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웨딩싱어즈의 대미는 따로 준비되어 있었다. 유재석을 비롯한 다섯 멤버 모두가 참여한 가히 웨딩 축가로는 어벤져스가 따로 없는 블록버스터급 이벤트였다. 무엇보다 이 결혼의 신부가 그런 행운을 가질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는 점에서 웨딩싱어즈의 피날레를 장식할 수 있었다.

결혼을 얼마 남기지 않은 때에 불의의 사고로 수술을 받아야 했던 신부의 아버지. 기쁨과 축복으로 가득해야 할 딸의 결혼식을 앞두고 사고를 당한 때문에 아버지는 마음이 너무 무거워 결혼식조차 참석하지 않으려 했다는 안타까운 사연이었다. 그런 아버지를 위해 딸은 신랑과 뜻을 모아 신혼여행비를 수술비로 내놓았다. 기특하지만 안쓰러운 신부가 아닐 수 없다.

어떤 결혼식이나 신부는 울기 마련이지만 이번 웨딩싱어즈에 소개된 신부들의 눈물은 더 짠했다. 그럴수록 감동은 더욱 커졌다. 그리고 무한도전 멤버들의 깜짝 이벤트로 그 감동은 전 국민의 것이 될 수 있었다. 역시나 무한도전의 감동은 다른 예능이 갖지 못하는 특별한 경쟁력이라는 사실을 이번 웨딩싱어즈를 통해 다시 한 번 증명했다.

MBC <무한도전-웨딩 싱어즈> 특집

그리고 지난주 예고를 통해서 무도멤버들 전원이 가담하는 대규모 축가가 있을 수 있음을 알렸는데 역시나 기대 이상의 이벤트였다. 무도 멤버들과 축가 치트키 이적이 합류한 이 마지막 이벤트는 이번 웨딩싱어즈의 화룡점정이었다. 특히 중간평가 때도 얼굴을 비쳤던 이적을 활용한 웃음과 감동을 모두 잡는 ‘이적 사용법’은 이 메인이벤트의 핵심이었다.

이적은 무도와 참 친밀한 존재다. 이번 웨딩싱어즈 중간평가 때에도 유재석 팀에 잠시 합류해서 축가 레퍼터리에는 없는 <다행이다>로 좀 어수선한 유재석 팀의 분위기를 다잡아주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번 마지막 이벤트를 위해서도 이적이 동원됐다. 말로는 다른 게스트들의 스케줄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아닐 것이다.

MBC <무한도전-웨딩 싱어즈> 특집

그렇다고 무도 다섯 멤버로 축가를 한다는 것은 분명 위태로운 일이다. 그래서 또 이적이었다. 그런데 이적이 등장하면서 무도 멤버들의 무차별 공격이 시작됐다. 하하가 “스케줄이 없냐”며 놀려대자 이적은 “무의식 중에 목요일에는 비우게 된다”고 재치 있게 받아칠 줄도 알았다. 그만큼 오랫동안 무도에 불려 다닌 내공이 붙은 이적이었다.

무도는 마지막 사연자를 위해 두 곡을 축가를 부르기로 했다. 상의를 하는 척 했지만 이미 제작진은 축가 두 곡을 미리 준비해뒀다. 축하와 축복이라는 결혼의 상식 외에도 이번 신부와 아버지에게는 특히나 위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가 신부가 되는 딸에게 미안한 마음이 없지 않겠지만 이 아버지는 유독 그 마음이 컸고, 그런 아버지에게 자랑스럽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은 딸을 모두 위로할 수 있는 노래.

MBC <무한도전-웨딩 싱어즈> 특집

누가 불러도 좋았겠지만 이적이라 더 좋았다. 응팔의 기억이 아직 사라지지 않은 우리들에게 이적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걱정말아요 그대>는 위로의 세포를 각성시키는 것만 같았다. 이적의 노래가 흐르는 동안 신부와 아버지가 말없이 흘린 눈물은 그 위로의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그리고 멤버들이 부른 <다행이다>는 이적이 연 위로에 따뜻한 여럿의 손을 얹었다. 그것은 시청자 모두가 생면부지의 타인에게 건네는 위로였고, 남을 위로함으로써 스스로 위로받게 되는 신기한 현상도 아마 느꼈을 것이다.

새삼스럽지만 무도가 주는 감동은 다른 예능이 차마 하지 못할 특별한 경쟁력이다. 일부에서는 예능의 본분을 잃었다는 비판도 없지 않지만 무도의 감동은 분명 재미없다고 할 수 없다. 무도의 감동은 또 다른 재미이고, 경쟁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웨딩싱어즈는 끝났지만 내년에 또 찾아올지 모를 또 다른 모습의 웨딩싱어즈를 기다리게 된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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