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미래전략수석비서관의 교체를 두고 뒷말이 나온다. SK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문제를 두고 조신 전 수석이 지상파와 갈등을 일으켰고, 이번 문제에 가장 강력하게 반대해온 SBS 출신 김성우 홍보수석과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중앙일보는 2일 “미래수석 교체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허가를 둘러싸고 SK 출신인 조 수석과 방송사 간 갈등도 원인이라는 얘기가 있다”는 새누리당 관계자 말을 인용보도했다.

▲중앙일보 2016년 6월 9일자 2면 기사

새로 미래전략수석이 된 현대원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지난해 3월부터 지금까지 KT의 사외이사를 지냈고, 인수합병 문제에 반대 입장을 펴왔다. 현대원 수석은 지난 3월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이번 인수합병이 방송의 공익성, 다양성, 지역성을 훼손한다며 “만약 합병 승인을 해 주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면 저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1인 시위를 해서라도 이 일을 막는 데에 앞장설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현 수석은 5월 조선일보에 “무엇보다 이번 SKT 인수·합병으로 통신 재벌의 이익 구조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는 것은 확실하다”고 주장하는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일부 언론은 미래전략 수석 교체와 SK-CJ헬로비전 인수합병 문제를 연결해 보고 있다. 동아일보의 기사 제목은 아예 <“SKT-CJ헬로비전 합병에 靑미래수석 변수”>다. 동아일보는 현대원 수석이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했던 발언을 자세히 소개하고, 이동통신업계의 반응을 전했다. 한겨레는 CJ헬로비전 경남방송의 허위 세금계산서에 관한 경찰 수사, 19대 국회에서 폐기된 통합방송법안이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재의결된 것과 함께 미래전략수석 교체를 인수합병 ‘3중 악재’로 꼽았다.

한국경제신문은 <KT사외이사 출신 미래수석에 SKT-CJ헬로 합병 영향 ‘촉각’>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SK텔레콤은 갑작스런 청와대 인사에 긴장하는 분위기”라며 “이번 M&A 인가의 첫 관문인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작년 12월1일 들어간 이후 6개월 넘게 진행 중인 가운데 경쟁사 사외이사 출신 인사가 미래전략수석에 임명된 것 자체가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언론 입장에서 이 같은 분석을 내놓을 근거는 충분해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의 교체 배경에 SBS와 김성우 홍보수석이 있다는 것이 사실일 경우다. 그리고 일부 언론의 전망대로 현대원 수석이 현재 진행 중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와 이후 진행될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사에 영향을 미칠 경우다. 전자는 청와대와 지상파방송사의 유착관계를 드러내고, 후자는 청와대 수석이 정부부처에 월권을 행사한다는 이야기다. 합리적인 추론이지만, 사실일 경우 모두 심각한 문제다.

▲SBS의 기업이미지

업계에서는 SBS가 플랫폼 거대화와 CJ E&M을 견제하는 것은 물론 자신이 제4이동통신에 진출하기 위해 이번 인수합병을 결사반대한다는 뜬소문도 돈다. 또한 SBS와 KT가 인수합병 문제를 정리하기 위해 수석 교체를 주도했다는 이야기마저 나돌고 있다. 이런 여론전과 로비가 난무한 상황에서 청와대와 참모들이 이 문제에 개입한다면 심사의 원칙에도 맞지 않고 편향성 시비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미 엉킬대로 엉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뒷맛이 개운치 않을 상황인데 심사를 둘러싼 외부환경은 더 복잡해졌다.

다시 기본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정부부처가 청와대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일정대로 일을 진행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법대로 해야 한다. 공정위가 심사를 오래 끌고 있는 것을 두고 뒷말이 많지만 공정위가 내놔야 할 것은 이번 인수합병으로 SK의 이동통신 시장 지배력이 방송에 얼만큼 전이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다. 그리고 미래부와 방통위는 이미 제시한 심사기준과 심사주안점안을 바탕으로 심사를 진행해야 한다. 미래부와 방통위가 염두할 것은 SBS와 김성우·현대원 수석이 아니다. 정부는 정부대로 심사하면 된다.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T타워 앞 가로수 보호대 (사진=미디어스)

다만 이번 인수합병 심사는 정부의 중장기 방송통신 정책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심사숙고해야 한다. 정부는 지금까지 방송통신시장의 융합을 유도하면서 이 시장을 독과점으로 만들어줬다. 그렇다면 이제 정부가 할 일은 방송통신 융합 시대의 독과점 사업자에 적절한 새로운 공적 책무를 부여하는 것이다. 정부는 SK에 새로운 공공성, 강화된 지역성, 상식 선의 노동권에 관한 조건을 제시하면 된다. 인수합병을 포기할지 말지는 SK가 결정하면 될 일이다. 그래야 이 같은 조건을 다른 사업자에도 적용할 수 있다. 지금 정부는 SK에 줄 공공성 종합선물세트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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