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멈췄다. ‘방송인’ 백종원의 기세가 한풀 꺾인 모양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각종 유행어와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방송가의 트렌드를 주도하던 그가 올해 들어 이렇다 할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시청률 보증수표’란 수식어도 내려놓은 지 오래, 작년 연말까지만 하더라도 강력한 연예대상 후보로 거론되던 것에 비춰보면 상전벽해가 느껴질 정도다. 한때 신드롬으로 통하던 백종원 열풍은 왜 잠잠해졌을까?

우선 ‘쿡방’의 식상함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백종원이 브라운관을 점령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쿡방’이 방송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센스 있는 입담과 음식에 대한 해박한 지식, 그리고 실생활에 유용한 다양한 조리법을 겸비한 백종원은 ‘쿡방’에 가장 최적화된 캐릭터였다. 여기저기서 ‘쿡방’을 준비하며 백종원에게 러브콜을 보낸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르겠다.

SBS <백종원의 삼대천왕>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했던가. 별 차이점 없는 요리프로그램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셰프’라 불리는 요리사들의 방송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채널만 돌리면 비슷한 콘셉트의 ‘쿡방’이 방영되고, 똑같은 셰프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시청자의 피로도 또한 높아진 것이다. ‘쿡방’의 유통기한을 줄인 결정적 패착이었다.

무대가 좁아지니 백종인이 활약할 수 있는 공간 또한 자연스레 줄어들었다. 그나마 백종원은 현재 SBS <백종원의 삼대천왕>과 tvN <집밥 백선생2>를 이끌며 ‘쿡방’의 마지막 불꽃을 지켜내고 있지만, 두 프로그램의 인기 또한 예전만 못하다.

SBS <백종원의 삼대천왕>은 MBC <무한도전>과 동시간대로 방영시간을 옮긴 이후 대중의 관심과 화제성에서 멀어졌고, tvN <집밥 백선생2>는 멤버 교체를 통한 새 단장의 효과가 아직 미미하다. 오히려 시청률은 시즌1에 비해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굳이 방송을 챙겨보지 않아도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맛집 정보를 공유하고 조리법을 배울 수 있기에 ‘본방사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tvN <집밥 백선생2>

게다가 최근 ‘설탕 논란’을 거치며 방송에 임하는 백종원의 태도가 다소 조심스러워지면서, 백종원 특유의 뻔뻔함과 넉살이 실종돼버렸다. 예전과 달리 위축된 모습으로 프로그램을 이끌다 보니, 재미 또한 약해진 것이 사실이다. 백종원이 가지고 있던 ‘슈가보이’, ‘백주부’와 같은 예능 캐릭터가 힘을 못 쓰니 프로그램도 활력을 잃고 방황 중이다.

끝으로, 대중이 느끼는 ‘방송인’ 백종원과 ‘사업가’ 백종원 사이의 괴리감을 꼽을 수 있다. ‘방송인’ 백종원이 대중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그의 친근한 이미지에서 찾을 수 있다. 다른 스타 셰프들과 달리 백종원은 서글서글한 외모에 “~그렇쥬”과 같은 구수한 사투리를 구사하면서 대중의 열광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다. ‘옆집 아저씨’ 같은 사람이 나와서 요리의 핵심비법과 ‘꿀팁’을 알려주니 빠져드는 건 당연지사.

하지만, 백종원의 방송 출연빈도에 비례해서 그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더본코리아’의 매출과 매장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오히려 ‘역풍’이 불었다. ‘간접홍보’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특히 ‘더본코리아’의 매장이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적합업종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면서,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백종원의 승승장구가 영세자영업자들에게는 생계의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더본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이 1239억 원으로 알려지면서 백종원의 이미지는 ‘친근한 방송인’이 아닌 ‘성공한 사업가’로 급격히 기울어지고 있다.

과연 백종원은 달라진 대중의 정서를 되돌릴 수 있을까? 분명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쿡방’ 자체가 시들어진 시점인 만큼 머지않아 백종원은 방송과 사업 겸업에서 벗어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

‘방송인’과 ‘사업가’. 글쎄, 그가 선택할 답은 너무도 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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