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상시적으로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 이른바 ‘상시청문회법’을 두고 거부권 행사를 고려하면서 여야 의원들 간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친박계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정마비’라는 청와대의 입장을 같이하며 극구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여권 내에서도 비박계 의원들과 야당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이를 비판하고 있다. 야당 내에서는 “협치가 물건너 갔다”는 경고도 나왔다. 결국, ‘친박’ 빼고 다 찬성이라는 얘기다.

2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연결에서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은 “선거 끝나고 19대 마지막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국회의장이 일방적으로 안건을 올렸다”며 “물론, 상임위와 법사위를 통과하기는 했지만 본회의 안건을 올릴 때에는 여야 합의를 통해서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반대토론도 진행시키고 그렇게 해서 부결시켰어야 함에도 일부 여당 의원들도 이탈이 돼 통과된 것에 대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 “국회가 갑질하는 것 아니냐는 애기…거부권 행사 가능성 높아”

이완영 의원은 ‘상시청문회법’의 문제로 “공무원들은 나라와 국민을 위한 정책, 행정서비스를 해야 하는데 본연의 공무원 일을 못한다. 어떤 언론을 보면, ‘국회가 갑질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이런 얘기도 있다”고 제기했다. 그는 “이제 청문회 공화국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우라고 하지만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 법에 근거해 (옥시와 어버이연합게이트 등)청문회를 벼르고 있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이완영 의원은 행정공무원 출신이다.

이완영 의원은 “야당에서 청문회를 의결을 여당에서 반대하면 길거리고 나가거나 다른 의사일정을 보이콧하는 등 국회 파행을 갈 것이 뻔하다”며 “청문회는 오류를 바로잡는데 목표를 둬야 하지만 지금까지 청문회를 보면 오히려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국민들에게 의혹만 부풀리는 청문회가 돼 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주장은 ‘망신주기식 청문회’ 등을 문제로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이완영 의원은 ‘청와대의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서도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 그 자체를 비판하는 것은 지나치다”라면서 “위헌적 요소를 포함해 검토해 15일 내로 판단할 것이다. (거부권행사로 기울어졌을)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무소속 여권 조해진 의원, “국회의원들 일시키는 법…거부권 행사하면 정권 타격 클 것”

여권 내에서도 비박계는 다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전화연결에서 조해진 무소속 의원은 “대통령의 보장된 권한이기 때문에 합리적이고 타당하면 할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 경우는 오래 전부터 사회적 합의가 돼 있었던 것을 법으로 옮긴 것일 뿐이다. (거부권의)실익도 없다. 20대 국회에서 다시 의결해버리면 정권으로서는 타격이 크다. 그런 일을 왜 하겠나”라고 주장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 무소속 조해진 의원,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 국민의당 이상돈 의원 (사진=연합뉴스)

조해진 의원은 “상시청문회법은 행정부를 쪼는 법이 아니고, 쉽게 말하면 국회의원들 일시키는 법”이라면서 “법안을 만들 때에도 여야 의원들 중에서도 반대의견이 있었는데, 핵심은 국회의원 업무 부담이 너무 크다는 거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정마비’ 주장에 대해서도 “어떤 사안에 대해 조사하고 진실 규명하고 해법을 찾기 위해서 공무원뿐만 아니라 또 일반 그 사회 각 분야 전문가 등을 많이 초청하는 것이다. 공무원만 오는 게 아니다”라면서 “(국정마비라는 주장은)공무원 사회에서 이걸 오해하고 있거나 호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주장은 사실상 야당과 큰 차이가 없었다.

야당, “거부권 행사하면 협치 부정적” “협치, 물건너가” 경고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금도 상시청문회는 가능하다”며 “다만, ‘소관현안위조사’라는 65조 1항 3호를 신설한 것이다. 이 일곱자 때문에 야단법적, 침소봉대하고 있는데 여소야대 상황이 이런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국정마비’ 주장에 대해서도 “동의할 수 없다”며 “청문회를 의결하더라도 합의를 기본 정신으로 하고 있다. 13대 국회에서 청문회가 최초 도입된 이후 15대에서 43번, 16대 11번, 17대 11번, 18대 9번, 19대 11번의 청문회가 개최됐지만 여야가 논의해서 행정부에 대한 견제의 기능, 일하는 국회, 생산적 국회를 만들자고 개정한 것이다. 19대 국회에서는 과반을 가진 여당의 횡포가 있었지만 그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상시청문회를 연다고 공무원들이 성실히 자료 제출을 할 것이냐’는 물음에 “장담할 수는 없지만 청문회를 통해 현안으로 올라오며 그 자체가 공무원들이 위축된다고 생각한다. 경차효과”라면서 “청문회에 불려나가지 않기 위해서 좀 더 신중하게 정책들을 실현할 수 있는 긍정적인 힘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청와대의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서도 “법에 의한 권한이기 때문에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협치의 부분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새누리당도 염치없이 이러면 안 된다. 사실은 수정안에 대해 발의를 했었고 그에 찬성을 하면 이 정쟁의 논란을 만들지 않을 수 있었다”며 “그런데, 아직까지도 왜 수정안을 반대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이상돈 최고위원 또한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과의 인터뷰에서 “청문회 할 일이 있으면 확실하게 해야 한다”며 “(국정마비될 것이라는)정부의 주장을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하면 협치라고 하는 것이 물 건너 가는 것이다. 앞으로 남은 임기가 매우 험난해질 것이기 때문에 어리석은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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