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MBC본부의 설문조사를 인용 보도하면서 ‘MBC구성원들의 의견’이라고 보도한 것은 허위사실을 유포한 걸로 봐야 할까? 이에 대해 MBC 사측이 소송을 제기했으나 결국 패소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부장판사 이우철)는 8일 MBC가 미디어오늘과 PD저널, 한겨레를 상대로 제기한 정정보도 등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에서 “원고(MBC)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MBC 신사옥. ⓒ언론노조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조능희)는 조합원(1691명)들을 대상으로 자사 보도와 관련한 ‘공정성’ 등의 문제와 관련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MBC 뉴스는 불공정하다”는 응답이 89.8%로 높게 나타났다. 미디어오늘과 PD저널, 한겨레는 해당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했다가 MBC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MBC는 “MBC본부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인용하면서 이를 분명히 명시하지 않고 ‘전체 구성원’의 의시인 것처럼 ‘허위사실’을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기사들로 인해 자사의 명예가 실추되고 인격권이 침해됐다면서 정정보도와 함께 5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금을 요구한 것이다.

MBC의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소송 청구는 애초부터 무리수라는 비판이 많았다. 해당 매체들 모두 ‘MBC본부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라는 점을 적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MBC의 요청에 의해 제목 등에서 ‘조합원’으로 명시하는 등 기사 수정 과정을 거친 매체도 있었다.

미디어오늘과 PD저널, 한겨레의 공동변호를 맡았던 김세희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MBC에서는 MBC본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라 전체 구성원들의 의견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세희 변호사는 “하지만 해당 매체들의 기사에는 ‘MBC본부 조합원 대상 설문조사’라는 점이 적시돼 있는 등 사실을 사실대로 보도했다”며 “또, MBC본부 조합원들을 ‘구성원’으로 적시해 보도하는 것은 통상적인 보도방식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MBC본부 소속은 MBC구성원이 아닌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MBC가 정정보도할 만한 사실이 아닌데 딴죽을 건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김세희 변호사는 “MBC는 소송승패보다는 중소 언론사 및 매체비평지들이 자사와 관련한 기사를 소극적으로 쓰거나 그런 효과를 노린 것으로 우려할 수밖에 없다”면서 “한겨레와 PD저널은 MBC의 요청을 받아들여 기사를 수정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송을 제기했고 취하하지도 않았다. 정정보도가 진짜 목적이었다면 그럴 수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MBC가 '전략적 봉쇄' 를 위해 소송을 건 성격이 짙다는 얘기다.

소송을 당한 해당 매체들의 보도는 다음과 같다.

미디어오늘, <“MBC 친정부 보도, 이명박 때보다 심해졌다”>(▷링크)
PD저널, <MBC 노조원 90% “뉴스 공정하지 않다”>(▷링크)
한겨레, <MBC 노조원 10명 중 9명 “MBC뉴스 불공정”>(▷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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