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서남부지역 연쇄살인사건 피의자 강○○ 이름을 딴 휴대폰인 ‘강○○폰’이 출시됐다는 언론 보도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일부 언론은 삼성전자의 최신 휴대폰을 소개하면서 ‘강○○폰’이라고 보도했으나, 정작 삼성전자는 ‘강○○폰’이라는 말을 사용한 적이 없다.
언론들의 ‘강○○폰’ 보도는 삼성전자가 24일 “청소년과 여성을 위해 강력한 신변보호 기능을 탑재한 호신용폰인 애니콜 ‘SPH-W7100’을 3월 13일 전후로 선보일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배포한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삼성전자의 보도자료에는 ‘신변 보호 기능’이 상세히 설명돼 있을 뿐 피의자 강○○ 이름은 물론 ‘강○○폰’이라는 단어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언론들은 무차별적으로 피의자의 이름을 사용해 보도 하고 있다.
삼성전자, '강○○폰' 선보인다 <머니투데이>
애니콜, 호신용 '강○○폰' 선보인다 <마이데일리>
강○○폰, ‘강○○ 꼼짝마’ <아이비타임즈>
강○○ 만나면 경고음" 호신용폰 나온다 <아시아투데이>
'강○○ 꺼져'… 삼성 '호신폰' 선보인다 <노컷뉴스>
'강○○폰'으로 안전 지키세요~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당초 노컷뉴스는 기사 제목을 “삼성 애니콜, ‘강○○폰’ 선보인다”로 했으나, 네티즌들의 질타와 비난이 이어지자 후에 “‘강○○ 꺼져’… 삼성 ‘호신폰’ 선보인다”로 바꿨다. 그러나 바뀐 기사 제목에서 피의자 이름을 언급하는 동시에 ‘꺼져’라는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해 네티즌들이 더욱 반발하고 나서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네티즌들은 이에 대해 “왜 많고 많은 좋은 단어들은 놔두고 범죄자의 이름을 내걸어서 이 좋은 폰을 더럽히냐” “기사가 어처구니가 없다” “삼성은 기자한테 소송 걸어라” 등 비난을 쏟아붓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인기 유행어를 인용해 “기자하기 참 쉽죠잉~”이라고 비아냥대며 기사 제목을 바꾼 행태를 지적하기도 했다.
휴대폰을 출시한 삼성전자도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홍보팀 관계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강○○폰’이라는 이름이 쓰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처음 몇 개 언론이 ‘강○○폰’이라는 말을 써서 (수정을) 요청했으나, 지금 (이렇게 보도한 언론이) 너무 많아져서 손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과 유가족들을 고려해서 이러한 이름을 사용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괜한 오해를 받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후 4시 네이버에서 ‘강○○폰’을 검색했을 때 수십개 기사가 뜬 것과는 달리, 오후 6시50분 현재는 5개 언론사 기사만 검색되는 등 ‘강○○폰’이라는 제목과 본문 표현을 쓴 기사가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당초 ‘강○○폰’이라고 보도한 언론들은 ‘호신폰’ 등으로 수정해 다시 기사를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