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국회의장의 한나라당 미디어관련법 직권상정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가 2일 오전 11시부터 전면 제작거부에 돌입, 한나라당 미디어관련법 저지를 위한 총파업 대열에 동참했다.

2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목동 SBS본사 1층 로비에서 열린 비상 총회에는 300여명의 조합원들이 참석해 “SBS 총단결로 한나라당 박살내자” “언론악법 저지해서 공정방송 쟁취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가 2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목동 SBS본사 1층 로비에서 개최한 배상총회에는 300여명의 조합원이 참석했다. ⓒ곽상아
SBS 하금열 사장은 2일 오전 사내 공지를 통해 “노조의 지나친 행동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분전하고 있는 우리의 노력을 순식간에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며 “총회 형태를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정치적 성격의 집회로 변질되거나, 일과시간 중 외부 집회에 참석하기 위한 방편으로 악용할 경우엔 사실상의 제작거부로 간주돼 보호받기 어렵다. 이는 회사는 물론 본인에게도 불이익이 초래되는 사태로 비화될 수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경고했다.

▲ SBS 김일중 아나운서 ⓒ곽상아
총회에서 심석태 SBS본부장은 “사측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조합원들이 모인 것은 우리 노조의 저력을 보여준다. 파업이란 노동자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최후의 무기다. 방송이란 손쉽게 일손을 놓을 수가 없는데, 이렇게 제작거부에 들어가는 것은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이라며 “방송을 중단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이번 싸움을 진행하겠다. 끝까지 싸워 김형오 의장이 직권상정을 하지 못하도록 우리의 의지를 확실히 표현하자”고 주장했다.

심 본부장은 “KBS 동지도 이 자리에 나오셨는데, 지금 KBS노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시민사회에서 수신료거부운동까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 남의 일 같지 않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SBS가 집회에 나가면 ‘족벌 언론이 되려고 하느냐’ ‘지배주주의 지분을 10% 이하로 낮춰라’ 등 마치 민영방송이 세상 모든 악의 근원인 것처럼 비판을 받았었다”며 “공정한 방송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시간문제다. 지금 우리는 민주주의의 절차적 정당성이 얼마나 훼손되고 있는지 목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 KBS 취재진 ⓒ곽상아
양만희 공정방송위원장은 “최근 SBS 미디어넷이 핵심 방송 콘텐츠인 LPGA 방송권을 중앙방송, 즉 J-골프에 빼앗겼다. 중앙방송은 지난해 극심한 재정난에 시달렸는데 700만 달러 이상, 1천만 달러 가까운 돈이 어디서 나왔겠느냐”며 “이는 대기업 재벌이 마음만 먹으면 SBS의 방송 경쟁력 정도는 손쉽게 위협할 수 있고 SBS는 심대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명한 징표”라고 지적했다.

▲ 자유발언을 하고 있는 손정현 SBS PD ⓒ곽상아
자유발언에서 조합원들은 회사의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드라마 조강지처클럽의 감독을 맡았던 손정현 PD는 “다들 느끼는 바가 똑같은 것 같다.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우리 사회에서 자꾸 일어나니 화도 나고 그런 상황이다. YTN 투쟁을 보면서 외롭겠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SBS에도 압박이 오는 것 같다”며 “집행부가 외롭지 않도록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돕겠다”고 말했다.

보도국 정유미 기자는 “느끼는 게 다 똑같다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징계 등 회사에서 어떤 압력을 넣더라도 노조 선배들을 믿고 따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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