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낮에 국회 안에서 국회의원이 테러당하는 나라’(28일자 동아일보 사설 제목)에 대해서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테러리스트가 69세 할머니라는 것에 대해서. 게다가 그 테러리스트가 도시락 폭탄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그럴싸한 도구를 전혀 소지하지 않은 맨 몸의 테러리스트였다면. 더군다나 테러를 자행한 장소가 건장한 국회 경위와 방호원 여럿이 지켜보는 바로 앞이었다면 더더욱.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테러의 사전적 정의

글쎄, 테러의 사전적 정의부터 살펴보자. 온전한 의미로써의 테러는 ‘폭력을 써서 적이나 상대편을 위협하거나 공포에 빠뜨리게 하는 행위’이다. 옳거니, 단순히 폭력을 사용하여 위협하였다고 해서 테러가 성립되는 것이 아니다. ‘공포’에 빠져야 한다. 과연, 전여옥 의원은 공포에 빠졌나? 대찬 그녀는 아니더라도 소심한 동료 의원들이라도 아노미 상태에 떨게 된 걸까?

▲ 2월 28일자 동아일보 1면기사.

사건의 재구성 : 동아일보 편

우선 그 테러의 공포를 추산하기에 앞서 전 의원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은 전하고 시작하자.

그래도 밝힐 건 밝혀야 하니 다시 동아일보로 돌아가서, (조선, 중앙을 제끼고 동아일보를 참고하는 이유는 이번 사건에 관한 동아일보의 보도가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27일자 신문에 실린 병상 인터뷰를 보면, 전 의원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목소리가 들릴 듯 말 듯 작았다는 설명을 단 것을 보니 기자가 보기에도 몹시 애처로웠던 모양이다. “공황상태”라는 말도 했다. 그러면서도 또박또박 말했다. “폭력으로는 민주주의를 이룰 수 없다는 것을 그분들도 깨달았으면 좋겠다”며, “이건 나라도 아니다”라는 대목에선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었단다. 전 의원을 치료한 의사는 “실명은 아니”며, “환자가 호소하는 뇌진탕 증세”가 있고, 경추염좌(목의 힘줄과 인대가 손상된 것) 증상이 있다고 했다. 경추염좌라…. 수핵탈출증, 대개 허리디스크라고 부르는 척추 관련 의학 진단명을 받아 본 입장에서 단언하건대 다행히, 테러는 실패했다.

사건의 재구성 : 오마이뉴스 + 노컷뉴스 편

반면 오마이뉴스의 보도로 사건을 보면, 동아일보와 확연히 다르게 구성된다.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애초에 전 의원실 관계자는 “심하게 다친 것은 아니다”고 했다. 참고로, 이 사건을 처음 보도한 곳은 노컷뉴스인데, 27일 2시3분 송고된 기사에 따르면 국회 관계자(추측건대 한나라당의 누군가)의 말을 빌려 신원미상의 한 남성이 전 의원을 폭행했다고 전했다.

이후에 그 괴한 남성은 다시 한나라당 관계자에 의해 20~30대 여성들로 바뀌고, 최종적으로 사건 발발 2시간 후인 3시경 한나라당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68세 여성(그러나 여전히 5~6명)으로 정리됐다. 심하게 다치진 않았다는 정도가 할퀴어지고, 눈이 후벼 파지는 반인륜적인 행위로 묘사되는 것도 이때이다. 그리고 그것은 다시 조중동의 보도로 굳어진다.

각설하고, 다시 오마이뉴스로 돌아가 보자. 전 의원이 폭행을 당하고 처음 찾아갔다는 국회 의무실 관계자는 “눈이 안 보인다고 통증을 호소해 안정제를 처방했으며, 40~50분쯤 안정을 취한 뒤에 다른 병원으로 가겠다며 나갔다”고 말했다. 즉, 제 발로 찾아와 좀 쉬다가 스스로 나갔다는 얘기다. 그 시간동안 한나라당이 테러리스트라고 명명한 69세 할머니는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혹은 인지할 사태가 없었던 채) 테러 장소 바로 옆에 있는 국회 식당에서 식사를 하셨다.

▲ 오마이뉴스 관련 기사 화면캡처.

▲ 노컷뉴스 관련기사 화면 캡처.

이번 사건이 테러라면, 똥파리는 팅거벨이다.

맞다. 재구성하고 말고 할 자시고도 없는 간단한 사건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한 웬만한 기사 분석과 숱한 국회 기자회견을 실무를 포함한 활동가 재직 6년의 풍부한 항의 경험에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사건이 테러라면, 똥파리는 팅거벨이다.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구속된 가족을 둔 어머니들로 구성된 민가협이란 사회단체가 기자회견을 하고 국회를 찾았다. 이유는, 전 의원과 한나라당 동료들이 제출할, 이른바 동의대 사건 재심법안 때문이다. 3월2일 제출 예정인 이 법안은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가 지난 10년간 심의한 모든 사건을 재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민가협 어머님들은 전 의원의 개정안이 민주화 운동을 폄하하고 정권의 코드에 맞추어 재심하려는 것 아니냐는 경계심을 갖고, 이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늘 그랬듯이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 자신들의 의견을 전달하고자 국회에 방문 접수를 하고 대표자들이 들어갔다. 전 의원과 ‘몸의 대화’를 나눈 어머님은 1층 로비에 남았다. 이때 마침, 전 의원이 식사를 하고자 나왔고 우리 모두의 어머님들이 그런 상황에서 그러했을 것처럼 행동했다. 물론, 거친 말이 오갔을 것이다. ‘순수 이성’의 기준에 반하는 행동들도 있었을 것이다. 모든 어머니, 할머니들이 그런 것처럼.

당연히 난 그럼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대개가 그렇듯 어머니, 할머니들의 생각은 좀 달랐다. 투박했다. 변명도 아니지만 굳이 설명을 하자면 어머니들이 보기에는 전 의원이 먼저 순수 이성을 포기한 것이므로. 더군다나 아들 관련된 일일진대, 본능에 ‘가차운’ 악다구니가 치밀었을 것이다. 다행히 주변엔 사람이 많았다. 국회 면회실에 한 번이라도 가본 사람이라면 안다. 거기가 얼마나 사람이 많은 곳인지.

그렇게 순수한 ‘몸의 대화’는 10여초 만에 끝났고, 똥 밟았다고 생각했을 전 의원은 황급히 자리를 떴다고 한다. 만약, 한나라당의 주장대로 테러를 하려는 치밀한 의도를 가진 무리에게 10여분 이상 전 의원이 폭행당했다면, 그녀는 병상 인터뷰 같은 사치를 누릴 수 없었을 것이다. 한 번이라도 제대로 맞아본 사람은 안다. 얼마 전에 맞아본 유원일 의원은 말했다. 만약, 그랬다면 전 의원의 진단명은 경추염좌가 아니었을 거라고.

▲ 경찰이 국회 앞에서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을 폭행했다면서 이정이 6.15부산본부 상임대표를 강제연행했다. 경찰은 이 대표가 고혈압 등으로 인해 쓰러진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사지를 들고 강제연행해 물의를 빚고 있다. ⓒ민중의소리

조폭의 습속은 자랑할 습관이 아니다.

이 사건을 가지고 한나라당, 국회 사무처, 김형오 국회의장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미안하다, 우스워서. 그 꼴 가당치도 않다. 아니, 왜? 진보신당 당사에 건장한 괴한들이 망치를 들고 침입해 명패를 깨부수고 여성 당직자를 위협했을 때는 무얼 하시고. 공간이 다르지 않냐고? 원외여서 그랬다고, 좋다. 그렇다면, 이종걸 의원이 고흥길 문방위원장의 날치기 직권상정을 막으려고 뛰어나갔다가 국회 직원들에게 머리채를 잡혀 책상 위에 얼굴이 짓눌려 찌그러졌을 땐? 얼마 전 유원일 의원이 의정활동을 하다 10여 분이나 끌려 다니며 폭행당했을 때는? 그 때 아무 말도 안했었으면, 이번에도 유감정도 표현했으면 됐다. 남들 맞는 건 당연하지만, 자기 식구가 당하면 앞뒤 안 가리고 분노하는 것이야 말로 테러리즘(terrorism)의 특성이자 조폭 집단의 습속이다. 그게 자랑할 건 아니지 않은가?

강○○의 얼굴과 전여옥의 얼굴은 다른 것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문제는 역시, 조중동이다. 강○○ 얼굴을 둘러싼 소용돌이가 가라앉기도 전에, 청와대가 그 사건을 활용하여 용산 참사를 감추려 했다는 추악한 진실이 드러났다. 워낙에 이슈가 많고, 조중동을 비롯한 괘면쩍은 언론들이 철저히 외면하여 드문드문 지나간 듯하지만 반드시 기억될 추태였다. 이번, 전여옥 얼굴은 어떠한가? 그 낯짝을 활용하여 또 무엇을 감추고자 이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것인가? 피의자와 피해자의 주장이 현격히 엇갈릴 때, 정황적으로 피의자가 억울할 때, 더군다나 피해자는 권력의 편일 때 언론의 태도는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의 문제는 저널리즘의 가장 기초적인 윤리에 속하는 문제이다. 그 윤리를 망각하면, 기다리고 기다리는 미디어법이 통과돼도 결코 미디어를 오래 할 수 없을 거라 확신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건대, cctv 화면이 공개되면 굉장히 쪽팔릴 수 있지 싶다. 상득 형님 말마따나, 조중동이 ‘똘마니’였음이 온 세상에 새삼 또 드러날 수 있다 이 말이다.

주먹이 법보다 강하면 안 된다,라고 쓰려다가…

어찌되었건, 국회 돌아가는 꼴이 사납다. 어느 선배는 지금 여의도엔 10여 년 전, 역사에 기록된 그 날치기 전에도 났던 쾌쾌한 공기 냄새가 다시 난다고 한다. 그 땐, 피는 물보다 진했고 주먹은 법보다 강했던 시절이었다. 이미 피가 물보다는 진하다는 것을 입증한 국회이다. 아무리 막장이어도 주먹이 법보다 강하면 안 된다,라고 쓰려다,가 잠시 유보하련다. 전 의원의 얼굴을 부풀리는 꼴이 주먹보다 더 사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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