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심사가 장기화하고 있는 것을 두고 다시 한 번 ‘여론전’이 시작됐다. 경제지가 시작한 여론전에 인터넷신문과 일간지마저 가담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공정위 다음으로 이번 인수합병을 심사하는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에서도 말이 나왔다. 최양희 장관은 26일 출입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인수·합병 심사가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어 조기에 결론이 났으면 좋겠다”며 20대 국회가 통합방송법안을 논의하는 것과 별개로 심사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관련기사: 연합뉴스 2016년 5월 26일자 <최양희 “SKT-CJ헬로비전 합병 심사 생각보다 지연”(종합)>

인수합병을 둘러싼 발언과 기사가 쏟아지는 배경에는 공정위가 ‘장고’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SK는 지난해 12월 초에 관련 서류를 제출했으나, 공정위는 6개월이 다 되도록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 배경을 두고 ‘SBS가 결사반대하는 까닭에 청와대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등 여러 추측이 나온다. SBS는 SK, CJ와 관련해 최근까지도 비판적인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SBS가 원하는 방향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로 안다”고 말했다. 한 국회 관계자는 “6월 10일 전후로 공정위가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양희 장관의 발언으로 짐작할 수 있는 점은 공정위가 ‘시기’가 아닌 ‘가부’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내용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 공정위에 대고 “항간에는 야당과 지상파 방송사들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인수합병에 대한 ‘사인’을 주지 않자 공정위가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한국경제 사설), “문제는 기약 없는 심사 지연이 해당 기업들의 신사업 구상에 막대한 차질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매일경제 사설), “(승인하든 불허하든) 시간 끄는 것이야말로 규제 중의 왕(王) 규제 아닌가”(한국일보 사설)라고 지적하는 것은 SK와 CJ를 대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두고 경쟁사인 이동통신사의 한 임원은 “SK가 다시 여론전을 시작한 것”이라고 봤다.

▲한국일보 2016년 5월 24일자 사설

지상파-KT-LG유플러스와 SK-CJ 간 전선이 명확하고 공정위가 장고를 이어갈수록 ‘스피커’들의 몸값만 높아지고 있다. 언론이 이번 인수합병 심사를 계기로 방송통신시장의 독과점, 방통융합시대에 맞는 새로운 공공성,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같은 것을 고민하고 제시해야 하나 ‘공정위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언론 관련 학회들은 이미 양쪽의 후원을 받아 세미나와 토론회를 수십 차례나 열었다. 미래부와 방통위에서 “심사위원회에 들어갈 전문가를 찾기 어려울 상황”이라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오는 상황이 됐다. 언론과 학계가 광고주, 스폰서인 기업에 종속돼 버린 상황이다.

SK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추진에 대해 더 많은 논의가 있어야 한다. 이동통신 1위 사업자와 케이블 1위 사업자가 만나고, 한 회사가 IPTV와 케이블을 함께 서비스하겠다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밑바닥에 있는 원·하청 노동자들에 관한 문제부터 지역채널 발전 방향 등 중장기 방송통신 정책에 대한 제안과 토론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은 방송통신업계에 만연한 다단계 하도급, 위축된 지역채널의 문제를 바로잡고 새로운 공공성을 논의할 수 있는 최적기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SK가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추진을 공식 선언한 시점부터 이를 둘러싼 모든 발언과 제안은 그 저의를 의심받는 상황이다. 언론과 학계가 사업자들의 정보와 역정보, 광고와 협찬에 휘둘렸기 때문이다. 언론과 학계는 정부부처에 다양한 제안과 고민거리를 던져주면서 숙고를 유도했어야 했으나 제 역할을 못했다. 그런데 이제와서 공정위만 때리고 있다. 언론에 그럴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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