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 시리즈의 두 리더, 돌연변이들의 영재학교를 이끄는 수장 프로페서 X와, 인간을 돌연변이들의 공공의 적으로 규정하고 공격하는 매그니토가 서로에게 등을 돌리게 된 이유는 엑스맨의 프리퀄 삼부작에서 줄곧 다루어지던 테마 중 하나다. 전 시리즈에서 백악관을 공격한 매그니토는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폴란드에서 조용하게 살기를 바라지만 세상은 매그니토를 그냥 놓아두지 않는다. 이번 시리즈에서도 매그니토가 인간을 적대시할 만한 사건이 일어나면서 매그니토는 이전 시리즈에 이어 다시 한 번 인간에 대한 증오에 불을 붙인다.

그럼에도 프로페서 X는 매그니토를 적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캡틴 아메리카가 아이언맨을 속여가면서까지 옛 친구 윈터 솔저를 감싸는 것처럼, 프로페서 X 역시 매그니토를 향해 “네 안에는 선한 면이 있다”고 강조한다. 프로페서 X가 인간이 선하게 태어난다고 보는 ‘성선설’을 친구인 매그니토에게 이입한 대사가 아닐 수 없다.

영화 <엑스맨: 아포칼립스> 스틸 이미지

인간과의 공존이 가능하다고 믿는 프로페서 X를 힌두교로 대입한다면 힌두교에서 세상을 유지하는 신인 비슈누, 반면에 돌연변이를 두려워하는 인간과는 공존이 불가능하니 인간을 적대시하는 매그니토는 힌두교의 파괴의 신 시바로 바라볼 수 있다. 매그니토가 다시 한 번 시바 신처럼 세상과 인간에 대한 증오를 증폭시키는 과정이 <엑스맨: 아포칼립스> 안에 드러남으로 영화는 매그니토가 인간을 왜 그토록 적대시하는가에 대한 사연을 강화하고 있다.

<엑스맨: 아포칼립스>에서 고대로부터 신으로 추앙받아온 최강의 돌연변이 아포칼립스 역시 시바의 기능, 그러니까 세상을 파괴하는 파괴자의 기능을 수행한다. 한데 이 영화의 난제 가운데 하나는 아포칼립스의 힘에 의해 온 세상에서 쏘아 올려진 핵탄두의 묘한 행보다.

영화 <엑스맨: 아포칼립스> 스틸 이미지

아포칼립스가 자신의 전지전능한 힘을 과시하기 위해 미국은 몰론 러시아와 중국, 영국 등 핵보유국들이 가지고 있던 세상의 모든 핵탄두들이 대기권 밖으로 날아가는 장면까지는 영화가 묘사하고 있지만, 이 핵탄두들의 최종 행방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이 첫 번째 난제다. 참고로 이 기술은 스포일러는 아님을 밝힌다. 마지막 시퀀스가 아니라 아포칼립스가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영화 중반에 벌이는 장면이다.

또 다른 난맥은 아포칼립스를 따르던 추종자 돌연변이 중 몇몇이 자신에게 우월한 힘을 제공해준 은인인 아포칼립스를 배신하는 동기가 미미하게 묘사된다는 점이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가장 애용하는 소재 가운데 하나는 바로 ‘가족주의’다.

영화 <엑스맨: 아포칼립스> 스틸 이미지

한데 아포칼립스를 따르던 돌연변이 가운데 한 명은 미스틱이 가족주의를 강조해 오자 마음을 고쳐먹고 덜연 미스틱의 편으로 돌아선다. 가족주의, 혹은 지키고 싶은 대상을 강조하고자 하는 차원이 진정성 있게 관객에게 다가섰는지 의문이 드는 돌연변이의 회심이 아닐 수 없었다. 각본가 매튜 본의 부재에서 오는 애로점인지,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실력이 빛을 바랜 건지 알 수 없는 의아한 마지막 프리퀄이 되고 말았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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