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경기에서 대수비로 잠깐 나왔던 강정호는 낯 경기 선발 4번 타자로 나서 3안타를 쳐냈다. 메이저리그 진출 후 첫 한 경기 3안타 경기를 만든 강정호의 타격감은 여전히 뜨겁기만 하다. 상대 투수와의 대결에서 밀리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공을 유도하는 끈질긴 승부욕이 강정호의 장점으로 각인되고 있다.

강정호 8회 2사 만루 2타점 적시타, 해적단의 대단한 보험이 된 킹캉의 힘

부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던 강정호는 시즌 첫 경기에서 홈런으로 자신의 복귀를 자축했다. 말하는 대로 모든 것이 이뤄지는 강정호 매직은 그렇게 화려하게 2016 시즌을 밝혔다. 부상 후 복귀한 강정호를 위해 완벽하게 적응할 때까지는 2경기 선발에 1경기 휴식일을 지정할 정도로 피츠버그에서 강정호의 존재감은 크다.

강정호의 보험용으로 영입한 프리즈까지 연일 호타를 보이며, 피츠버그는 다양한 옵션마저 강한 힘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메이저 최고 승률을 올리고 있는 시카고 컵스를 빠르게 추격하는 해적들의 경기는 그래서 흥겹다.

피츠버그의 에이스인 콜이 등판한 오늘 경기 초반 주인공은 투수 콜이었다. 1회 실점을 하며 어려운 경기를 끌어갔지만 1사 만루 상황에서 강정호의 안정적인 수비가 콜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물론 평범한 타구였고, 만루 상황에서 홈으로 송구해 실점을 막는 것은 당연하고 일상적인 수비다. 하지만 타깃이 상대적으로 짧고 주자에 의해 송구 라인이 가려지는 경우가 많아 실책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자연스런 수비는 특별하게 다가왔다.

미국프로야구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강정호(29)가 26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PNC 파크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홈경기 1회에서 안타를 터뜨린 후 공을 바라보는 모습. (피츠버그 AP=연합뉴스)

강정호는 첫 타석에서는 내야 땅볼로 물러났다. 물론 주자들을 한 베이스 씩 진루하게 했으니 나쁜 것은 아니었다. 1-0으로 끌려가던 경기를 뒤집은 것은 맥커친이나 최근 물오른 타격감을 선보이고 있는 폴란코가 아니었다. 2회 역전의 주인공은 바로 선발 투수인 콜이었다.

1회 실점과 위기 상황에 이어 2회에도 만루 상황을 힘겹게 넘긴 콜은 이런 투구를 만회하기라도 하듯, 1사 1, 2루 상황에서 코빈을 상대로 3점 홈런을 쳐내며 3-1로 역전을 시켰다. 선발 투수 코빈에게 2루타를 내준 콜은 마치 복수라도 하듯 첫 타석에서 역전 3점 홈런을 만들어냈다.

콜은 3회에도 만루 상황을 만들며 위기를 자초했다. 물론 실점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타석에서 두 개의 장타를 때려낸 것과 달리 마운드에서는 공을 너무 남발하며 상대를 압도적으로 잡아내지는 못했다. 결과적으로 5이닝만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3-1 상황은 곧바로 동점으로 이어졌고, 자연스럽게 콜은 승리투수가 될 수 없었다. 1회 시작부터 많은 위기를 만들었던 것이 결국 승리투수가 될 수 있는 기회마저 놓치는 이유가 되었다. 홈런과 2루타를 쳐내며 타선을 이끌기는 했지만, 마운드에서는 상대적으로 아쉬움이 컸다.

3회 두 번째 타석에 나선 강정호는 시원한 2루타로 오늘 경기 첫 안타를 만들어냈다. 장타율이 0.690을 기록하고 있는 강정호의 위엄이 잘 드러난 장타였다. 5회 세 번째 타석에서는 잘 맞기는 했지만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나고 말았다. 피츠버그 구장에서 가장 깊은 곳으로 향한 공이라는 점에서 전 경기에서 120m가 넘는 타구를 치고도 아웃이 되던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물론 그 타구보다 조금 얇기는 했지만 말이다.

5회 콜이 삼진 퍼레이드를 하며 상대를 압박하고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6회 애리조나는 바뀐 투수를 상대로 동점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피츠버그는 강했다. 동점 직후 곧바로 강한 집중력을 보이며 5-3으로 역전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강정호는 네 번째 타석인 7회 다시 내야 수비를 뚫어내는 안타로 멀티 히트를 만들어냈다.

강정호 [AP=연합뉴스 자료 사진]

주자 하나를 두고 만들어낸 강정호의 안타로 인해 추가 득점이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점수를 벌이지는 못했다. 8회 추가 득점에 성공한 후 6-3까지 경기를 벌였지만 아직 부족했다. 더욱 만루 상황에서 앞선 프리즈가 삼진으로 물러난 후 강정호는 차분하게 자신의 공을 기다렸다.

4번이라는 중책이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만큼은 강정호가 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낸 모습이었다. 만루 상황에서 강정호는 상대 투수의 연이은 브레이킹 볼을 골라냈다. 강정호가 강속구에 강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상대 투수들은 쉽게 승부를 하지 않았다.

밀어내기를 할 수 없는 투수는 브레이킹 볼 뒤 어쩔 수 없이 속구를 던질 수밖에 없었다. 높게 제구된 빠른 공을 놓칠 강정호가 아니었고, 만루 상황에서 좌익수 앞으로 흘러가는 적시타는 그렇게 피츠버그의 승리를 확정시키는 한 방이었다. 2타점 적시타를 쳐낸 강정호는 진짜 4번 타자였다.

올 시즌 3회 이전 안타를 치지 못했던 강정호는 그런 기록도 깼고, 한 경기 최다 안타인 3안타도 때려냈다. 여기에 만루 상황에서 기회를 놓치지 않고 팀 승리를 굳히는 결정적인 2타점 적시타도 때려냈다. 피츠버그에게 신바람 야구를 선사하고 있는 강정호는 그렇게 오늘 경기에서 해적단을 이끌며, 최근 좋은 모습을 보이던 애리조나에게 스윕 승을 가져가게 되었다.

강정호가 대단한 것은 3개의 안타를 만들어냈기 때문은 아니다. 그 과정에서 보여준 경기를 지배하는 능력이다. 상대 투수들은 강정호의 약점과 장점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런 약점을 파고드는 투구를 이어가고 있지만 강정호는 그런 투수들의 공략을 이겨내고 있다. 자신에게 유리한 공을 얻기 위해 브레이킹 볼은 커트를 해내거나 골라낸다.

볼넷으로 강정호를 매번 내보낼 수 없는 상황에서는 상대가 강점을 보이는 강속구를 던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자신이 원하는 공을 노리며 상대를 압박한 후 직구가 들어오면 거침없이 휘둘러 안타를 만들어내는 강정호는 위대하다. 오늘 경기에서도 킹캉쇼는 화려했고, 피츠버그가 애리조나를 상대로 스윕을 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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