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음악웹진 <보다>의 김학선 편집장이 미디어스에 매주 <소리 나는 리뷰>를 연재한다. 한 주는 최근 1달 내 발매된 국내외 새 음반 가운데 ‘놓치면 아쉬울’ 작품을 소개하는 단평을, 한 주는 ‘음악’을 소재로 한 칼럼 및 뮤지션 인터뷰 등을 선보인다.

* 국내 음반

종현 <좋아 - The 1st Album> (2016. 5. 24.)

H.O.T. 때부터였을 것이다. 아이들 그룹(의 멤버들)은 (나로선 그 구분의 기준을 모르겠지만) ‘아티스트’로 인정받기 위해서 자작곡을 앨범에 욱여넣기 시작했다. 긍정적인 부분이라곤 찾을 수 없었다. 그저 인정받기 위한 ‘강박’만이 느껴졌을 뿐이다. 종현의 첫 앨범을 들으며 감탄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그런 강박의 구습이 전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종현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어 하고 그 가운데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할 수 없는 건 다른 잘하는 이들에게 맡길 수 있는 안목이 있었다. 다섯 번째 트랙 ‘AURORA’를 반복해 듣는다. 6년 전 흑인음악 애호가들에게 기쁨을 준 앨범 <Get Real>을 만들었던 디즈가 편곡한 곡이다. 디즈의 색깔이 듬뿍 담겨있는 디즈의 곡이지만 종현이 만들고 부른 곡이기도 하다. 이런 협업을 통해 종현은 자연스레 한 단계 위로 올라선다.

사비나 앤 드론즈 <우리의 시간은 여기에 흐른다> (2016. 5. 6.)

첫 앨범을 발표한 게 벌써 5년 전이었지만 사비나 앤 드론즈란 이름은 결코 잊히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새로운 음악을 소망하고 궁금해 하는 이들이 계속해서 등장했다. 첫 앨범 <Gayo>(2011)가 가진 힘은 그만큼 은근하고 오래 갔다. 두 번째 앨범 <우리의 시간은 여기에 흐른다>에는 여전히 어두운 사비나의 세계가 있지만 좀 더 따뜻하고 (1집에 비해서) 밝아졌다. 처음 밴드와 함께 만든 앨범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따뜻함과 밝음 밑에 깔려있는 몽환적이고 부유하는 사비나 특유의 목소리와 분위기가 있다. 절로 선(線)의 이미지가 떠오를 만큼 그의 목소리와 사운드가 유려하게 흘러간다.

전기뱀장어 <Fluke> (2016. 5. 19.)

이 앨범이 최고의 평가를 받을 일은 없을 것이고, 나 역시 그렇게 추켜올릴 생각은 없다. 하지만 <Fluke>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전기뱀장어의 모든 매력이 담겨 있다. 이 앨범이 음악사적으로 남을 만한 기념비적인 앨범은 못 되더라도 우리 일상의 명반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일상의 이야기와 일상의 멜로디와 일상의 정서가 앨범 안에 가득하다. 밴드는 <Fluke>에 “당신이 만나는 여름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며 “눈부신 태양과 파도의 소리, 두근대는 연애담이 담겨 있고, 어둑해진 동네 어귀에서 혼자 참아내야 했던 막막함이 담겨있다”고 했다. 이 말에 완전하게 동의한다. 나무 그늘 밑에서, 또는 여름밤의 산책길에서 이 앨범을 들어보라. 그렇지 않아도 좋은 이 앨범이 약 38% 정도 더 좋아질 것이다.

전산실의 청개구리 <조선왕조 오백년> (2016. 4. 29.)

염상섭의 소설 <실험실의 청개구리>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알지 못하겠다. 하지만 전산실의 청개구리의 첫 앨범 <조선왕조 오백년>이 독특한 매력을 품고 있다는 것쯤은 잘 알겠다. 전산실의 청개구리는 ‘이지리스닝’과 ‘하이브리드’를 전면에 내세운 신인 레게 밴드다. 그들의 의도처럼 노래는 그리 어렵지 않게 귀에 잘 들어오지만 노랫말과 앨범의 전체적인 콘셉트, 그리고 다양한 스타일의 차용은 전산실의 청개구리란 이름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한다. 재능 있고 신선한 새 얼굴을 만날 때 경험할 수 있는 기분 좋은 되새김이다.

* 국외 음반

Pat Metheny <The Unity Sessions> (2016. 5. 20.)

‘The Unity’는 팻 메시니의 새로운 밴드이기도 하면서 팻 메시니가 현재 가장 많은 정력을 쏟고 있는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The Unity Sessions>은 관객 없는 라이브 앨범이다. 과거 팻 메시니 그룹의 사운드를 주도했던 이가 팻 메시니와 라일 메이스였다면 유니티 밴드에선 색소폰 연주자 크리스 포터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팻 메시니 특유의 발라드가 있는 한편으로 팻 메시니와 크리스 포터의 강렬한 기타·색소폰 솔로가 있다. 즉흥성은 조금 덜하지만 그만큼 잘 짜인 밴드 사운드와 라이브 특유의 에너지가 있다. 팻 메시니는 또 하나의 훌륭한 앨범을 만들어냈다.

김학선 / 음악웹진 <보다> 편집장
네이버 ‘온스테이지’와 EBS <스페이스 공감>의 기획위원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을 맡고 있다. 여러 매체에서 글을 쓰고 있으며 <K-POP, 세계를 홀리다>라는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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