 전개하길 원했다. 초기에 민주당은 언론악법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며 결사항전의 태세를 보였지만 어처구니없게도 막판에 잘못된 선택을 하고 말았다. 언론노조는 사회적 합의기구가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단 100일 동안 심도깊은 논의를 진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사회적 합의기구가 이처럼 처리시한을 못박은 채 논의를 진행한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다. 따라서 언론노조는 오늘 합의가 언론악법 폐기 투쟁을 전개하는 언론노조의 향후 투쟁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임을 다시 한번 천명한다.

한나라당은 오판하지 말아야 한다. 언론노조의 최종 투쟁 목표는 여야 합의처리가 아닌 언론악법 폐기이다. 여야가 합의했다하더라도 조중동 방송, 재벌 방송 탄생, 지역언론 말살, 언론공공성 후퇴, 여론 다양성 약화 등 언론악법의 본질을 제거하지 않는 한 그 어떤 합의도 인정할 수 없다. 오늘 합의로 한나라당은 앞으로 백일의 시간만 보내면 6월 국회에서 표결처리를 강행할 명분을 얻었다. 시한에 쫓기는 사회적 합의기구가 100일을 보낸 뒤 닥칠 재앙을 떠올리면 끔찍하다. 언론노조는 오늘 합의를 거부하고 언론악법을 폐기할 때까지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2009년 3월 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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