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재산이 얼마나 늘어났을까? 요즘 가장 핫한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되어 있는 홍만표 변호사는 검사 재직 시절 재산이 어느 정도였을까?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이하 CC코리아)와의 협업을 통해 고위공직자 재산 내역을 공개한 사이트(링크)를 2일 열었다. 누구나 한 번의 검색으로 2006년부터 2016년까지 총 7010명(연 인원 2만 3000명)의 입법·사법·행정부 고위공직자들의 재산 신고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그동안 정부, 국회, 대법원, 헌법재판소, 중앙선관위 등 각 기관에 흩어져 있었던 정보를 한데 모아두었기에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키워드 검색 방식으로 설계된 이 사이트에서는 원하는 고위공직자의 이름을 넣으면 바로 재산 신고 내역을 알아볼 수 있다. 오랫동안 고위공직에 있는 인물의 경우 자연히 재산 증감 추이도 확인 가능하다. 보다 자세한 내역이 나타나 있는 원본 파일(PDF, 2006년 자료부터 제공)도 클릭 한 번으로 접근할 수 있다.

뉴스타파 고위공직자 재산 감시 사이트에서 찾아본 박근혜 대통령의 재산 내역

현직이 아니더라도 과거 재산 신고 대상에 속하는 고위공직자였던 경우도 찾을 수 있다. 최근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대표의 법조 게이트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홍만표 변호사(전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의 2010~2011년 재산을 볼 수 있는 식이다. 4·13 총선에서 당선된 20대 국회의원들은 따로 검색할 수 있게 마련해 두었다. 또한 이 같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나온 뉴스타파의 보도도 모아 볼 수 있다.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 사이트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로 작업을 시작하게 된 것은 2년 전이었다. 뉴스타파가 언론매체인 만큼 취재·보도 일정으로 중간중간 끊긴 시간을 제하면, 사이트를 열어 정보를 공개하기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 뉴스타파 데이터팀 기자들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고, CC코리아가 개발 작업을 담당했다. 현재 사이트에서는 2006~2016년 자료를 볼 수 있고, 연간 전체 데이터의 경우 간단한 설문만 마치면 누구나 2011~2016년 자료를 다운로드할 수 있다. 재산 공개 제도가 시작된 1993년부터의 자료들도 차차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11일 오전, 서울 중구 뉴스타파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는 “현업에서 공직자 검증을 많이 해 봤지만 제일 기본은 ‘재산 감시’였다. 그동안은 공직자들의 재산 내역을 찾을 때 여러 기관에 나눠져 있어서 굉장히 불편했는데, 분산돼 있던 정보를 한 군데로 통합해 일목요연하게 찾아볼 수 있게 한 것이 이 사이트의 가장 큰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용진 대표는 “언론사 기자,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그동안 고위공직자 재산 데이터를 찾을 때 흔히 겪었던 불편함을 해소하고, 일상적·상시적으로 공직자를 검증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보자는 데서 시작하게 됐다”며 “미국에서도 중요한 공공 데이터를 수집, 분석한 후 공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도 그런 역할을 하는 곳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최문호 뉴스타파 데이터팀 에디터는 “현재 각 기관에서 공개된 공직자들 재산 신고 서류를 보면 대분류, 중분류, 세부내역 등으로 나뉘어 있는데 사실 (이 형태만으로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년간 축적해 오고 있던 정보를 공개한 이유는, ‘공유’를 통해 공직감시를 활발하게 했으면 하는 뜻에서다. 어느 한 기관이 독점하고 있어서 다른 언론이 불편함을 겪으면 결국 탐사보도 범위는 넓어지지 않는다고 본다”며 “앞선 기자들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거의 없앴기 때문에, 탐사보도는 물론 일반 기획기사 작성 시에도 충분히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 밝혔다.

2일 오전, 뉴스타파 사무실에서 CC코리아 장승훈 개발자, 최문호 뉴스타파 데이터팀 에디터,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가 사이트 시연을 보고 있다. (사진=뉴스타파)

개발을 맡은 장승훈 씨는 “CC코리아는 정보공유운동을 하는 비영리단체다. 고위공직자 재산이라든지 더 중요한 데이터가 더 많이 공개돼서 더 많은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에서 이 프로젝트를 함께 하게 됐다”며 “재산 감시 외에도 사회적으로 중요한 다양한 분야의 데이터를 공개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타파 사이트를 통해 공개되는 데이터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뉴스타파의 데이터’라는 점을 인용하기만 하면 별도의 허락 없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다만 다른 데이터와 가공해서 활용할 경우에는 그 결과물 역시 다시 공개해주어야 한다는 게 원칙이다.

강현숙 CC코리아 사무국장은 “고위공직자 재산 데이터는 굉장히 의미 있는 자료임에도 보면 다운로드수가 20개 이렇다. 막상 파일을 받아봐도 내용이 복잡해서 닫아버리는데, (이번 사이트 구축으로) 꼭 알아야 되는 데이터를 정제해 일반 시민, 언론사들의 접근을 쉽게 만들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공개’하는 데에 내부 리소스가 많이 든다. 데이터가 올바른지 확인해야 하고 ‘이걸 공개해야 하나’ 하는 심리적 장벽도 부딪치고, 사이트도 개발해야 하니… 뉴스타파의 ‘공개’ 결정 자체가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타파는 앞으로도 가치 있는 데이터를 수집, 분석, 공개하는 작업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김용진 대표는 “중요한 공공 데이터가 무엇이 있는지 앞으로도 주시하면서, 1년에 한두 개 프로젝트라도 계속 진행하려고 한다”면서 “뉴스타파는 시민들 후원으로 이뤄지는 곳이고, 이를 통해 만든 데이터라서 유료로 (공개)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시민들의 힘으로 공적 자산을 만들었다고 생각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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