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월 25일이 이명박 대통령 취임 1주년 되는 날이다. 취임 1주년에 맞춰 언론들은 그에 대한 평가들을 진행한다. 물론 여론조사를 곁들인 기사들이 다수이다. 오늘 23일자 신문 역시 이명박 대통령 1주년 평가들이 쏟아졌다.

조선·중앙의 이명박 대통령 취임 1년 설문 및 여론조사

▲ 2월 23일자 조선일보 4면 기사
조선일보는 1면을 통해 “‘이대통령 잘한다’ 33%…‘잘못한다’ 54%”라는 기사를 배치했다. “지난해 2월 말 취임 직후 실시한 갤럽조사에서 52%였던 이 대통령 지지율은 5월 촛불정국 이후 7개월간 20%대 초중반에 머물다가, 지난해 12월 갤럽조사에서 32.1%로 올랐고 이번에도 33.5%로 30%대 지지율을 이어갔다”는 것이 기사의 요지다. 한마디로 지지율은 점점 오르고 있다는 기사다.

또한 4면을 통해 “분야별 ‘잘했다’ 외교 44%, 경제22%”, “대북관계 ‘남북경색은 북때문’ 63%…‘핵 포기해야 경제지원’ 56%”이었다. 이 역시도 잘한 부분을 부각시켰다. 남북경색과 관련해서는 이명박 정부의 유리한 방향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나마 중앙일보는 조선일보에 비하면 양반이었다. “MB 정부, 지지율보다 신뢰 회복이 더 급해”라며 이명박 정부 1년을 평가했다. 물론 날카로운 비판보다는 제언 중심이긴 했지만 말이다. 중앙일보는 “정부를 신뢰한다는 응답자의 경우 경제위기 대응에 대해 ‘잘 하고 있다’(47.4%)와 ‘잘못하고 있다’(52.6%)는 평가가 엇갈리게 나왔다. 하지만 정부를 불신하는 응답자의 90.6%는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중앙일보는 “경제위기에서 시작된 국민의 불안감이 사회 정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취임 초와 비교해 양극화 해소(46.9%->33.9%)와 경제성장(32.8%->26.6%)이 중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줄어든 대신 국민통합(6.3%->13.9%)과 정치개혁(3.6%->7.4%)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 집권 1년 동안 쇠고기 파동과 대운하 논란 등을 거치면서 정치권과 국민 사이에 균열이 심해졌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노무현 대통령 땐 하고 이명박 대통령 땐 안한 조선·중앙의 설문문항

2004년 2월 23일, 딱 5년 전 조선일보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을 이렇게 평가했다. “‘살림살이 1년 전보다 좋아졌다’ 3%”. 조선일보는 “우리 국민 중 절반가량은 노무현 대통령 취임 후 1년 동안 자기 살림살이가 나빠졌다고 느끼고 있으며, 좋아졌다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국민 중 4분의 3은 빈부격차가 커졌고, 3분의 2는 사회가 분열됐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문결과를 발표했다.

▲ 2004년 2월 23일자 조선일보 1면기사
5년전 노무현 대통령 취임 1주년 평가 기사를 그대로 이명박 대통령으로 바꾸었다면 분명 논조는 달라졌을 것이다. 어떻게? 아래처럼.

“우리 국민 중 절반이상(54%)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 1년 간 국정운영을 ‘잘못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으며, 잘하고 있다는 사람은 30%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국민 중 4분의 3은 ‘지난 1년간 이 대통령이 가장 잘한 일’이란 물음에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못했으며, 3분의 2 가까이 ‘없다·모르겠다’(26.4%) ‘경기불황’(8.2%) ‘미국산쇠고기 수입협상’(7.9%) ‘인사정책’(7.2%) ‘대운하 정책(5.6%)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연코 위 문장은 조선일보 기사의 설문조사를 재구성한 것이다. 또한 5년 전 위 기사를 쓴 기자와 오늘 23일 이명박 대통령 취임 기사를 쓴 기자는 동일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이름이 같다고 동일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기에 그냥 동일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고만 하겠다.

그런데 5년 전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 1주년 평가에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를 살펴보고 있자니 각각 누락한 것이 눈에 띈다. 조선일보는 위에서도 언급했던 “살림살이 1년 전보다 좋아졌나”라는 문항이 있었지만 이명박 대통령 취임 1년 평가에는 사라졌다. 중앙일보는 “노대통령 재신임 ‘가상 투표’ 한다면 …”이란 설문조사가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생략했다.

▲ 2004년 2월 19일자 중앙일보 1면 기사
2004년 2월 19일 당시 중앙일보는 1면에서 “노대통령 재신임 ‘가상 투표’ 한다면…”이란 기사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재신임 국민투표가 실시된다는 가상의 현실을 전제로 사회 각 분야 전문가들은 ‘재신임하겠다’는 입장이 많은 반면 일반인들은 ‘재신임하지 않겠다’ 쪽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전문가들은 51%, 일반인들은 43%가 재신임하겠다고 답했다. 일반인 상대의 여론조사에서 재신임이 불신임하겠다는 응답보다 적게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라고 전했다.

“살림살이 나아졌나?”, “재투표한다면?” 답은 경향신문과 한겨레에...

이러한 이명박 대통령 취임 1주년 평가에서 누락된 문항이 궁금했다. 과연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고 국민들의 살림살이는 어찌됐고, 다시 투표를 하게 된다면 또 다시 ‘이명박 대통령’을 선택할 것인지. 그러나 그 답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오늘 23일자에서 이명박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설문조사를 했듯 경향신문과 한겨레에서도 설문조사를 했고 그 안에 이 문항들이 포함돼 있었다.

▲ 2월 23일자 경향신문 5면 기사
“살림살이는 좋아졌나요?”
경향신문은 오늘 이명박 대통령 취임 1년 평가 설문조사에서 “현 정부 출범 이후 국민들의 살림살이도 팍팍해진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지난 1년간 귀댁의 살림살이가 어땠느냐’는 물음에 52.6%가 ‘나빠졌다’(매우 나빠짐 21.2%, 다소 나빠짐 31.4%)고 대답했고 ‘좋아졌다’는 2.5%(매우 좋아짐 0.1%, 어느 정도 좋아짐 2.4%)로 미미했다”는 것이다.

“다시 투표를 하게 된다면 이명박 대통령을 선택할 건가요?”
경향신문은 “응답자의 64.9%가 ‘투표하지 않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이어 “이는 12월 대선에서 이 대통령이 48.7%의 득표율로 당선된 것과 비교하면, 지난 1년을 거치면서 이 대통령을 찍은 유권자 중에서도 광범위한 ‘이탈’이 이뤄진 결과”라며 “지역별로 보면 이 대통령의 지지기반이었던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도 “투표하지 않겠다”는 대답이 각각 54.2%, 61.4%로 절반 이상이었다“고 해석했다.

▲ 2월 23일자 한겨레 1면 기사
한겨레는 지난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했다가 지금 등을 돌린 유권자 비율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찍었다고 밝힌 응답자 중에서 48.7%만이 “이 대통령을 다시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33.4%는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밝혔고, 나머지는 판단을 유보했다.

2009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 1년 조선·중앙이 숨긴 것

조선일보는 5년 전 노무현 대통령 취임 1주년 때 “‘살림살이 1년 전보다 좋아졌다’ 3%”라고 했다. 그런데 현재 이명박 대통령 취임 1주년 때에는 “살림살이 1년 전보다 좋아졌다”의 수치는 달랑 ‘2.5%'였다.

그리고 중앙일보는 5년 전 노무현 대통령 취임 1주년 때 “전문가들은 51%, 일반인들은 43%가 재신임하겠다고 답했다”라고 전했다. 그런데 현재 이명박 대통령 취임 1주년 때에는 그보다도 훨씬 많은 ‘64.9%’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투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고, 이른바 TK라는 대구경북에서도 54.2%·부산울산경남에서도 61.4%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했다. 1년 전 이명박 대통령에게 투표했던 이들 중에서도 33.4%는 다시 지지하지 않겠다고도 한다.

조선일보의 말처럼 지지율을 점점 올라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이명박의 지지기반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과 중앙이 노무현 대통령 1주년 평가 설문문항에서 누락한 문항이 이것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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