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가요제, 토토가가 그랬던 것처럼 무한도전의 가요 아이템은 이미 오래 전부터 성공보증수표가 됐다. 5월을 맞아 무도가 기획한 웨딩싱어즈는 이번에도 역시나 통했다. 그렇지만 어딘가 모르게 아쉬운 점이 남는다. 화무십일홍이라고 통한다고 자꾸 쓰다보면 아무리 전가의 보도라도 이가 나가고 녹이 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듀엣가요제 세트까지 빌려 쓰면서까지 중간점검을 한 것은 분량 채우기의 고육책이 아니었다 싶기도 하다. 물론 그 자리에 초대된 예비 신혼부부들에게는 결혼 전의 훌륭한 이벤트가 될 수 있었겠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중복일 수밖에는 없었다. 반복은 강조의 흔한 기법이지만 잘못 쓰면 느슨해진다는 함정이 있다.

MBC <무한도전-웨딩 싱어즈> 특집

10년을 넘긴 무한도전의 수많은 아이템들 중에 무한도전 가요제는 거의 유일하게 남은 반복 아이템이다. 그러나 이번 웨딩싱어즈는 자칫 할 것 없으면 노래를 한다는 오해의 소지도 없지 않다. 물론 그런 것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강행할 수밖에 없는 무한도전 제작진의 고충의 일단을 읽게도 되지만, 바로 얼마 전 젝스키스 컴백을 다룬 토토가2 이후라 너무 무도가 노래에 편승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되는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까지는 그래도 무도의 노래 아이템이 먹힌다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유재석, 김희애, 이적의 축가가 진정 결혼식에 적절하냐는 점이다. 유재석과 김희애라는 인기에 취해 가려질 수 있었지만 아파트를 축가로 부른다는 것은 어색한 일이다. 게스트 우선주의자 유재석이니 어쩔 수 없었겠지만 아쉬운 일이었다.

MBC <무한도전-웨딩 싱어즈> 특집

신혼부부들이 아파트 한 채를 모두 장만하기를 바란다는 억지춘향의 꿈보다 해몽인 의미도 부여했지만 옹색할 뿐이다. 피로연을 위한 노래라면 더할 나위없었겠지만 축가로서 아파트는 무리였다. 회식자리의 대표적인 노래로 자리를 굳혀서 그렇지 사실 아파트의 노래 가사도 결혼식에 축가로 부르기는 곤란한 내용이 아니던가.

아이러니하게도 중간점검 무대에서 예비 신혼부부 200명이 167명이나 좋다고 했지만 정작 자신들의 결혼식이었어도 같은 선택이었을지는 사실 의문이다. 그나마 마지막에 이적이 <다행이다>를 불러서 분위기를 다잡은 것이 말 그대로 다행이었다. 그러지 않았다면 유재석과는 어울리지 않는 최악이라는 단어가 붙을 수도 있었던 축가 메들리였다. 물론 무도가 하는 일에 이런 말들은 사족에 불과하다.

MBC <무한도전-웨딩 싱어즈> 특집

결혼식 현장에 출동한 무도멤버들의 게릴라 축가는 사족이 무색할 정도로 감동스러웠다. 결혼은 남과 가족이 되는 엄청난 사건이다. 거기에는 어떤 선물과 정성도 과할 수 없다. 그렇다 할지라도 짧지 않은 식이 진행되는 동안 좁은 공간에 갇히는 것조차 감수한 하하와 별이 보인 눈물과 진정성은 웨딩싱어즈의 취지를 백분 살려냈다.

무한도전 웨딩싱어즈는 이미 작정하고 보는 감동이어서 오히려 어려울 수 있는데도 여지없이 감동을 선사한다. 그것도 참 능력이다. 게다가 예고로 살짝 내비쳤듯이 다섯 팀의 다섯 결혼식 이외의 또 다른 대형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어 보였다. 기대가 된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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