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서울 한강대교에 올라 원청 기업에 해고자 문제 해결을 촉구한 티브로드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8시간 만에 고공시위를 끝냈다. 티브로드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인 김종이(37, 전주기술센터 해고자)씨와 곽영민(45, 노조 교육생활부장)씨는 이날 오전 9시 반께 한강대교 철탑에 올라 “원청인 태광 티브로드가 해고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시위를 벌였고, 노동조합과 정의당 추혜선 의원의 설득 끝에 오후 5시 40분께 철탑에서 내려왔다. 아직 티브로드(대표이사 김재필)는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앞서 티브로드 한빛북부기술센터 소속 노동자 28명과 전주기술센터 소속 노동자 23명 등 총 51명의 노동자는 올해 2~3월 업체 변경 과정에서 계약만료로 해고됐다. 티브로드 원‧하청과 협력업체 노동조합인 희망연대노동조합은 지난 2013년 업체 변경시 고용승계를 원칙으로 하는 상생협약을 맺었으나 매년 계약만료로 인한 대규모 해고 사태가 발생했고, 올해 역시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직접고용이 근본적 대책이나 티브로드를 포함한 방송통신업계의 대기업들은 다단계하도급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7일 오후 5시께 서울 한강대교 고공시위 현장 (사진=미디어스)

두 사람이 고공시위를 벌인 이유도 ‘원청에 책임을 묻기 위해서’다. 이들은 경찰조사를 받기 위해 이동하기 직전 고공시위를 벌인 이유를 밝혔다. 김종이씨는 “총선 전 지역구 의원들이 ‘신경쓰고 있다’고 했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우리는 계속 싸웠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래서 (철탑에) 올라갔다”고 말했다. 곽영민씨는 “철탑에 오르는 것은 무섭지 않다”며 “해고자들의 현장 복직을 위해서라면 더한 것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철탑에서 내려온 직후 간단한 건강진단을 받고 소회를 밝힌 뒤 용산경찰서로 옮겨졌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두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 소방서 크레인을 타고 철탑에 올라가기 직전 “케이블 업계 비정규직이 광고탑과 철탑에 올라간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티브로드에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을 것을 촉구했다. 추 의원은 크레인에서 내려온 이후 “원청인 태광 티브로드가 하루 빨리 나서서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며 “정의당 차원에서 사장 면담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 케이블 업계의 기형적이고 반인권적인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해법을 국회 차원에서 반드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노동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크레인을 타고 올라갔다 (사진=미디어스)
▲티브로드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한강대교 고공시위 현장 (사진=미디어스)

티브로드는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티브로드 홍보팀 관계자는 “채용은 업체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문제다. 우리에게 법적 권한은 없다. (해고자 복직을) 강제하면 불법행위가 된다”고 “그렇지만 고객서비스와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생활 안정에 있어서 우리가 아무 것도 안 한 것은 아니다. 협력사들에게 협조 공문을 보내면서 수차례 권고를 해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