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입법부의 팽팽한 신경전 속에서도, ‘현안’에 대해 상시 청문회를 열 수 있는 <국회법> 개정안(소위 ‘상시청문회법’)이 19대 국회에서 통과됐다. 청와대가 거부권 행사를 고려하고 친박계 의원들이 ‘국정마비’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방어에 나섰지만 소용없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이하 새 노조)는 31일 공정방송추진위원회 보고서를 내어, 청문회 개최 대상을 확대하는 상시청문회법을 둘러싼 KBS 보도에 대해 “정권 편향의 극치를 보였다”고 혹평했다.

(표=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새 노조는 “국회 의결부터 거부권 행사까지, 청문회 활성화를 담은 국회법 개정에 대한 KBS 메인뉴스 <뉴스9> 리포트 10건을 전수 분석해보면, 양적·내용적 균형을 맞춘 리포트는 전체의 절반뿐이고 나머지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주장을 뒷받침하는데 치중한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뉴스9>가 △네이밍을 통한 편들기 △부정적 효과 집중 보도 △해외사례 아전인수 격 인용 △위헌 시비 앞장 △청와대 재의결 꼼수 모른 척 등 5가지 방식으로 상시청문회법을 편향 보도했다고 설명했다.

<뉴스9>는 20일 상시청문회법 보도를 하면서 ‘365일 청문회법’이라는 자막을 띄웠다. 의도적인 ‘네이밍’으로 볼 수 있다. 새 노조는 “국회 청문회를 활성화하는 법안이라는 긍정적 시각을 아예 시청자들의 뇌리에서 배제시키고자 한 것”이라며 “네이밍을 통한 편파적인 프레임 짜기 수법”이라고 분석했다.

5월 20일 KBS <뉴스9> 보도

같은 날 방송된 <“의결만 하면 언제든 청문회”…거부권 ‘촉각’> 리포트는 ‘부정적 효과’에 집중했다. “정부 부처나 기관들은 무분별한 청문회 개최를 우려”하고 “벌써부터 곤혹스럽다는 반응”이며 “제2의 국회 선진화법이 될 거라는 우려” 등 부정적 언사들을 동원해 노골적으로 청와대와 정부 시각만 담았다는 게 새 노조의 설명이다. 이어, “국회청문회가 활성화됨으로써 가습기살균제 사망 사건이나 세월호 진상규명 등 주요 현안을 둘러싼 정부 견제와 감시가 강화되는 긍정적 효과에 대한 언급은 한 마디도 없었다”고 전했다.

23일 <‘상시청문회법’ 정부 이송…청와대 고심>에도 “정부는 (…) 행정부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우려를 표명”, “청문회 준비에 따른 부담이 국정감사나 국정조사에 버금가는 데다 (…) 사실상 국정 전반에 대해 1년 내내 국정감사가 이뤄지는 셈” 등의 멘트가 담겼다. 새 노조는 “오로지 청와대와 새누리당 입맛에 맞는 내용”이라고 꼬집었다.

23일 <미국 등 외국은?…입법권 비대화 논란> 리포트는 해외사례를 아전인수 격으로 인용한 사례였다. <뉴스9>는 ‘상임위 차원의 입법 공청회, 국정감사, 국정조사 정부 부처의 보고, 인사청문회’ 등으로 선진 의회가 하는 활동을 대부분 하고 있다면서, 상시청문회를 하려면 기능이 중복되는 국감이나 국정조사를 폐지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새 노조는 “미국과 유럽 의회들이 청문회를 상시 개최하거나 일상적이라고 소개해 놓은 뒤 할 말이 궁해지자 억지 해석이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뉴스9>는 25일 <권익위가 국회 하부 기관?…민원 조사 요구권 논란> 리포트에서 상시청문회법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위헌시비와 함께, 당이나 의원들의 개인적 민원 해결을 위해,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앵커멘트부터 “의회 요구로 행정부를 통제할 권한은 없다”면서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민원을 해결하기 위한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특정 정파가 정치적의도가 깔린 민원을 국회에 접수시킨 뒤 권익위가 조사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는 새누리당의 멘트까지 일관되게 상시청문회법을 부정적으로 다뤘다.

5월 25일 KBS <뉴스9> 보도

새 노조는 “해당 사안의 경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새누리당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의견도 있다. 이미 현행 국회법 제127조를 보면 국회가 감사원에 대해 특정 사안에 대한 감사를 명하고 3개월 이내에 국회에 보고토록 하는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사실은 KBS보도에서는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다”며 “<뉴스9>에서 정권 관련 보도는 기계적 중립마저 사라지는 일이 어제 오늘 문제는 아니지만 그저 씁쓸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이 상시청문회법과 관련해 국회에 재의결을 요구한 사실을 보도하는 과정에서도 <뉴스9>는 이것이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라는 점을 짚지 않았다. 보수매체인 조선일보마저도 “19대 국회 임기가 29일까지이고 28~29일이 주말이어서 사실상 27일이 일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인데 이날 재의(再議) 요구를 한 것은 사실상 '불가능'을 요구한 것이란 지적이다”(<“시간끌던 靑, 19代서 손쓸 수 없는 날 거부권”>)라고 썼지만, KBS는 야당 입을 빌어서라도 한 마디의 비판도 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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