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디어 마이 프렌즈>를 3회까지 보면서 든 생각은 딱 하나였다. 대한민국에서 이런 드라마를 만들 사람은 노희경 밖에 없다는 것. 아무리 대한민국 최고의 연기력을 자랑하는 배우들 이라고 한들 원로 배우들이 메인으로 등장하는 드라마도 흔하지 않지만, 여주인공이 불의의 사고로 장애인이 된 남자와 애틋한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는 특집 단막극에선 가끔 볼 수 있었지만 미니시리즈에서 보기는 어려웠다.

tvN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지난 14일 방영한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장난희(고두심 분)가 딸 박완(고현정 분)에게 세상의 모든 남자는 다 되지만 유부남, 장애인은 안 된다고 못박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 대사 때문에 몇몇 시청자들이 불편함을 지적하는 글이 게재되기도 했지만, 이는 <디어 마이 프렌즈> 제작진의 해명대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된 대사다. 장난희의 대사는 우리 사회에 실제로 존재하는 장애인에 대한 시선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을 뿐이다. 그런데 장난희의 바람과 달리, 그녀의 딸 박완은 장애인인 서연하(조인성 분)와 사랑하는 사이이며, 절대 장애인은 안 된다는 장난희와 크나큰 갈등을 예고한다.

<디어 마이 프렌즈>에는 박완과 서연하의 관계 외에도, 다른 드라마에서는 도통 볼 수 없는 소재와 이야깃거리가 눈에 띄게 등장한다. 일일, 주말 드라마에 연륜 있는 원로 배우가 등장 하여 비중 있는 역할을 맡는 것은 늘 있어왔던 일이지만, 대부분 노인 하면 떠오르는 이야기의 범주와 캐릭터, 즉 자기 고집 내세우다가 자식들을 곤경에 빠트리거나 자기 자식들을 위해 온갖 악행을 저지르거나, 아니면 철저히 자신을 희생시키는 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나마 최근 방영한 드라마 중 노인 캐릭터를 흥미롭게 다룬 작품은 <디어 마이 프렌즈>에도 출연하는 김혜자가 주연을 맡았던 KBS <착하지 않는 여자들>이 유일했다. 하지만 그 드라마도 노인이 아니라 한 여성으로서 가진 기구한 사연을 극적으로 다루었을 뿐, 요즘 실버 세대가 봉착한 문제와 고민을 심도 있게 다루지는 않았다.

tvN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디어 마이 프렌즈>에 등장하는 어른 캐릭터는 노인이기 이전에, 인간이다. 몸은 7080이지만 마음만큼은 이팔청춘인 이들은 여전히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즐겁게 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체통을 지켜야할 어르신들의 부산스러움에 박완을 비롯한 젊은이들은 불편함을 느낀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그런 어르신들을 '꼰대'라고 부른다. 노인들은 자신들이 젊었을 때 그랬듯이, 나이 많은 사람을 공경하지 않는 청년들이 못마땅하다. 그래서 몇몇 노인들은 자신들의 지난날을 언급하며 만나는 청년들에게 훈계하기도 하고, 지적하는 일도 서슴지 않고 행한다. 하지만 도무지 어디에서부터 잘못되었는지에 대한 고찰은 없었다. 그렇게 노인과 청년들의 대화는 점점 단절되고 있었다.

대놓고 실버 드라마를 자청하는 <디어 마이 프렌즈>는 기존의 지상파 가족드라마와는 다른 방식으로 노인들의 이야기에 접근하고자 한다. 장난희와 박완의 관계가 그에 대한 좋은 예시가 될 것이다. 그저 자기 자식 잘되길 바라는 장난희는 딸이 좋은 남자(이것도 장난희의 기준에서) 만나 고생 안하고 살 길 바라는 마음에서 유부남, 장애인은 안 된다는 말로 다리가 불편한 서연하를 사랑하는 박완의 가슴에 상처를 준다.

tvN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매사 자기가 살아온 경험의 틀 안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장난희는 딸에게도 자신이 세상을 보는 기준을 강요하고, 따를 것을 요한다. 박완의 입장에서는 야속할지 몰라도, 남편 바람으로 오랫동안 마음고생하고,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었기에 그 고통을 잘 알고 있는 장난희의 생각을 탓할 수도 없는 법이다.

그러나 장난희의 바람과 다르게 박완과 서연하는 사랑하지만 쉽게 다가설 수 없는 애틋한 관계를 이어나갈 것이고, 이에 대한 장난희와 박완의 충돌은 필연적이다. 과연 박완과 서연하의 관계는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 것인가. 등장 인물간의 관계를 정립하는 과정에 있어서 막연한 희망고문을 하지 않는 노희경이기 때문에 이들의 미래가 더욱 궁금하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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