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보도는 2015년에는 신뢰도, 영향력, 시청률, 시청점유율에서 언론기관과 사회적 평가 1위를 유지하며 공영방송으로서 공신력을 확보했다.’

KBS이사회(이사장 이인호) 여야 이사들은 이 평이한 문장을 두고도 이견을 보였다. 25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6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849차 정기이사회에는 <2015사업연도 경영평가 및 공표(안)>이 의결 안건으로 올라와 있었다. 전문성과 독립성을 고려해 선정한 외부 경영평가위원들이 작성한 경영평가 보고서 내용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는데, KBS가 부족하고 아쉬웠다는 평가가 나올 때마다 여당 추천 다수이사들이 인정하려 들지 않아 논란이 지속됐다.

KBS이사회(이사장 이인호)는 25일 오후 4시, 제849차 정기이사회를 열어 <2015사업연도 경영평가 및 공표(안)>(의결 사항)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KBS)

야당 추천 전영일 이사는 ‘KBS 보도는 2015년에는 신뢰도, 영향력, 시청률, 시청점유율에서 언론기관과 사회적 평가 1위를 유지하며 공영방송으로서 공신력을 확보했다’는 문구에 대해 “저는 이거 인정 못 한다. 사회적 평가 지수에서 1위를 유지했지만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이건 팩트다. 2011년 이후 전문가 조사(미디어미래연구소가 매년 언론학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미디어미래어워드)에서는 계속해서 5위다. 1위 확보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이런 식으로 할 얘기가 많은데…”라고 말했다. 그는 “소수이사들의 의견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그런데 다수이사들 (의견은) 거의 다 반영됐다. 균형이 안 맞는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KBS는 지난해 시사IN 설문조사에서 가장 신뢰하는 매체에서만 1위(21.5%)였을 뿐, 가장 신뢰받는 방송 프로그램 분야에서 KBS <뉴스9>(14.7%)는 JTBC <뉴스룸>(15.3%)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가장 신뢰받는 언론인으로는 손석희 JTBC 보도 담당 사장이 34.1%의 압도적인 수치로 1위를 차지했다.

야당 추천 김서중 이사 역시 “다른 방송사 경영평가를 해 본 적이 있는데, 방송 관련 문안을 만들 때 제일 아쉬웠던 부분이 ‘잘했다’고 해야만 (문안 그대로) 나가는 거였다”며 “방송에 대한 신뢰를 제대로 얻기 위해서는 잘못한 것이나 아쉬운 것에 대한 인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여당 추천 차기환 이사는 “물론 하락하고 있는 건 맞지만 이렇게만 딱 써 놓으면 일반인들이 받아들일 때는 다른 지상파는 잘하고 있는데 KBS만 문제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과거와 달리 다매체 시대가 돼서 지상파(의 각종 수치들이) 다 내려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공격하자는 건 아니지만, 우리 보고서에 나와 있는 시사IN 같은 경우 지난 몇 년 간 가장 존경받는(* 실제 설문조사 결과는 ‘신뢰받는’인데 차 이사는 ‘존경받는’이라 표현했다) 언론인 한 사람으로 JTBC의 손 모(손석희) 언론인을 꼽았다. 그 언론사 보도 행태를 보면 세월호 사건 때 다이빙벨 잘못 보도해서 방통심의위에서 징계를 받았고, 지상파 출구조사 자료 쓰고 성완종 녹취록 빼돌려 보도했다. (손석희 사장은) 거기서 보도 부문 책임자로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가장 존경받는 언론인으로 평가하다니…”라며 “그런 모든 매체에서의 평가에서 1등 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조금 더 균형 잡힌 매체에서 1등이 나왔다면…”이라고 말했다.

김서중 이사는 “전영일 이사가 1위를 못해서 아쉽다고 한 건 (시사IN이 아니라) 언론학자와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한 다른 조사다. 전문가 조사에서 나온 게 반드시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대표 공영방송 KBS라면 ‘아쉬운 점은 있지만 최고’라는 게 목표가 되어야 한다. 5위라고 쓰는 것은 못한다 해도 1위는 아니라는 점을 기록하는 게 자연스러운 것 아닌가”라며 “마치 (모든 조사에서) 1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게 오히려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반문했다.

2015년 6월 24일 KBS <뉴스9> 보도. 해당 보도는 보수단체들의 맹공으로 결국 삭제됐다. 이후 KBS는 이승만기념사업회의 일방 해명이 담긴 리포트를 내보내기도 했다.

이밖에도 여야 이사들은 지난해 방송됐다 종북좌익척결단·바른사회시민연대 등 보수단체들이 맹공으로 결국 삭제되고, 이사회 긴급 소집까지 불러 일으켰던 <“이승만 정부, 한국전쟁 발발 직후 일 망명 타진”> 보도에 대한 대목에서도 첨예한 의견 대립을 보였다. (▷ 관련기사 : 보수세력, KBS ‘이승만 일본 망명’ 보도 강력 비난 / KBS 이사장 “이승만 보도, 시끄럽다” 전례없는 ‘긴급 이사회’ 소집 / ‘이승만 망명 보도’는 국익에 도움 안 된다는 KBS이사회)

경영평가 보고서에 ‘디지털뉴스국장, 디지털뉴스부장, 국제주간, 국제부장 등의 인사가 이뤄졌으며 이 보도와 관련된 나머지 후속 조치는 과잉으로 보인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는 문구를 두고 여당이사들은 “(이승만 보도 같은 걸 하면) 외국 같았으면 해고하는 게 제가 보기에는 맞을 것이다. 당사자 해고되고 윗 라인도 전부 다 책임지고 중징계를 받았을 것”, “사료로서 가치가 없는 걸 갖고 국민들을 호도했다. 제가 볼 때 (책임자 교체는) 과소징계”라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이사들은 “‘과잉으로 보인다’는 주장이 있었다는 의미다. 날짜 오류가 있었고 이 부분에 내부적으로 경각심 가져야 하는 것에는 동의하나, (이승만 정부가) 망명 의도가 있었고 그런 시도를 했다는 보도 전체를 다 틀린 것처럼 얘기가 진행되는 건 불편하고 맞지 않는다고 본다”고 맞섰다.

결국 이날 이사회는 경영평가 보고서 가운데 방송 분야 문안은 원안대로 의결하되, 보고서는 4인 위원회(경영평가위원 2인, 여야 이사 각 1인)에 위임해 잘못된 사실 중심으로 문안 수정을 해 다음 이사회에서 검토 의결하기로 결정했다. 다음 이사회는 내달 2일 개최된다.

KBS는 <방송법>과 <방송법 시행령>, <KBS 정관>에 따라 <경영평가 보고서>를 작성해 공개한다. KBS이사회는 방송 부문, 기술·뉴미디어 부문, 경영·회계 부문 전문가 각 2인과 내부 인사로 감사를 포함시켜 경영평가단을 꾸린다. 경영평가단이 경영목표 설정의 타당성, 예산집행의 효율성 등 총 7가지 사항에 대한 평가가 포함된 보고서를 작성하면, KBS이사회가 보고서 내용을 심의·확정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