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남미대륙에서 치러지는 올림픽이 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하계 올림픽이 질병의 습격으로 인해 무산될 위기에 직면했다.

미국의 CNN 등 주요 언론에 따르면 미국과 러시아, 일본, 이스라엘, 브라질 등 10여 개국의 교수와 의료인 등 전 세계 보건전문가 150명은 27일(현지시간) 마거릿 챈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브라질에서 지카 바이러스 감염이 심각한 상황에서 올림픽 개최를 강행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비윤리적이라고 비판하면서 8월 개최 예정인 리우올림픽을 연기하거나 개최지를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공개 서한 작성자 명단에는 캐나다 오타와대 아미르 아타란 교수와 뉴욕대 의료윤리학부 아더 카플란 교수, 취리히대 크리스토퍼 가프니 교수 등 세계적 권위의 보건 전문가들이 포함돼 있다.

이들에 따르면 브라질에서 지카 바이러스는 의료 전문가들이 알았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결과를 만들고 있으며, 특히 올림픽이 개최되는 리우는 브라질에서도 가장 심각한 도시 중 하나라는 것.

브라질 헤시피에서 한 할머니가 소두증에 걸린 쌍둥이 외손자를 안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우에서 모기를 박멸하려는 노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대회를 연기하거나 대회 장소를 변경해 리우올림픽 참가자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돼 귀국한 뒤 자국민에게 퍼트릴 가능성을 원천차단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올림픽에 참가하려는 선수와 코치, 취재 기자들이 참가 여부를 두고 갈등하고 있다"면서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참가하는 것은 비윤리적인 행위"라고도 지적하기도 했다.

이들 보건 전문가들은 리우올림픽 연기 또는 개최지 변경에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WHO에도 의구심 어린 시선을 보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공식 파트너십을 맺고 비공개 양해각서를 체결한 상태인 WHO가 이해관계 문제로 다른 대안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는 것.

리우의 질병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브라질에서는 신종플루(H1N1) 피해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상황.

지난 25일 브라질 보건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1일까지 신종플루에 걸려 사망한 환자는 588명으로 집계됐다. 이와 같은 수치는 지난해 연간 사망자수(36명)보다 16배나 많은 것.

행정수도 브라질리아를 포함해 신종플루에 걸린 환자는 전국 27개 주 가운데 22개 주에서 보고되고 있으며, 환자수는 2천 988명에 달하고 있다. 상파울루 주가 전체 환자의 절반 가까운 1천 394명에 달했다.

리우올림픽을 앞둔 브라질에서 신종플루 피해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브라질 보건 당국은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신종플루가 유행병처럼 번지는 사태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공해가 심각한 리우 해역에서 치러지는 요트 경기와 관련, 테스트 이벤트에 참가했던 선수들이 의문의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일도 벌어졌고, 리우 앞바다의 오염 문제는 좀처럼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쯤 되면 리우는 현재 사실상 재앙적 질병 사태에 직면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는 8월 5일부터 21일까지 열릴 예정으로 이 기간 브라질 방문 인원은 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들이 브라질의 질병 재앙에 노출되는 셈이다.

상황이 이 지경까지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WHO의 입장은 리우올림픽 개최에 대해 ‘변동 없음’에서 요지부동이다.

WHO는 지난 28일 성명에서 올림픽을 연기하거나 장소를 바꾸는 것이 지카 바이러스 확산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리우올림픽을 연기하거나 취소하기에 공중보건상 타당한 이유는 없다고 리우 올림픽 연기 또는 개최지 변경을 요구하는 세계 보건 전문가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와 같은 WHO의 입장은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기 시작한 시점부터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다.

리우에서의 모기 방역 작업 [AP=연합뉴스 자료사진]

하지만 IOC나 WHO의 이와 같은 입장은 대단히 안일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 대부분은 10대 후반에서 30대 초중반 정도의 연령으로 앞으로 한 아이의 부모가 될 수 있는 연령이다. 이를 감안하면 소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카 바이러스 감염의 위험이 극히 희박하거나 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대회 개최를 강행하는 것은 분명 비윤리적 태도다.

특히 대회기간 중 선수들의 동선을 대회 조직위원회가 완벽하게 관리할 수 없다고 본다면 선수촌에 머무는 선수 가운데 한 명이라도 지카 바이러스 또는 신종 플루에 감염된 사실을 모른 채 동료 선수들과 어울리고 경기를 치르게 된다면 그 영향이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할 수조차 없다.

이런 상황에서 누구보다 먼저 걱정인 것은 대한민국 선수들이다. 올림픽 하나를 바라보고 짧게는 4년 길게는 8년 이상을 기다린 선수들이다. 이들이 질병에 대한 걱정 없이 대회를 치르고 메달도 따는 것이 모든 국민의 바람일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개최지 변경이 답인 것으로 보인다. 아직 시간이 있다. 최근 올림픽 개최 도시를 중심으로 몇 개 도시들이 공동 개최를 한다면 리우가 아닌 다른 곳에서 대회를 치를 수 있다. IOC의 결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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