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오는 7월 말 청주MBC와 충주MBC의 합병 절차가 마무리된다. 방통위는 26일 전체회의를 열고 변경허가 기본계획을 의결했는데, 외부전문가를 포함한 심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고, 오는 7월 말 최종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방통위는 “지역적‧문화적 필요성과 안정적 조직 및 인력운영, 재정능력 등을 중점 심사하기로” 했으나 합병 추진 과정에 있었던 노동조건 저하에 대해서는 평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광주-목포-여수MBC, 대구-포항-안동MBC도 광역화를 추진하는 등 서울MBC가 주도하는 광역화 정책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방통위의 첫 결정이 중요해졌다.

지역MBC의 지분을 대량 보유하고 있는 서울MBC는 그 동안 지역MBC 광역화를 추진해왔다. 청주-충주MBC는 5년 전부터 통합을 추진했고, 소액주주들의 주식도 매입했다. 각 노동조합과는 “강제적인 구조조정은 없다”는 합의도 마쳤다. 두 회사는 지난 3월 10일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에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방통위는 이튿날 이 서류를 접수했다. 두 사업자는 심사위원회 심사, 방통위의 의결 및 의견청취가 끝나고 10월 1일자로 통합법인이 출범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방통위와 심사위원회는 사업자들이 제출한 신청 서류를 바탕으로 허가 여부를 심의, 의결하는데 여기에는 통합 추진 과정에서 있었던 문제들이 심사와 점검의 대상이 아니다.

제작인력 감축 등 노동 문제가 대표적이다. 두 사업자는 합병을 추진하면서 매년 명예퇴직을 시행했고, 그 공백을 촉탁직과 프리랜서 등으로 메웠다. 카메라, CG, 아나운서도 프리랜서로 고용하고 있다. 이태문 전국언론노동조합 청주MBC지부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2014년에도 10명이 명예퇴직을 했고, 이들을 촉탁직으로 재고용했다. 그리고 프리랜서를 활용해 급여를 크게 줄였다”며 “청주도 충주도 거의 매년 경영을 효율화한다는 이유로 명예퇴직을 시키고 프리랜서를 늘렸다”고 전했다.

청주MBC와 충주MBC는 방통위에 각각 2016년 3월 기준 각사의 직원이 75명, 43명이고 합병법인인 ‘MBC충북’ 직원은 118명이 될 것이라고 보고했다. 이 숫자는 그 동안 두 회사가 꾸준히 인력을 ‘감축’한 결과일뿐더러 계약직이 빠져 있다. 송재경 청주MBC 경영사업국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정규직과 무기계약직만 포함한 것이고 촉탁직과 프리랜서는 빠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광고매출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모두 정규직으로 데리고 갈 수는 없다. 합병을 하더라도 3년 간 인력이 남는다”고 말했다.

실제 청주MBC가 지난 4월 공시한 2015년도 감사보고서의 손익계산서를 보면, 이 방송사는 ‘급여’ 지출액은 2014년 14억4523만원에서 2015년 13억1182만원으로 줄었다. 언뜻 보기에 정년퇴직의 공백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다른 부분에 있다. 감사보고서 내 부가가치 관련자료의 ‘급여’ 계정에 명시된 총액은 2014년 51억9218원에서 2015년 41억8859만원으로 20%나 줄었다. 충주MBC도 마찬가지다. 손익계산서 내 ‘급여’는 2014년 8억4760만원에서 2015년 6억2305만원으로 줄었다. 부가가치 관련자료 상 ‘급여’ 총액은 2014년 33억1001만원에서 2015년 27억7982만원으로 16% 줄었다.

두 회사 모두 방송제작의 영역을 일부분 외주화하고, 노동조합이 포괄하지 않은 영역의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광역화가 지역성 강화에 역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송재경 청주MBC 국장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뽑은 사람들이 많다. 2~3년 동안 10여명이 은퇴를 한다”고 전했다. 합병이 성사되더라도 MBC충북의 제작인력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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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방통위가 광역화 추진 과정에서 일어난 문제를 점검하고 지역성을 제고하는데에 의지가 없다는 점이다. 방통위 지상파방송정책과에 따르면, 두 사업자는 고용구조를 설명하지 않고 전체 직원의 수만 공개했다. 방통위와 심사위원들이 착시를 일으킬 수 있다. 방통위 고낙준 지상파방송정책과장은 “필요하면 실사를 할 수 있고, 계획서를 허위로 작성했다면 제재할 수 있지만 우리가 직원들을 줄 세워서 수를 셀 수는 없다”고 말했다.

고낙준 과장은 이어 “방통위의 기본업무는 사업자가 제출한 계획이 적절한지를 심사하고 허가를 내줄지 말지 결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두 회사에서 신청서에 노사 합의서를 첨부했는데 ‘강제적 인력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직원의 고용안정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것도 직접고용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에 한정된 내용이다. 송재경 청주MBC 국장은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고용을 보장하는 기간은 언제까지냐’고 묻는 질문에 “이런 노사합의의 경우, 법원은 최장 5년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청주-충주 MBC 합병은 잇따라 추진될 광주-목포-여수MBC, 대구-포항-안동MBC 합병의 신호탄이다. 그래서 이번 심사결과와 방통위의 정책방향은 더욱 중요하다. 지난 2~3월 MBC가 추진한 공동상무제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져야 하나, 사업자들은 이번 합병 신청서류 상 사업계획에 이를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고낙준 과장은 “심사위원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나중에 서류를 보정해서 제출받으면 된다”고만 말했다.

심각한 문제는 방통위가 사업자들의 고용구조 현황과 지역성 제고 방안을 유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데에 있다. 정부의 지역방송 정책은 지역MBC 광역화에 이어 지역방송 통합에 맞춰져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과 방통위는 지난 2월 비공개 워크숍에서 지역MBC 광역화에 이어 지역지상파방송사업자에 대한 상호 소유규제 완화를 추진하면서 대기업의 방송사 소유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지금까지의 지상파 방송정책을 포기하는 내용이다.

서울MBC가 주도하는 지역MBC 광역화가 줄줄이 추진되고 있는 와중에 방통위 결정이 중요해졌다. 김재홍 부위원장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현재 지역MBC 통합은 완전한 경영논리, 경영합리화에 따라 하는 것”이라며 “방송의 지역성과 다양성 같은 것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고 지적했다. 김재홍 부위원자은 “소지역의 자율성을 존중해가면서 통합이 되도록 (방통위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문 청주MBC지부장은 “경영이 어려워 법인만 붙이는 식의 합병이 돼선 안 된다”며 “방통위가 지역방송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는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MBC가 그 동안 광역화를 추진하면서 지역에서 일어났던 문제들을 살피고, 인력구조와 지역성을 따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진짜 합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호남권 지역MBC의 경우, 통합법인 출범 시기를 2017년 1월 1일로 잡고 있다. 오는 30일부터 사흘 간 광주, 목포, 여수에서 직원을 대상으로 광역화 관련 설명회도 열린다. 그러나 상황은 여의치 않다. 서울MBC가 9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광주MBC와 달리, 목포MBC 지분의 49%는 권이담 전 목포시장이 보유하고 있고 여수MBC 지분 49%는 동원그룹 등 4개 주주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강세 광주MBC 경영기획국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소주주 문제를 해결해야 방통위에 통합법인 변경허가를 요청할 수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2017년 1월 1일에 통합법인이 출범할지 못할지 전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인력 채용 계획’에 대해 “통합을 앞둔 상황에서 회사마다 사람을 뽑거나 기자재를 구입하는 것은 통합의 취지에 맞지 않다”며 “3사 사장들이 협의를 통해 채용과 기자재 구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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