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수 자유선진당 의원, “고흥길 위원장께서 기습 상정했는데, 물론 ‘상정이냐, 미수냐’하는 부분에 대한 법적 논란이 있다. 어찌됐건 제가 18대 국회에 와서 그런 식으로 위원장이 여야 간의 충분한 토론이 진행되고 나서 해도 될 일을 변칙적으로 하는 것을 보고 자괴감을 느꼈다. 제가 이러려고 국회에 들어왔나 하는 회의감마저 든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 “국회법이 잘못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직권상정제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진국에서는 의회에서 직권상정 제도가 있는 나라는 없습니다. 이러한 직권상정제도가 만약에 없어진다면 얼마든지 상정가능하고 얼마든지 토론 가능합니다. 선진국 의회가 토론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이유는 의장이 직권상정제도가 없기 때문입니다.”

▲ 2월 26일 진행된 '100분토론'ⓒMBC

위 발언들은 26일 어제 MBC <100분토론> “이명박 정부1년, 무엇이 달라졌나?”라는 주제 패널로 참석했던 야당의원들 중 미디어법안 직권상정에 대한 의견들이다. 토론 주제는 ‘직권상정’이 아니었으나 사안이 사안인지라 언급이 안 되려야 안 될 수가 없었다.

▲ 2월 26일 조선일보 1면 기사

기습적으로 직권상정(성)이 강행된 다음날인 26일 조선·중앙·동아일보는 흥분된 분위기가 역력했다. <조선일보>에서는 “미디어법 끝까지 가나, 가다 마나”, <중앙일보>에서는 “여야 합의 못하자 고흥길 ‘결단’…‘법안 상임위 상정은 의회 기본’”이라 했다. 같은 날 <동아일보>는 “‘산넘어 산’ 쟁점법안 처리 이제 첫발”, “공 받은 김의장 ‘부여된 모든 권한 쓸 것”이라며 한껏 들떠 있었다. 이제 남은 절차는 김형오 국회의장의 본회의 직권상정뿐이라는 의미다. 본회의에만 상정되면야 172석의 한나라당의 표결로 미디어법안은 바로 통과 가능하니.

그런데 이를 어쩌나. 김형오 국회의장이 입장을 돌연 바꿨다. 김형오 왈, “심의에 충분한 시간이 흘렀는데도 대화와 타협이 더 이상 진전되지 않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라면 국회법에 따라 처리해야 할 권한과 책임이 있다”고 했다. 분명히 ‘직권상정’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그러나 김형오 의장은 “민생과 경제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이라고 국민이 기대하는 법안에 대해서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여야가 진지한 노력을 해 주길 당부한다”고 밝혔다. 이는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미디어법안에 대해서는 제외한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해석이다.

그러자 다음날인 오늘 27일 조선일보는 “또…‘김형오 벽’에 부딪힌 여권”(부제목 : 김 국회의장, 미디어법 직권상정 안할 듯), “여 주류 ‘김형오, 자기 정치하나’ 탄핵론 들먹”(부제목 : 하루 만에 여권에 찬물…김형오 왜?)였다. 중앙일보는 “여야 타협 못하면 부여된 권한 행사”(부제목 : ‘직권상정 시사’ 김형오 의장)라고 했다. 이미 미디어법안이 제외됐다고 다들 읽었지만 중앙일보는 여전히 꿈꾸듯 다뤘다. 동아일보는 “상임위 파행에 법안 2400여건 표류/내달 2일 본회의 때 직권상정 유력”(부제목 : 김의장 “떫은 감은 체해” 미디어법 미룰 듯)이라고 했으나 본문에서는 “미디어법도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한나라당의 원칙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다.

자, 직권상정에 대한 조중동의 기사를 잘 보았는가. 정말로 공정(?)한 기사들을 말이다.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하라’ 몰아붙인 조중동이 자신들의 의지가 꺾이자 ‘탄핵’을 들이대며 협박하는 모습을. 그러나 아쉽게도 이 수많은 기사들에서 직권상정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 안에 너 없다’다.

▲ 2월 27일 중앙일보 3면 기사

조중동에 ‘직권상정’의 문제점은 없지만 27일 일제히 실린 ‘있다’ 기사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공정방송발전을위한시민연대’(약칭 공발연)가 주최하는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의 ‘방송소유 규제완화와 여론독과점’이란 논문 내용이다. 짐작하기 어렵지 않게도 조선일보는 “여론 독과점 심한 곳은 지상파 방송”, 중앙일보 “TV 3사 여론지배력 50%…‘신문 아닌 방송이 여론 독점’”, 동아일보는 “독과점 지상파TV 3사가 여론 42~68% 지배”라고 설명했다.

중앙일보는 “일부에선 특정 신문사의 여론 독점 심화를 이유로 미디어법 개정을 반대하나 정말 심각한 건 지상파의 ‘여론 독과점’”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이 뻔히 눈에 보인다. 그러나 그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 윤석민 교수의 분석에 안타깝지만 당연히 빠져있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내용’에 대한 비교다. 여론을 독과점한다? 그 안에 ‘어떤’ 여론인지가 빠져있다는 말이다.

물론 데이터가 정확한지는 따져봐야겠으나 조중동이 지상파 방송의 여론독과점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앞서 MBC <100분토론>의 야당의원들의 발언들을 배치했지만 26일 <100분토론>에는 야당의원들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이 자리에는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도,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도 있었다. 그들 역시 직권상정과 관련해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했다.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 “국민들의 선거를 통해 정부와 국회를 구성해주는 이유는 주어진 기간 동안 실행해보라는 국민들의 명령이다. 국정과정들을 국회를 통해서 할 수밖에 없는데 국회에서 마냥 지연시키면 정부는 답답하기 그지없다. 정부는 국민들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하는데 국회와 정부의 관계가 생산적인 관계가 되어야 합니다.”

▲ 2월 27일 동아일보 5면 기사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 “악법이다 말씀하시는데 악법이 명백하다면 논의 테이블에서 올려놓고 토론하자는 겁니다. 저희가 강행 통과시키겠다는 것이 아니라 상정시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상정조차를 막으셨습니다. 저희는 그 이야기를 듣고 ‘토론을 하면 민주당이 자신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까지 했었습니다.”

물론, 박형준 기획관과 나경원 의원에 대한 반론의 말도 있었지만, 이것이 조중동이 그렇게 흔들어대는 MBC의 (불공정) 방송의 모습이다.

오늘도 조선일보에서는 기자수첩을 통해 “‘TV만 잘나오네’ MBC 파업의 역설”이라며 노조원이 빠져도 방송은 나온다고 했고, 동아일보 역시 “MBC 또 파업”이라며 파업의 주체인 MBC노동조합의 파업하는 이유는 듣지도 않고, “공정언론시민연대는 이날 MBC 서울 여의도 본사 앞에서 ‘MBC 거짓말 방송 중단 촉구 캠페인’을 벌였다”며 “한편 검찰은 MBC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했다”는 말만 전하고 있지 않은가.

어떠한가. 신문·방송 겸영으로 조중동이 방송에 진출한다고 생각해본다면, MBC <100분토론>은 어떤 모습이 될까? 여당의원과 여당의원들만 참여한 토론이 되지는 않을까? 그리고 진행자인 손석희 교수의 앞날은?

참, MBC <100분토론>에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도 나왔다. 이정희 왈, “사실 법치주의 확립이라고 하면 법률가들이 먼저 자신의 양심과 독립된 소신에 따라서 판결하는 것이 원칙이고요. 그런데 검찰이 다시 대단히 편파적인 수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PD수첩에 대해서 5명의 검사가 붙어서 수사를 했죠. 결국 담당 검사가 ‘나 이제 못하겠다’, ‘내 소신과 배치된다’며 사표를 냈습니다. 바로 엊그제는 이번에 대법관이 되신 신영철 대법관께서 주관하고 있던 법원에서 ‘촛불 참가자들을 한 판사에게 몰아줬다’는 배당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법치주의가 무너지고 있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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