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서남부지역 연쇄살인사건 피의자 강○○ 이름을 딴 휴대폰인 ‘강○○폰’이 출시됐다는 언론 보도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일부 언론은 삼성전자의 최신 휴대폰을 소개하면서 ‘강○○폰’이라고 보도했으나, 정작 삼성전자는 ‘강○○폰’이라는 말을 사용한 적이 없다.

언론들의 ‘강○○폰’ 보도는 삼성전자가 24일 “청소년과 여성을 위해 강력한 신변보호 기능을 탑재한 호신용폰인 애니콜 ‘SPH-W7100’을 3월 13일 전후로 선보일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배포한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 신변보호 기능을 탑재한 호신용폰인 애니콜 ‘SPH-W7100’ⓒ삼성전자
‘신변 보호 기능’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이 휴대폰은 위급 상황 시 저장된 사람들에게 저장해 놓은 내용의 긴급 메시지와 지역의 GPS 지도를 전달한다. 휴대폰이 꺼질 경우, 긴급 메시지와 휴대폰 전원이 꺼진 지역의 위치를 전송하는 ‘전원 꺼짐 알림’ 기능도 가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보도자료에는 ‘신변 보호 기능’이 상세히 설명돼 있을 뿐 피의자 강○○ 이름은 물론 ‘강○○폰’이라는 단어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언론들은 무차별적으로 피의자의 이름을 사용해 보도 하고 있다.

삼성전자, '강○○폰' 선보인다 <머니투데이>
애니콜, 호신용 '강○○폰' 선보인다 <마이데일리>
강○○폰, ‘강○○ 꼼짝마’ <아이비타임즈>
강○○ 만나면 경고음" 호신용폰 나온다 <아시아투데이>
'강○○ 꺼져'… 삼성 '호신폰' 선보인다 <노컷뉴스>
'강○○폰'으로 안전 지키세요~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오후 5시 네이버 뉴스. ⓒ화면 캡처
이런 가운데 이날 오전 11시54분 싸이월드 뉴스에 송고한 노컷뉴스 “‘강○○ 꺼져’… 삼성 ‘호신폰’ 선보인다” 기사가 네티즌들의 강한 비난을 받고 있다. 오후 6시30분 현재, 이 기사에는 약 23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당초 노컷뉴스는 기사 제목을 “삼성 애니콜, ‘강○○폰’ 선보인다”로 했으나, 네티즌들의 질타와 비난이 이어지자 후에 “‘강○○ 꺼져’… 삼성 ‘호신폰’ 선보인다”로 바꿨다. 그러나 바뀐 기사 제목에서 피의자 이름을 언급하는 동시에 ‘꺼져’라는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해 네티즌들이 더욱 반발하고 나서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네티즌들은 이에 대해 “왜 많고 많은 좋은 단어들은 놔두고 범죄자의 이름을 내걸어서 이 좋은 폰을 더럽히냐” “기사가 어처구니가 없다” “삼성은 기자한테 소송 걸어라” 등 비난을 쏟아붓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인기 유행어를 인용해 “기자하기 참 쉽죠잉~”이라고 비아냥대며 기사 제목을 바꾼 행태를 지적하기도 했다.

▲ 싸이월드 뉴스에 송고한 노컷뉴스“'강○○ 꺼져'… 삼성 '호신폰' 선보인다”기사에 달린 네티즌들의 댓글. ⓒ화면 캡처
삼성전자 “피해자와 유가족 고려해 ‘강○○폰’ 보도 원치 않아”

휴대폰을 출시한 삼성전자도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홍보팀 관계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강○○폰’이라는 이름이 쓰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처음 몇 개 언론이 ‘강○○폰’이라는 말을 써서 (수정을) 요청했으나, 지금 (이렇게 보도한 언론이) 너무 많아져서 손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과 유가족들을 고려해서 이러한 이름을 사용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괜한 오해를 받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후 4시 네이버에서 ‘강○○폰’을 검색했을 때 수십개 기사가 뜬 것과는 달리, 오후 6시50분 현재는 5개 언론사 기사만 검색되는 등 ‘강○○폰’이라는 제목과 본문 표현을 쓴 기사가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당초 ‘강○○폰’이라고 보도한 언론들은 ‘호신폰’ 등으로 수정해 다시 기사를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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