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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도 말을 한다MBC 드라마넷 <별순검> … 수사극과 역사극의 조화
황지희 기자 | 승인 2007.10.31 12:34

   

사실 <별순검>은 한번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

맨 처음 2005년 MBC 추석 특집극으로 등장했을 때는 조선시대에서 과학수사를 했었다는 소재만으로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드라마 자체에 대한 평가를 하기에는 너무 빨랐다. 2006년 정식 편성되어 다시 나왔지만 시청률 문제로 6회만에 막을 내렸다. 서둘러 조기종영 됐으니 준비해둔 이야기들을 짜임새 있게 펼칠 수도 없었다. 아마도 <별순검>에서 죽은 시체만큼이나 한을 품고 있었으리라.

<별순검>이 이제야 웃고 있다. 13일 MBC 드라마넷으로 부활한 후 27일 5~6회 방송에서 시청률 3%를 넘어섰다. 케이블 시청률로는 대박을 친 셈이다. 베트남과 수출 계약도 맺었다.

   
 
아무리 기대작이더라도 완성도를 갖추지 못하면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없다. 더구나 이제는 조선시대에도 혈흔조사를 했다는 식의 이야기가 더 이상 새롭지 않다. 무엇이 시청자들의 눈을 잡고 있을까.

수사극 자체의 재미다. 오늘날처럼 지문조사를 할 수도 휴대폰 사용내용을 뽑아볼 수도 없는 상황이니 범인을 잡는 일이 항상 만만치 않다. 그러니 주인공 별순검들은 시체나 범인이 남기고 간 작은 흔적들에 집요하게 매달린다.

아무것도 없어 보이지만 죽은자는 반드시 별순검들에게 말을 걸었다. 범인은 항상 가까이에 있었다. 이런 아날로그식 방식이 시대극이라 오히려 자연스럽다. 가끔 등장하는 조선시대식 수사기법들도 극의 흐름을 끊지 않는 선에서 과장되지 않게 배치되어 있다. 

   
 

죽은자들의 사연에도 일관성을 뒀다. 시대를 읽을 수 있는 장치이기도 하다. 조선 후기를 배경으로 한 <별순검>은 궁궐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나, 잘나가는 사대부 집안에서 벌어진 살인사건들은 다루지 않는다.

죽은자든 죽인자든 조선시대 서민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사건들에 주목했다. 당시라면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을 억울한 죽음들이니 반드시 범인을 잡아야 한다는 절박함을 강화했다.  

1회는 백정, 2회는 청상과부가 된 젊은 딸, 3회는 조선 상단의 거물 객주 박준규가 시체로 발견됐다. 4회는 겁탈당하고 자살한 과부의 이야기가 나왔고, 5회에는 조선염직소에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6회는 총에 맞아 피를 흘리고 죽어있는 시체에서 출발하고, 일본 상인이 사건과 연관되어 있다.

이 안에는 계층과 계층을 뛰어넘는 사랑, 조상들의 한을 어리석은 방법으로 풀려고 드는 후손이 있었다. 양반사회가 무너지며 돈의 가치가 중요시 되는 당시의 사회상도 반영되어 있다. 새로운 문물이 들어오며 겪는 혼란도 담긴다.

   
 MBC 드라마넷 <별순검> 1회에 등장한 장면. 백정 집안의 여자가 씨름구경을 나오자 한 남자가 나타나 여자의 등에 타고 올라 희롱하고 있다.

서양문물이 들어오기 시작한 시기를 시대배경으로 삼았으니 소재도 훨씬 자유롭다. 궁안에서 정식 관복을 입고 일하는 관리, 한복을 입고 생활하는 서민, 서양에서 온 선교사, 일본에서 양복을 입고 온 상인이 한자리에 모여 있어도 어색하지 않다.

카메라도 다양하게 사용했다. 아무래도 수사극이라 순검청 내부 모습이나 범인을 취조하는 과정이 반복되어 나올 수 밖에 없다. 이때 취조장면은 대질 인물들은 교차편집하거나 화면분활을 이용하는 식으로 지루함을 줄였다. 출연자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데만 그치지 않고, 취조실 전체를 카메라가 위에서 잡아 보여주기도 한다.

   
MBC 드라마넷 <별순검> 6회 중 한장면. 일본 상인과 조선의 관료, 별순검이 한자리에 모여있다.
웃음도 적절히 섞여 있다. 영화 <살인의 추억>을 패러디 한 장면들도 눈에 띈다. 순검 배복근 역의 안내상이나 분석실의 능금역을 맡은 하재숙이 코믹적인 캐릭터를 가지고 있어 극의 긴장을 풀어준다.

출연자들의 연기도 자연스럽다. 스타급은 나오지 않지만,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연기자들이라 배역을 대부분 무난하게 수용하고 있다. 스타가 나오지 않는 것이 드라마 자체에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도 어느정도 있는 듯하다. 김청, 서갑숙, 김부선 등 중견급 연기자들을 매회 한번씩 등장시킨 것도 보는 재미를 줬다.

무엇보다 수사극의 재미는 형사들의 사연이다. 그것이 형사들 사이에서, 혹은 형사와 사건 사이에서 맞물려 돌아갈 때 극적 재미를 배가시킨다. 아직은 다모 여진(박효주 분)의 사연 정도만 어느 정도 드러났고, 순검 김강우(온주완 분)가 여진을 좋아한다는 것만 짐작할 수 있다. 순검청 사람들의 이야기가 드러나면 <별순검>은 더욱 활기를 띌듯하다.

* <별순검>을 감상하기 위해 알아두면 좋은 용어들(출처 : 별순검 홈페이지)

- 십이-시十二時 : 하루를 열둘로 나누어 각각 십이지(十二支)의 이름을 붙여 이르는 말. 즉, 자(子)·축(丑)·인(寅)·묘(卯)·진(辰)·사(巳)·오(午)·미(未)·신(申)·유(酉)·술(戌)·해(亥)의 각 시를 말한다. 

① 자시(子時):23~1시, ② 축시(丑時):1~3시, ③ 인시(寅時):3~5시, ④ 묘시(卯時):5~7시, ⑤ 진시(辰時):7~9시, ⑥ 사시(巳時):9~11시, ⑦ 오시(午時):11~13시, ⑧ 미시(未時):13~15시, ⑨ 신시(申時):15~17시, ⑩ 유시(酉時):17~19시, ⑪ 술시(戌時):19~21시, ⑫ 해시(亥時):21~23시

- 별순검 : 대한 제국 때에, 경무청이나 경위원에 속하여 제복을 입지 아니하고 비밀 정탐에 종사하던 순검.

-  습첩 : 소박 당한 여자가 친정집에 눈치가 보여 집을 나와 새벽에 성황당 길에 서 있으면 그녀를 처음 발견한 남성이 그녀를 거두어 살 의무가 있었던 풍속. 그가 누구이든 처음 만나는 남자를 따라가 그와 운명을 같이 해야만 했다. 남자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 자신이 처자식이 있다고 하여도 그녀를 첩으로 맞이해야했다.

- 요해처 : 생명과 직접적인 연관을 맺고 있는 몸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뜻. 요해(要害)라는 말로도 쓰인다.

- 근각 : 조선시대의 범죄자 기록표. 죄를 범한 자의 죄상·이름·생년월일과 그 얼굴이나 몸의 특징, 그리고 조상들에 관한 사항을 기록한 서류. 오늘날 경찰들의 범인 자료와 비슷하다.

- 독계산  : 한방 정력제. 육종용, 오미자, 토사자, 원지, 사상자의 다섯 가지 약재를 등분하여 만들며 심장에 원기를 불어넣고 심장과 신장에 힘을 북돋아 준다.
 
- 상리국 : 조선 시대에, 보부상을 관할하던 관아. 고종 22년(1885)에 혜상공국을 고친 것으로, 내무부에 두었다가 31년(1894)에 농상아문 관할로 옮겼다. 상리국에서는 모록하는 무리들을 일체 금하겠다는 다짐이 있고, 각읍소재 원보부상 명단을 확실히 성책하여 순영에 보고할 것, 부상과 보상을 엄격히 구별할 것 등 강령과 위조를 방지하기 위한 표지의 투식, 좌우사의 비용운영 등에 대한 규정이 있었다.

- 채장 : 조선 시대에 보부상에게 발급하던 신분증명서. 채장(신분증)의 앞면에는 소속임방과 성명이 기재되어 있고, 뒷면에는 ① 물망언(勿妄言) ② 물패행(勿悖行) ③ 물음란(勿淫亂) ④ 물도적(勿盜賊)의 4대 계명(誡命)이 적혀 있어 행실의 도덕적 기틀로 삼고 있었다.

- 조선시대 시간의 단위 :  ‘각(刻)’ 이라는 것은 옛 시간의 단위로, 지금의 한시간의 4분의 1을 뜻한다. 곧 '1각=15분'이다.

황지희 기자  nabts@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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