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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 PPL 허용 방통위, 국민 우습나[기자수첩] 사회적 합의 깨면서 최소한의 설명도 없어
권순택 기자 | 승인 2016.06.02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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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도 연예계에 사건사고들을 전한 기사 제목이다. 같은 해 연예계를 강타한 또 다른 이슈는 연예인들이 대부업 광고에 출연하는 것에 대한 문제였다. 최민수, 한채영, 탁재훈, 송선미, 안연홍, 김미려, 조원석 등 당대 내로라하는 인기 연예인들이 대부업 광고에 출연해 “무~이자, 무~이자, 무~이자”라는 멜로디 등으로 시청자들의 귀를 현혹하던 때다. 배우 최수종 씨는 논란 끝에 거액의 재계약 요청을 거절했다. 배우 김하늘 씨 역시 이미 받은 돈을 되돌려주면서까지 남은 계약을 파기할 정도였다.

당시 연예인들의 대부업 TV광고 출연 문제에 불을 붙인 건 35%의 시청률을 기록한 SBS드라마 <쩐의전쟁>이다. 주인공이 사채업자들에게 시달리다 부모님을 잃고 길거리에 나앉은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대부업’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 것이다. “사채”를 “대부업”이라는 말로 미화시키는 것도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될 정도였다.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우후죽순격으로 급격히 늘어난 대부업 TV광고로 쏠렸고 모델로 나선 연예인들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졌다.

화살은 대부업 광고를 편성하는 방송사들에게도 집중됐다. KBS와 MBC·SBS는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고 대부업 광고를 방영하지 않기로 선언했다. 이 당시 대부업 TV광고를 규제해야한다는 공론이 형성됐고 최소한의 후속조치들이 이어졌던 셈이다. 이런 과정 자체를 ‘사회적 합의’라고 말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물론 지금도 케이블TV의 PP채널을 보면 대부업 광고를 접할 수 있다. “대출도 공짜로 반품되는 시대”(러시앤캐시), “산와 산와 산와 머니, 걱정마세요”(산와머니), “주부의 일은 가족을 지키는 일이니까, 안심대출 300”(미즈사랑), “급하게 충전할 때, 힘이 되는 생활금융”(리드코프) 등의 내용으로 채워진 대부업 광고들이 수시로 나온다. “이제는 본인인증, 신용등급 확인 없이 대출한도를 확인가능”(웰컴론), “소득이 확인되면 이젠 500”(바로크로디트)라는 다소 실용적인(?)내용도 있다. 대부업 TV광고의 유혹은 더욱 세련된 방식으로 변모해 스토리를 담은 드라마 형식을 취하기도 한다. 영상도 과거의 촌스러움을 벗었다.

이러다보니 케이블TV에서도 대부업 광고를 규제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대 국회는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9조(대부조건의 게시와 광고)를 개정해 “대부업자 등은 평일 오전7시~9시, 오후1시~10시(토요일·공유일은 오전7시~오후10시)까지는 방송을 이용한 광고를 해서는 아니된다”고 결정했다. 불과 지난해 7월 24일의 일이다.

러시앤캐시 TV광고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이하 방통위)가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묶어놨던 대부업 광고를 PPL과 가상광고 형태로 풀어주겠다는 계획을 밝혀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방통위는 “알콜성분 17도 미만 주류, 대부업 등 개별법에서 일정 시간대에만 방송광고를 제한하는 상품의 경우 개별법상 방송광고가 허용되는 시간대에는 다른 방송광고와 마찬가지로 가상광고, 간접광고도 가능하도록 규제체계를 정비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각 방송사들의 메인 드라마가 보통 10시~11시에 편성되므로 거기에 대기업 PPL과 가상광고를 넣을 수 있게 해주겠다는 의미다.

‘17도 미만 주류’ 광고 또한 대부업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애초 국민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술과 담배에 대한 TV광고를 규제해야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17도 미만 도수의 주류만 오전7시~오후10 이외 시간에 광고를 할 수 있도록 제한됐다. 담배의 TV광고는 여전히 금지돼 있다. 그렇기에 방통위의 입장에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공론을 거쳐 사회적 합의에 따라 만들어진 규제를 정부가 제멋대로 풀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합의의 과정이 이미 깨졌거나, 규제할 이유 자체가 사라졌다면 공론을 거친 사회적 합의를 정부가 뒤집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업광고’와 ‘주류광고’는 이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 보인다.

대부업 광고의 경우, 19대 국회의 TV광고 제한 규정 통과를 눈여겨봐야 한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은 TV광고 시간이 짧다는 점에서 이용자가 대부조건이나 주의사항 등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부업 광고를 TV화면에서 아예 퇴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어린이·청소년 보호시간에만 대부업 광고를 규제하자는 낮은 수준의 규제안을 주장했다.

법 개정안의 취지는 케이블TV에서도 대부업 광고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거였다. 이는 대부업의 TV광고를 제한해야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깨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대부업으로 인한 사회적 논란 또한 없어졌다고 볼 수 없다. 이자 상한선이 생기긴 했지만 대부업체는 여전히 서민들의 삶을 위협하는 대상으로 인식된다. 대부업 광고 모델 연예인에 대한 비판도 여전하다. 최근 고소영 씨가 J트러스트그룹사 광고를 촬영한 것으로 알려져 비난받았다는 사실을 돌아보면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방통위는 왜 대부업 광고와 주류광고 규제를 풀어주는 시행령 개정에 나서게 된 것일까. 정부의 설명은 매우 불친절했다. 그저 ‘방송광고 제한품목의 가상·간접광고 규제 등을 정비’하기 위한다는 설명뿐이다. 물론 시행령 개정은 법적으론 정부소관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합의 사항을 뒤엎으려면 최소한 그에 걸맞은 설득력 있는 설명을 해야 한다. 국민들을 얼마나 우습게보면 이리 제멋대로냐는 비판을 넘겨 들을 게 아니다.

권순택 기자  nana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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