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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에드거 앨런 포’, 장면과 장면의 이음새가 아쉬워[블로그와] 박정환의 유레카
박정환 | 승인 2016.06.07 11:35

누군가의 일대기를 무대에서 표현한다는 것, 그 가운데서도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누군가의 일생을 무대화한다는 것은 평온하게 일생을 마친 개인의 죽음보다도 카타르시스를 안겨 줄 확률이 높아지게 마련이다. 한국 뮤지컬계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신작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는 비극으로 생을 마감한 미국의 문인 에드거 앨런 포의 생애를 무대화하는 작품이다.

화가 반 고흐의 생애는 비참했지만 불세출의 걸작이 될 명화를 남긴 것처럼, 에드거 앨런 포 역시 비참한 생을 살았지만 그의 작품은 후대에 계속되어 회자되고 칭송받는다는 아이러니를 갖는다. 작가 또는 화가의 비극적인 생애가 작품의 밑거름이 되어 후대에 칭송 받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정작 작가 본인의 삶은 가난 또는 알코올 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질곡어린 삶의 세파에 시달린 걸 보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 에드거 앨런 포 역 김동완 Ⓒ쇼미디어그룹

삶의 비극이 명작을 만들 수 있는 단초 또는 원천이 된다는 아이러니 말이다. <황태자 루돌프>의 시작이, 연인과 더불어 유명을 달리한 루돌프의 침대를 보여주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처럼 <에드거 앨런 포> 역시 그리스월드가 포의 죽음을 알리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포의 비극성을 상징화하는 시작이자 동시에 그가 순탄하지 못한 삶을 산 예술가라는 걸 전조로 보여주는 첫 장면이다.

악역이 빠진 드라마를 찾기 어려운 것은 ‘대비효과’, 착한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극의 갈등을 이끌어내는 캐릭터로 악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이 뮤지컬은 포의 비극성을 극대화로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그리스월드라는 캐릭터를 악인으로 상정한다. 겉으로는 포를 돕는 척하지만 뒤에서는 포의 뒤통수를 치는 비열한 악인이 그리스월드다.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 그리스월드 역 윤형렬 Ⓒ쇼미디어그룹

그리스월드의 비열함을 이끌어낸 동인은 포의 ‘하마르티아’, 그리스월드의 ‘질투’ 두 요소가 동시에 작용한다. 그리스월드를 비평함에 있어 포가 겸손하지 못하고 자신감을 지나치게 표출하는 하마르티아(성격적인 결함), 그리스월드의 신작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그리스월드의 작품보다 포의 신작 ‘갈가마귀’가 호평 받은 것에 대해 그리스월드가 질투심을 가진 것, 이 두 가지 요소가 동시에 그리스월드가 포에 대한 반감을 넘어 해코지를 하는 동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관객이 좋아할 만한 비극성을 갖췄음에도 <에드거 앨런 포>는 잘 빠진 작품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뚝뚝 끊기는 듯한 장면과 장면의 이음새가 이 뮤지컬을 갉아먹고 있다. 포가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난 다음에는 지독한 상실감을 겪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뮤지컬은 포가 언제 배우자와 사별했느냐는 식으로 첫사랑인 엘마이라와 금세 사랑에 빠지고 만다. ‘금사빠’가 아닌 이상 이런 급작스러운 방식의 장면 전환은 포가 아내를 잃은 상실감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어렵게 만든다.

1막에서 포는 결혼하기 전에 배우자와의 행복한 결혼을 위해 금주를 결심한다. 하지만 포는 결혼식에서 선물로 받은 술을 들이키고는 다시 예전의 술고래 생활로 접어드는데, 그리스월드의 악마적인 계략에 빠진 포의 비극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라고는 하나 뮤지컬은 너무나 갑작스럽게 포를 알코올 중독자로 만들어버리고야 만다. 원작 대본의 부실함 때문인지, 아니면 연출가의 패착인지 알 수는 없지만 장면과 장면의 이음새를 갉아먹는 뮤지컬이 <에드거 앨런 포>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박정환  js7kei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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