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번 로맨틱 코미디 전성시대가 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주중과 주말 로코의 재미가 가득했다. 월화는 <또 오해영>이 수목은 <운빨로맨스>가 주말에는 <미녀 공심이>가 상징적인 로코가 되고 있다. 지성과 혜리가 출연하는 <딴따라> 역시 로코 전성시대 한 몫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앞선 세 작품이 대표작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로코 전성시대 다시 온다;
가볍고 유쾌한 사랑이야기에 환호하는 시청자, 진짜 로코 퀸은 누가될까?

장르 드라마나 가족 드라마가 지나간 후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가 다시 등장해 많은 시청자들을 환호하게 하고 있다. 3포를 넘어 7포 시대가 일상이 되어가는 현실에서 로코는 어쩌면 이 시대에 꿈꿀 수 있는 행복한 사치일지도 모르겠다.

로맨틱 코미디는 하나의 장르로서 구축되어 있다. 그리고 국내에서 이 장르는 단골이기도 하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장르, 최고의 스타들이 나와 벌이는 사랑이야기는 언제나 화제를 모을 수밖에 없다. 너무 많아 식상하다는 비난을 받았던 로코가 진화의 꼬리표를 달고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MBC <운빨로맨스>, tvN <또! 오해영>, SBS <미녀 공심이> 포스터

이 특화된 장르의 특징 중 하나는 남녀 관계의 획일화다. 남자 주인공은 우선 무조건 잘생겼다. 그저 외모만 특출 난 것이 아니라 능력도 탁월하다. 여주인공만이 아니라 어떤 누구라도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완벽한 남자다. 이것도 모자라 대부분 재벌이나 그에 준하는 엄청난 재산을 가진 인물이라는 것도 특징 중 하나이다.

여주인공들은 대부분은 가난하다. 빚에 쪼들리거나 삶에 지친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상대적으로 못생겼다는 평가를 듣기도 하고, 자신의 업무에서도 탁월함보다는 조금은 부족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모두가 선호하는 남주인공은 상대적으로 열악해 보이는 여주인공에게 사랑에 빠진다. 이게 로코의 기본 공식 중 하나다.

디즈니식 왕자와 공주의 이야기는 이렇게 변화를 유지하며 생명력을 연장하고 있는 중이다.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는 세 편의 로코의 특징 역시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오해영과 공심이는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미녀들이지만 극중에서는 못생겼다고 한다. 외모적인 문제로 평생 지적받으며 살아왔던 그들을 백마를 탄 왕자가 사랑한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마저도 재미있게 만드는 것이 바로 로코의 힘이다.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 서현진

<또 오해영>에서 오해영은 두 명이다. 이 잔인한 설정은 극단적인 평가를 요구하게 만들고 한 명은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주눅 든 삶을 살았던 해영은 한 남자를 만나며 지독한 사랑의 열병에 시달리게 된다. 모두가 예상했듯 문제의 오해영이 다시 등장한 이들의 사랑을 흔들고, 난파선처럼 휘청거리는 사랑을 다잡아 가는 과정이 재미다.

<미녀 공심이> 역시 크게 다르지는 않다. 너무 잘난 언니로 인해 피해의식을 가지며 성장했던 공심이. 공부도 못해 취직도 힘겨운 그녀는 빠지는 머리카락으로 인해 단발머리 가발을 써야만 한다. 자신의 꿈을 위해 살고 있던 옥탑방을 세주고 학원에 다니기도 했던 그녀는 그렇게 엮인 남자와 사랑에 빠지기 시작한다.

모든 것을 가진 언니는 마지막 목표인 재벌가의 며느리가 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짜고 그렇게 모든 것이 완성되어 가는 듯했다. 하지만 결국 진짜는 공심이를 사랑하는 남자라는 것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디즈니 식 이야기의 새로운 변주다.

SBS 주말드라마 <미녀 공심이> 민아

이번 주 새롭게 시작한 <운빨로맨스>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원작과는 다르게 변신한 이 드라마의 핵심은 모든 것을 가진 남자와 아무 것도 없는 캔디형 여주인공의 사랑이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간절함은 로맨스까지 잉태하게 만들었다. 사랑하는 동생을 살리기 위해 점쟁이가 언급한 호랑이띠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라는 말에 거사를 치르기 위해 준비하는 그녀는 진짜 호랑이띠 남자를 만난다.

가짜 호랑이 띠 남자와 진짜 호랑이 띠 남자가 여주인공을 향해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며 시작부터 본격적인 다각관계를 구축했다.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여 주인공을 무조건 사랑하는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와 사랑할 수밖에 없게 되는 천재 게임회사 CEO의 모습은 현실과는 전혀 무관한 그들만의 세상이다.

앞선 두 드라마의 여주인공들인 오해영과 공심이는 못생겼다는 설정이다. 물론 아무리 봐도 못생겼다는 말과 거리감이 큰 미녀들을 앞세운 이런 이야기는 당황스럽게 다가올 정도다. 그럼에도 몰입하게 되는 것은 작가가 만들어내는 이야기의 힘 때문이다.

MBC 수목미니시리즈 <운빨로맨스> 황정음

그나마 <운빨로맨스>의 심보늬만이 색다른 여주인공으로 다가온다. 미신을 맹신하는 당황스러운 존재이기는 하지만 천재에 버금가는 탁월한 프로그래밍 능력을 갖춘 존재다. 여기에 마음씨도 좋다. 자신에게 월급도 주지 않고 도망쳐 카지노에서 상주하는 사장을 원망보다는 측은지심으로 바라보는 그녀는 마치 천사와 유사한 관계로 설정되어 있다.

하나 남은 피붙이인 여동생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질 준비가 된 그녀를 찾는 두 남자로 인해 그들의 사랑은 복잡하게 얽히기 시작한다. 누가 더 운빨이 좋아서 로맨스의 승자가 될지 확실하게 드러나 있지만 그 과정에 대한 기대감은 존재한다.

이 세 드라마에서 주인공은 남자보다는 여자다. 세 명의 여자주인공들은 남자 주인공들에 비해 많은 부분에서 부족하다. 집안은 물론 개인의 능력, 사회적 지위마저도 비교가 안 될 정도인 그녀들이지만 모든 것을 갖춘 그 남자들은 그녀들을 사랑한다. 현실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을 그들은 참 잘도 해낸다. 기본적으로 알아내기 어려운 그녀들의 진심과 장점을 알아보고 험난한 사랑을 완성해가는 이 남자들의 모습은 일면 헛헛하기도 하다.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화제와 재미, 시청률이라는 삼박자를 모두 갖추게 만드는 황정음이 가장 늦게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라질 듯하다. 첫 주 방송분에서 드러난 <운빨로맨스>의 재미는 앞선 두 로코에 비해 아쉬움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서현진이 만들어낸 오해영의 가치와 망가져 제대로 된 가치를 입증하게 된 민아에 비해 황정음의 심보늬는 밋밋하게 다가온다. 다채로운 캐릭터를 구축하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MBC <운빨로맨스> 황정음, tvN <또! 오해영> 서현진, SBS <미녀 공심이> 민아

현재 시점에서 로코 퀸은 서현진의 몫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녀가 만들어가고 있는 오해영은 우리가 기대하는 로맨틱 코미디 여주인공의 모든 가치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뒤늦게 출발했지만 공심이의 미녀 되기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서현진 못지않고 완전히 망가져 스스로 아이돌이 아닌 연기자 민아로서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드라마적 재미를 극대화하고 여주인공이 스스로 망가져 더 큰 가치를 생산해내는 <또 오해영>과 <미녀 공심이>는 분명 그렇고 그런 로코물들 속 빛나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들이다. 그 안에서 살아 숨 쉬는 연기를 하는 서현진과 민아는 로코 퀸의 자리를 두고 다퉈도 좋을 정도로 탁월한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서현진과 민아에 비해 황정음은 아쉽게 다가온다. 기존 그녀 이미지를 복제하고 이야기의 흐름마저 신선하지 않은 상황에서 비교 우위를 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첫 방송 1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기대치를 그대로 반영했다. 하지만 2회 시청률은 8%대로 주저앉으면 1위 자리도 내주고 말았다.

그만큼 첫 방송에 대한 아쉬움을 시청자들이 그대로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다. 앞선 두 드라마가 방송될수록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양산하고 있는 것과는 비교가 될 정도다. 물론 방송 첫 주라는 점에서 앞으로 변수는 많아질 수밖에 없다. 현재 시점에서 로코 퀸의 순위는 서현진, 민아, 황정음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점점 매력을 더 해가는 서현진과 민아가 과연 최근 로코의 여왕이었던 황정음을 밀어내고 새로운 로코 퀸이 될지도 궁금해진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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