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의 첫 안타는 켄자스시티의 벤추라를 무너트렸다. 칠 수 없는 공을 안타로 만들어낸 김현수의 타격 기술은 벤추라를 흔들었고, 1회부터 대량 실점을 하는 이유가 되었다. 오늘 경기에서 김현수는 5타수 2안타에 그쳤지만, 초반 흐름을 틀고 대승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중요했다.

김현수 진기명기 안타 생산능력, 여유를 찾은 타격기계 아직은 기름칠이 필요

볼티모어가 켄자스시티를 초반부터 두들기며 9-1 대승을 이끌었다. 켄자스시티 선발이 벤추라라는 점에서 대승까지 생각을 할 수는 없었다. 사실 오늘 벤추라의 공이 나쁘지도 않았다. 뱀처럼 휘는 듯한 공은 강력하게 다가왔다. 문제는 1회였다.

존스에게 안타를 내준 벤추라는 담담했다. 문제는 김현수의 안타였다. 1S 상황에서 벤추라가 던진 공은 자연스럽게 휘며 바깥쪽 가장 낮은 코스로 들어갔다. 이 공은 알고도 치기 어려울 정도로 멀고 낮았지만 김현수에게는 큰 문제가 없었다.

타격 자세가 무너진 상황에서도 공을 맞춰 3루수와 3루 베이스 사이를 뚫는 안타를 만들어냈다. 이 공이 안타로 이어질 것이라고는 투수도 몰랐고, 구장에 있던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공이 안타가 되며 벤추라가 급격하게 흔들렸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김현수 [AP=연합뉴스 자료사진]

1번 존스의 타구도 완벽한 안타성 타구였지만 유격수 에스코바가 환상적인 수비를 보여주며 아슬아슬하게 세이프가 된 상황이었다. 존스가 발이 조금만 느렸어도 아웃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만들어진 안타. 그리고 뒤에 이어진 결코 쳐내기도 어렵고 이를 안타로 만들기도 힘든 코스를 안타로 만들어낸 김현수로 인해 볼티모어는 기회를 잡았다.

마차도가 적시타를 치며 볼티모어는 손쉽게 선취점을 얻었다. 좌완 김현수에게는 너무 멀리 빠지는 바깥쪽 낮은 볼이었지만, 마차도에게 몸 쪽 꽉찬 낮은 공을 던진 벤추라로서는 예상하지 못한 안타였을 것이다.

김현수가 정말 야구를 잘한다는 생각이 든 것은 바로 주루다. 타격기계라는 말처럼 안타를 만들어내는 것도 대단했지만, 마차도의 좌익수 앞 안타에 1루 주자가 3루까지 진루하는 것은 실수가 아니면 어렵다. 좌익수 앞 안타에 존스가 홈으로 들어서고, 이 상황에서 3루수 커스버트가 중계 플레이를 하기 위해 조금 나가있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질주해 3루에 안착하는 모습은 대단했다.

벤추라로서는 3타자 연속 안타도 당황스러운데 김현수의 뛰어난 주루 플레이까지 이어지며 흔들릴 수밖에는 없었다. 김현수의 안타와 주루 플레이로 마운드를 흔들고 팀 타선이 연이어 폭발하며 1회에만 4득점을 한 볼티모어는 완벽하게 벤추라를 공략했다.

중견수 케인의 말도 안 되는 환상적인 플레이가 나오지 않았다면 1회도 막아내지 못하고 벤추라는 마운드를 내려와야만 했을 것이다. 알바레즈의 홈런성 타구를 펜스 앞에서 점프해서 넘어가는 공은 건져내는 수비는 메이저리그에서나 볼 수 있는 최고의 장면이었다.

김현수는 두 번째 타석에서도 놀라운 타격 능력을 보여주었다. 벤추라가 홈런을 맞으며 추가 실점을 하기는 했지만 공 자체가 나쁘지는 않았다. 좌타자 몸 쪽으로 들어오는 두 개의 공은 모두 스트라이크가 되었고 친다고 해도 안타로 만들기도 어려운 공들이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 김현수. [AP=연합뉴스 자료사진]

투 스트라이크 상황에서 가운데 낮게 떨어지는 브레이킹 볼을 무리 없이 툭 맞춰서 안타를 만들어내는 모습은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유인구로 삼진을 만들겠다는 노림수가 있는 공이었지만 그 정도 변화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음을 김현수는 잘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오늘 경기의 분수령은 5회 벤추라와 마차도의 벤치클리어링이었다. 계속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두 선수는 폭발하고 말았다. 마차도 타석에 벤추라는 바로 몸 쪽 강한 공으로 몸에 맞췄고, 악의적이라고 확신한 마차도는 마운드로 뛰어갔다. 벤추라 역시 충분히 대비했다는 듯 글러브와 모자까지 벗고 마차도를 기다리며 양 팀의 벤치클리어링은 시작되었다.

두 선수 모두 퇴장을 당한 상황에서 왕첸밍이 마운드에 올랐지만 트럼보가 투런 홈런을 때리고 데이비스까지 백투백으로 흔들며 경기는 완전히 볼티모어로 넘어갔다. 벤치클리어링 이후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볼티모어가 득점을 하지 못하고 물러났다면 경기의 흐름은 어떻게 되었을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볼티모어의 핵심인 트럼보와 데이비스가 백투백 홈런을 치며 경기를 완전히 지배해버렸다.

김현수는 후반 두 개의 큰 타구를 날리기도 했다. 8회 주자를 앞에 둔 상황에서 우측 폴대를 살짝 빗겨가는 큰 타구는 아쉬웠다. 펜스 근처에서 살짝 휘며 파울이 되었으니 말이다. 이후 밀어 쳐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나기는 했지만 김현수의 타격 능력은 놀라울 정도였다.

볼티모어 홈에서 시즌 초반 김현수가 나오면 야유를 보내는 경우들이 많았다. 구단이 그렇게 분위기를 만들었고, 팬들도 화답한 결과였다. 그 지독한 시간을 이겨내며 김현수는 자신의 능력으로 왜 메이저리그에서 뛰어야 하는 선수인지를 증명했다.

오늘 경기장에는 커다란 김현수 얼굴로 만들어진 응원도구까지 등장했다. 야유를 보내던 팬들이 응원을 시작했고, 이제는 그를 응원하기 위한 다양한 도구까지 등장했다는 사실은 김현수의 현지의 위상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김현수는 볼티모어 구단이 절실하게 원했던 출루 머신임을 증명했다. 중심 타자들이 모두 언제든 홈런을 쳐낼 수 있는 파워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앞선 주자들이 얼마나 나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리고 하위 타선에서 2번으로 자리를 굳힌 김현수는 그 일을 해내고 있다. 지금처럼만 최선을 다한다면 김현수의 성공시대는 가장 극적인 모습으로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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