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경영평가 보고서에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민중총궐기를 다룬 KBS 보도와 관련한 민언련 통계가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KBS이사회(이사장 이인호)는 2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6층 대회의실에서 제850차 임시이사회를 열었다. 이날 의결사항은 <2015사업연도 경영평가 및 공표(안)>이었다. 지난달 25일 이사회에서 미처 마무리 짓지 못한 경영평가 보고서 문안 수정에 대해 논의하는 마지막 시간이었다. 1시간여의 회의 끝에 의결은 되었으나 문구 수정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왔다.

25일 이사회 당시 KBS이사회는 외부 인사로 뽑은 경영평가 위원 2명과 여야 이사 각 1명이 모여 ‘4인 위원회’를 구성해 문안 수정과 관련한 권한을 위임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다만, 내용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경영평가단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팩트와 다른 부분만을 조율하기로 했다. 이후, 4인 위원회는 지난달 30일 회의를 통해 총 14곳을 수정했다.

그러나 최종안을 확인한 결과, ‘견해 차이’로 볼 수 없는 팩트 관련 부분도 삭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영평가 보고서 175쪽, 176쪽에 인용되었던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의 보도량 통계가 빠진 것이 대표적이다.

175쪽의 경우, 경영평가단이 작성한 초안에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의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국정화를 발표한 10월 12일부터 26일까지의 초기 동안에 KBS의 보도량은 22.5건으로 다른 지상파 방송사와는 비슷한 수준이었다. 국정화 반대 여론(야당 입장 제외) 보도는 1.5건(6.7%), 국정화 자체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도는 1건에 그쳤다”(링크)는 내용이 있었다. 이사회의 제안이 반영된 5월 25일 수정안에도 살아있었던 이 단락은 최종안에서 사라졌다.

2015사업연도 KBS 경영평가 보고서에서 빠진 민언련의 방송뉴스 모니터링 통계 (표=민언련)

176쪽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KBS의 보도 편향성을 지적하는 부분까지 가위질됐다. 우선, “2015년 11월 16일부터 29일까지 민중총궐기 관련 KBS 보도량은 14건으로 지상파 3사 중 가장 많았다(MBC 7.5건, SBS 7건). 14건의 헤드라인 프레임은 ①정부·여당·경찰 비판 프레임 0.5건, ②집회참가자·야당 비판 7건, ③양비론 2건, ④판단불가 4.5건이었다(민주언론시민연합, 2015.12..)”(링크)는 민언련 통계가 빠졌다. 175쪽과 마찬가지로 초안, 수정안에 존재하던 부분이었다.

초안에 등장했던 “공정성을 사안에 대한 균형된 관점을 동등하게 취급한다는 개념으로 본다면 위 기간 동안 민중총궐기 집회에 대한 KBS 메인뉴스 보도는 일정한 편향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문구는 수정안에서 삭제됐고 최종안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편향성’이라는 표현 자체가 사라진 것이다.

대신 수정안에는 “민중총궐기를 보도한 KBS는 ‘과잉진압’보다 ‘폭력시위’ 프레임을 많이 사용했고, ‘시민피해’ 프레임도 자주 사용했다. 시민들의 피해가 있었던 것을 고려한다면 시민 피해 프레임은 일정 부문 타당성이 인정된다. 그러나 공정성을 사안에 대해 균형 잡힌 관점을 동등하게 취급한다는 개념으로 본다면 위 기간 동안 민중총궐기 집회에 대한 KBS 메인뉴스 보도는 공정성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내용이 추가됐으나, 최종안에서 마지막 문장의 ‘공정성’이 ‘균형성’으로 달라졌다.

야당 추천 소수이사들은 구체적인 수치이자 팩트인 민언련 보고서 통계가 빠진 데 의문을 제기했다. 권태선 이사는 “175쪽에서는 보도량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숫자로 객관적으로 검토한 언론시민단체 보도를 인용하고 있는데, 이렇게 구체적인 것들을 굳이 빼야 하는 이유를 좀 설명해 달라. 납득하기 어렵다. 이게 팩트에 어긋나는 것인가”라며 “이 문구를 삭제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김서중 이사 역시 “(민언련 보고서를 통해) 인용한 사실들은 중요한 지적 부분이었다. (국정교과서 관련 KBS 보도) 전체가 22.5건인데 국정화 반대 여론이 1.5건으로 취급할 정도의 소수의견이었는가 하면, ‘백 번 양보해도 편파적일 수밖에 없다’고 본 보도 행위였다. (보고서에) ‘편파적’이었다고 표현하진 못하더라도, 사람들이 사실에 근거해서 판단할 수 있게 (통계가) 필요했는데 그걸 빼 버린 것이다. 사실조차도 부정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경영평가가 제대로 이뤄졌다고 결론 낼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KBS는 지난해 10월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대한 거센 반대 의견을 전하기보다는 정부 입장을 옹호하는 보도를 선보였다. 사진은 2015년 10월 12일 KBS 메인뉴스 <뉴스9> 리포트

KBS에게 불리할 수 있는 설문조사 결과가 포함되지 않은 점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다. 장주영 이사는 “KBS가 신뢰도, 영향력 1위라는 여론조사는 인용이 되었으나 미디어미래연구소에서 언론학회 회원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신뢰도, 공정성, 유용성 5위였다. 이런 내용도 ‘사실’인데 경영평가 보고서에 들어가 있지 않다. 마치 KBS가 잘한 것처럼 비치는 조사결과만 인용됐다. 그렇지 않은 조사도 병기함으로써 균형 있게 할 필요가 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KBS는 <방송법>과 <방송법 시행령>, <KBS 정관>에 따라 <경영평가 보고서>를 작성해 공개한다. KBS이사회는 방송 부문, 기술·뉴미디어 부문, 경영·회계 부문 전문가 각 2인과 내부 인사로 감사를 포함시켜 경영평가단을 꾸린다. 경영평가단이 경영목표 설정의 타당성, 예산집행의 효율성 등 총 7가지 사항에 대한 평가가 포함된 보고서를 작성하면, KBS이사회가 보고서 내용을 심의·확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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