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언론들이 앞다퉈 지난 1년을 평가하고 나섰다. 어제는 여론조사를 통한 평가를 진행하더니 오늘 24일에는 본격적으로 매체 자체적인 평가에 나섰다. 이제야 말로 매체 간 실력 차이가 제대로 드러날 때이기에 더 주목되는 지점이다. 오늘은 ‘인사’ 정책에 대한 평가로 승부를 겨뤘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어제에 이어진 오늘 조선·중앙일보의 이명박 대통령 취임 1년 인사정책에 대한 평가는 ‘이게 뭔가요’ 수준이다.

조선·중앙 ‘이게 뭔가요’

<조선일보>는 “개국공신 20명에 MB 1년을 물었더니”라는 문패를 달고 이명박 1년을 돌아봤다. 답은 “국가정체성 확립 잘했지만 소통부족 아쉽다”였다. ‘개국공신’에게 무엇을 기대했는가.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이명박 (대선)캠프의 고문 격이었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그야말로 알짜배기 ‘개국공신’이다. 그는 “촛불에 밀린 것처럼 보인 것”을 이명박 대통령 1년간 부족했던 점이라 꼽았다.

▲ 2월 24일자 조선일보 8면 기사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정책을 두고 조선일보는 “파워엘리트 대이동”이라 명명했다. “한국 사회를 이끄는 파워엘리트 중심이 정권 교체 이후 1년 동안 ‘아스팔트 386세대’에서 ‘보수 테크노크라트’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이렇듯 관료출신이 많은 것을 두고 “현 정부가 전문성을 중시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평가했다. 또한 지역별 분포에서 대구경북(TK)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것을 두고는 단순히 ‘눈에 띈다’고만 했다. 그리고 고려대 출신이 12명에서 21명으로 17.2%가 늘어난 것에 대한 코멘트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지난 20일 밤 삼성서울병원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 모친상가. 야당 의원들과 좌파 지식인들이 빼곡한 문상객들 사이에서 정정길 대통령실장이 주거나 받거니 늦도록 소주잔을 기울였다”며 정정길 대통령 실장의 됨됨이를 보여주는 기사를 배치했다. 물론 “내 목소리가 커지면 대통령의 귀를 막게 된다”는 자세로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중앙일보> 역시 ‘개국공신’이라 했다. 중앙일보는 “‘개국공신’ 70인 1년 새 어떻게 변했나”라고 묻고 “핵심 참모 중 19명 의원 배지 달았지만 국회 장악력은 떨어져”라고 평가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핵심 중의 핵심으로 꼽혔던 이상득·최시중·강재섭·이재오·정두언이 처지가 많이 달라졌다”는 말도 전했다.

▲ 2월 24일자 중앙일보 5면기사
중앙일보는 ‘격변의 의원 그룹’이라며 “이상득-이재오-정두언의 3각 권력 축이 인사 공천을 거치며 허물어졌다”고 평가했다. ‘안정적인 정책 자문 그룹’에서 중앙일보가 주목한 인물은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과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다. 이들은 각각 기획재정부 장관과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으로 있다가 물러났으나 “전문성이 있다”고 판단돼 재등용했다고 전했다. 한국 사회 경제위기를 키워낸 공로(?)를 높이산 이명박 대통령과 중앙일보였다. 마지막으로 ‘수년을 함께한 비서진’이라며 “청와대 제1부속실은 마치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비서실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고 묘사했다.

그리고 중앙일보는 “국정원 차장 주말께 인사…전원 교체설”이라는 기사를 통해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국가정보원 인사는 주말(29일~3월1일)께 될 것’”이라는 말을 함께 전했다. 이 대목을 주목하라. <경향신문>에서도 같은 지점이 언급된다. 이런, 중앙일보는 뭐랄까. 이명박 대통령 취임 1년을 ‘평가’라기보다는 ‘관전’이라고 해두는 편이 맞겠다.

경향신문 이명박 대통령 인사정책 평가, ‘이 정도는 돼야~ 지’

이명박 대통령 취임 1년 ‘인사정책’을 제대로 평가한 곳은 경향신문이다. 데이터를 분석한 경향신문은 ‘이명박 1년, 거꾸로 달려온 365일’이라 명명했다.

◇ “측근 동향 동문 아니면 안쓴다”…호남 퇴조 : “이명박 정부의 핵심 요직 212곳 가운데 국세청장 등 공석인 2곳을 뺀 210명 중 영남 출신은 TK 43명(20.5%), PK(부산경남) 32명(15.2%)이었다. 또 고려대를 나온 사람은 29명(13.8%)이었다. ‘영남+고려대’의 ‘교집합’ 9명을 빼면 95명으로 전체의 45.2%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고려대 출신 29명 중 비영남이 20명이라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가 인사시 ‘지역’을 1순위로, ‘대학’을 2순위 기준으로 삼았으며 동시에 ‘지역 안배’를 할 때는 ‘대학’을 중시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 2월 24일자 경향신문 4면 기사
경향신문은 이외에도 ‘소외된 호남’, ‘광주 전남북 16%…후퇴한 탕평인사’라 지적했다. 그리고 ‘곳곳 MB사람들’이라며 “대선캠프 인수위 출신 청·부처 배치”라고 분석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얼마 전 각료에 서울대 출신이 집중된 것에 대해 비판했는데 어찌 해석해야 할지 난감해지는 부분이다.

◇ 4대 권력기관 TKK 측근 전진배치 : “양적으로 뿐 아니라 속을 들여다보면 핵심 요직 곳곳에 이른바 ‘TKK’(대구 경북 고려대) 인맥과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들이 전진 배치돼 있다. 실제 정권의 ‘눈귀’ 역할을 하는 국정원과 ‘손발’격인 경찰의 수장에 이 대통령과 동향인 경북 출신이 자리를 잡았다. 원세훈 국정원장은 이 대통령의 서울시 인맥의 대표 주자이고, 강희락 경찰청장 내정자는 전형적인 ‘TKK’다. 국정원 차장은 현재 전옥현 1차장(충남), 김희선 2차장(서울), 한기범 3차장(경기) 등으로 지역 안배가 이뤄져 있지만, 이들은 조만간 있을 인사에서 전원 교체될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가 앞서 전한 ‘국정원 인사 예정’이 바로 이 부분이다. 경향신문은 이밖에도 “내각 수석비서관 28명 중 지방대 2명”이라며 명문대 독점이 뚜렷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초 “더 많은 여성이 의사결정의 지위에 오를 수 있도록 기회를 늘리고 관련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했으나 이번 210개 요직에 대한 조사 결과는 이 대통령의 약속이 허언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210명 중 4명만이 여성이었다고 전했다.

▲ 2월 24일자 경향신문 6면기사
◇ 경제 언론 학술 문화…전분야에 ‘편법 낙하산’ : “이명박 정부 1년간 경제, 언론, 학술, 문화, 체육 등 각 분야 정부 산하기관과 단체에 대대적인 물갈이가 진행됐다. 물갈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낙하산’이었다. 지난 대선 당시 공로나 인맥 학맥으로 연결된 인사들이 속속 산하기관과 단체장으로 낙하했다. 1년간 낙하산 인사로 가장 극심한 진통을 겪은 곳은 언론계다. 이명박 대선 후보 당시 특보 출신들이 한국언론재단, 한국방송광고공사, 아리랑TV에 이어 YTN, 스카이라이프 등 민간 언론사까지 차지했다.”

물론 경향신문에서는 ‘이명박 후보 대선캠프 지지단체 또는 대통령직 인수위 출신’, ‘한나라당 출신 18대 총선 낙천 낙선 인사’만을 ‘낙하산’으로 포함시켜 KBS의 이병순 사장과 OBS의 차용규 사장 등이 빠져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이들을 포함하면 훨씬 더 많은 숫자가 낙하산 인사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개국공신이 하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 1년 평가 신뢰?

조선과 중앙은 ‘개국공신’이라 했다. 건국하는 데 공을 많이 세운 사람들이라. 사극에서 “개국공신인데 어찌~”라는 대사가 자주 등장한다. 이 대사와 함께 사극속의 개국공신들은 ‘횡령’, ‘인사비리’ 및 ‘권력남용’이 설사 있다 하더라도 사면되기 일쑤다. 개국공신을 제대로 대접하지 않으면 왕의 그 직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런데 신문지면에 ‘개국공신’이란 말이 등장한 오늘, 그 옛날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이러한 근저 속에 ‘제식구 챙기기’가 당연한 것이 되고 그것이 ‘강부자’, ‘고소영’ 내각이란 말들은 한낱 투정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아무리 지역편중 및 학력편중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있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개국공신이라는 표현에서 지난해 건국절 논란이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개국공신의 객관적 뜻풀이는 ‘역성혁명’(易姓革命·왕조의 성씨를 바꾼 혁명)을 일으킨 무리들이다.

여튼 ‘개국공신’이라 칭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에는 진정한 평가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눈에 띈다’가 있을 뿐이다. 이것이 딱 이명박 정부 1년에 대한 경향신문과의 차이였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1년 평가는 점점 흥미를 더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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