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와 기대 그리고 우려 이 모든 것을 한 몸에 받아온 드라마 <운빨로맨스>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태양의 후예> 이후 지상파 드라마들이 지지부진하고 <운빨로맨스>에 쏠린 관심이 워낙 클 수밖에 없었던지라, 일단 대진운은 제목 그대로 운빨을 받고 시작할 수는 있었다. 덕분에 재미만 있으면 <운빨로맨스>는 만사형통의 꽃길을 걷는 일만 남았다고 할 수 있다.

일단 시청률 면에서는 선방을 했다. 첫 방부터 두 자릿수(10.3%)라면 분명 나쁘지 않은 출발이다. 아니 성공을 짐작할 수 있는 좋은 징조라 할 수 있다. <태양의 후예> 말고는 근래에 볼 수 없었던 반응이기도 하다. 게다가 믿고 보는 황정음과 어남류 류준열의 케미가 산다면 폭발적인 반응도 기대할 수 있는 출발이다.

MBC 수목미니시리즈 <운빨로맨스>

대체로 부진한 요즘 지상파 드라마들의 상황 속에서도 전작인 <굿바이 미스터 블랙의> 마지막 회 시청률보다 조금이라도 높게 나온 것은 분명 이 드라마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반면 <딴따라>와 <국수의 신>은 소폭 하락하거나 혹은 상승했다. 아직은 경쟁 드라마들에 영향을 끼칠 정도의 파급력은 보이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아마도 이 드라마의 운명은 2회에서 거의 가닥을 잡게 될 것이다. 워낙 첫 방송에 쏠린 관심이 많아서 첫 회부터 두 자릿수 시청률로 시작할 수 있었지만 반응은 다소 엇갈리는 편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동시간대 경쟁작은 아니지만 요즘 로코의 대세인 <또 오해영>의 경우와도 같은 뜨거운 반응이 없다는 점은 이 드라마가 방영 전 받아온 관심에 비하면 불안한 조짐이라 할 수 있다.

MBC 수목미니시리즈 <운빨로맨스>

그 불안한 요소가 1회에 너무 많이 보였다. 매 상황들의 개연성 부족이 무엇보다 아쉬웠다. 원작인 웹툰의 경우라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드라마는 만화와 다르기 때문에 아무리 로코라도 개연성을 갖추지 못한 전개는 시청자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는 없다. 황정음과 류준열의 첫 만남부터 이후 상황들은 조금씩 무리한 설정이 있었다.

무엇보다 심보늬(황정음)과 제수호(류준열) 둘 중 누구도 시청자를 확 잡아끄는 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로코는 다른 장르보다 주인공 캐릭터가 중요하다. 선망의 대상이거나 혹은 공감의 흡인력을 갖춰야 한다. 과연 미신 맹신자 심보늬와 트라우마를 가진 수학천재 제수호가 얼마나 시청자에게 어필할지가 관건이라 할 것이다.

MBC 수목미니시리즈 <운빨로맨스>

결정적으로 동생을 살리기 위해서 무조건 호랑이띠의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야 한다는 황당무계한 도사의 처방대로 좌충우돌하는 심보늬의 절박함을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을지가 문제다. 어느덧 믿고 보는 배우가 된 황정음이 분명 대본 이상의 자기 역할을 해줄 것에 대한 의심은 없다. 다만 류준열의 경우는 응팔에서 많은 여성팬들을 설레게 한 능력이 지상파 드라마에서도 통할지 아직은 미지수라 할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운빨로맨스>가 방송 이후 줄곧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정작 주연배우들은 그러지 않다는 것이다. 그것은 이 드라마에 대한 관심만큼 두 배우의 어필이 크지는 않았음을 의미할 것이다. 로코가 주연배우들에게 크게 의지한다는 점에서 두 자릿수 시청률로 산뜻하게 출발한 이 드라마의 위험요소라 할 수 있다. 믿고 보는 황정음과 어남류와의 첫 만남은 기대만큼 그렇게 매혹적이지는 않았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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