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는 첫 타석에서 홈런을 쳐냈고, 김현수는 오늘도 3개의 안타를 치며 출루머신의 위용을 뽐냈다. 어제 경기에서 대타로 나와 극적인 홈런과 3안타 경기를 했던 이대호는 오늘 경기에서도 멀티 안타를 치며 빅보이의 존재감을 보였다. 박병호는 두 개의 볼넷을 골라내기는 했지만 아쉬운 경기를 펼쳤다.

강정호 홈런으로 시작해 김현수와 이대호 멀티 히트로 마무리한, 코리안 메이저리거 데이

오늘도 코리안 메이저리거 4인방이 모두 경기에 선발 출장했다. 박병호를 제외하고는 모두 안타를 쳐내며 자신의 역할을 다했지만, 김현수를 제외하고 소속팀이 모두 패배했다. 소속팀들이 최근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더욱 컸다.

한동안 침묵하고 있던 강정호는 오늘 첫 타석에서 홈런을 쳐내며 다시 한 번 "킹캉"을 연호하게 만들었다. LA 에인절스와의 홈경기를 치른 피츠버그는 충분히 이길 수도 있는 경기였다. 물론 선발인 릴리아노가 그렇게 허무하게 무너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지만 말이다.

4일 시즌 7호 홈런을 친 피츠버그 파이리츠 강정호. [피츠버그 AP=연합뉴스]

홈경기에서는 1점대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는 릴리아노가 선발로 나섰다는 점에서 피츠버그는 승리를 기대했다. 쉬는 날 없이 계속해서 경기를 하고 있는 피츠버그로서는 부상 선수들도 많이 나오고, 체력적인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선발 릴리아노의 역할은 중요했다.

야수들이 지친 상황에서 선발인 릴리아노가 최소 실점으로 최다 이닝을 채워줬다면 피츠버그는 충분히 이겼을 수 있는 경기였다. 하지만 1회에만 3실점을 하며 무기력하게 무너진 릴리아노는 매 이닝 실점하며 좀처럼 제대로 된 투구를 하지 못했다.

릴리아노가 4이닝도 채우지 못하며 7실점을 한 상황에서 경기를 뒤집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시애틀이 전날 경기에서 10점 차를 이겨내고 역전에 성공했지만 이는 이례적인 일일 뿐이다. 오늘 경기에서 아쉬운 것은 0-4으로 지고 있던 상황에서 2회 말 마테와 강정호가 백투백 홈런을 치며 2-4로 추격했기 때문이다.

흐름을 에인절스로 일방적으로 흘러가던 것을 두 방의 홈런으로 다시 피츠버그로 옮겼지만 문제는 다시 릴리아노였다. 3회에도 다시 2실점을 하며 경기는 그렇게 LA 에인절스의 몫이었다. 강정호는 첫 타석 홈런에 이어 두 번째 타석에서는 2루타를 치며 타격감을 끌어올렸지만 아쉬웠던 것은 6회 세 번째 타석이었다. 1, 2루 상황에서 적시타를 바랐지만 진루타로 멈춘 것은 아쉬웠다.

4일 뉴욕 양키스전에서 3안타 활약을 펼친 볼티모어 오리올스 김현수. [볼티모어 USA TODAY=연합뉴스]

볼티모어가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게 한 김현수의 3안타 경기는 중요했다. 첫 타석부터 시프트에 나선 양키스를 상대로 밀어 쳐 안타를 쳐낸 김현수는 여전히 타격감이 좋았다. 끌어 치고 밀어치는 능력이 있는 김현수에게 시프트는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었다.

두 번째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나기는 했지만 김현수는 2-5 상황에서 6회 선두 타자로 나서 동점을 이끌었다. 가운데로 몰린 브레이킹 볼을 놓치지 않고 중견수 앞으로 가는 안타를 쳐냈다. 김현수의 안타를 시작으로 볼티모어는 결국 3득점을 하며 5-5 동점을 만들 수 있었다.

5-5 상황에서 7회 아담 존스가 안타로 출루한 후 김현수가 97마일에 이르는 빠른 바깥쪽 높은 공을 놓치지 않고 힘껏 끌어 쳐서 안타를 만들어낸 것은 결정적이었다. 2루수가 수비를 제대로 할 수도 없을 정도로 빠른 타구는 그렇게 볼티모어가 역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3루까지 안착한 존스가 안타를 친 김현수를 향해 환호하는 장면에서 그의 진가는 명확하게 드러났다.

마차도의 내야 땅볼로 역전에 성공한 볼티모어는 양키스를 잡을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김현수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오늘 경기의 실질적인 최우수 선수는 바로 김현수였다. 6회 동점을 만드는 과정에서 선두타자로 경기를 이끌었고, 7회에는 무사 1루 상황에서 역전을 위한 최적은 상황까지 만든 김현수는 이제 볼티모어의 주전 2번 타자였다.

시애틀 매리너스 이대호.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대호는 오늘 경기에서도 멀티 안타를 쳐냈다. 우완 다르빗슈가 나왔음에도 선발로 출전한 이대호는 왜 자신이 주전이 되어야만 하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린드가 대타로 나서고 1루수로 이대호가 나온 오늘 경기에서 이대호는 다르빗슈를 상대로 두 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쳐냈다.

9회 마지막 타석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이대호는 타격기술을 앞세운 안타를 쳐냈다. 엄청난 홈런만이 아니라 상황에 맞춘 타격 기술은 이대호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수밖에 없는 선수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린드는 무안타로 그쳤지만 우투수 상대로 여전히 안타를 쳐내는 이대호는 시애틀의 주전 1루수임이 분명하다.

박병호 선수 [연합뉴스 자료사진]

어제 경기에서 3안타를 치며 타격감을 끌어올린 박병호는 오늘 경기에서는 두 개의 볼넷을 얻어내는 데 그쳤다. 볼넷을 얻어내는 것은 다행이지만 아쉬운 것은 8회였다. 간만에 놀라스코가 호투를 펼치며 7과 2/3이닝 동안 3실점 2자책으로 탬파베이 타선을 잘 막아주었다.

2-3 상황에서 8회 박병호 앞에는 2명의 주자가 있었다. 안타 하나면 동점이나 역전까지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상대 투수가 박병호를 경계하며 연속 3개의 볼을 던지며 피하는 듯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4번째 공이었다. 가운데 던진 공을 노리지 못하고 기다린 박병호는 볼넷을 얻어 나가기는 했지만 다음 타자인 신인 케플러가 2사 만루 상황을 버텨낼 수는 없었다.

팀의 핵심 타자라는 점에서 박병호가 8회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했다. 최근 경기 감각이 무뎌졌고, 전날 타격감을 살리기는 했지만 조심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후속 타자가 신인이라는 점에서 좀 더 적극적인 타격을 하지 않은 것은 아쉬웠다.

추신수까지 복귀하면 하루 다섯 명의 코리안 메이저리거 타자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현재 박병호가 아홉수에 걸려 있지만, 이대호는 8호, 강정호가 7호 홈런을 치고 한국 메이저리거 최고의 홈런 타자 경쟁을 보게 된 것만으로도 반갑다. 여기에 출루 머신으로 돌아온 김현수까지 그들의 활약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하루다.

야구와 축구, 그리고 격투기를 오가며 스포츠 본연의 즐거움과 의미를 찾아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전반에 관한 이미 있는 분석보다는 그 내면에 드러나 있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스포츠에 관한 색다른 시선으로 함께 즐길 수 있는 글쓰기를 지향합니다. http://sportory.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