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특보 출신 차용규 신임 OBS 사장이 노조의 거센 반발을 뚫고 사흘 연속 출근에 ‘성공’했다.

취임 3일째인 18일, 차 사장은 오전 6시13분 경기 부천시 오정동 OBS 사옥에 들어섰다. 전날 출근시간(오전 6시33분)보다 정확히 30분 이른 시각이었다. 차 사장은 17일에도 전날보다 출근시간을 37분 앞당겼다.

차 사장이 이처럼 출근시간을 매일 30분씩 앞당기는 것은 노조의 출근 저지를 ‘시간차 공격’으로 돌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 OBS 희망조합 소속 노조원들이 이 대통령 언론특보 출신 차용규 사장 임명을 반대해 사장 출근 저지에 나섰다. 검은색 양복을 입은 용역업체 직원들이 노조원을 가로막고 있다.ⓒOBS희망조합

▲ ⓒOBS희망조합

현재 전국언론노동조합 OBS희망조합지부는 국별로 돌아가며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으나, 차 사장이 출근시간을 앞당기는 바람에 잇달아 허탕을 쳤다.

차 사장은 취임일인 16일에는 7시10분께 정문 앞에 도착했으나 노조의 저지로 돌아갔다가 7시45분께 다시 쪽문으로 우회해 몰래 들어오다 노조원들에게 발각되자 뛰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등 첫 출근 때부터 우여곡절을 겪은 바 있다.

이에 대해 한 노조원은 “차 사장이 ‘얼리버드’를 강조하는 사람의 특보를 지내서인지 새벽잠이 없는가 보다”며 “이런 식으로 얼마나 출근시간을 더 앞당길지 모르겠지만, 머지않아 아예 퇴근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7일 제작국의 신임 사장 업무보고가 노조의 저지로 무산된 데 이어 18일 보도국의 업무보고도 무산됐다.

이와 관련해 차 사장은 18일 임원회의에서 노조에 대해 법적 조치와 함께 인사위원회 소집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OBS희망조합지부는 ‘차용규씨, 법적 조치 발언에 분노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어 “첫 출근에서 출근저지 조합원들을 피해 공간의 ‘틈새’를 찾아 쪽문을 통해 사장실로 뛰어 올라가더니, 다음날부터는 시간의 ‘틈새’를 찾아 출근저지 시간을 피해 몰래 출근하는 모습이 참으로 안쓰럽기까지 하다”며 “한 방송사의 사장이 직원들을 단 한 차례도 만나지 않은 채 가장 처음으로 한 일이 ‘법적조치’, ‘인사위원회 소집’이라는 것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노조는 “차씨의 이같은 행보는 강압으로 회사를 장악하고, 스스로 사장 자리를 보존하겠다는 처사이며, 파국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의사로 받아들이겠다”며 “전국의 언론노동자와 양심있는 시민단체, 정치권 등이 하나의 목소리 하나의 행동으로 총력투쟁해 반드시 응분의 댓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OBS희망조합지부 성명서 전문이다.

차용규씨, 법적조치 발언에 분노한다.

-취임 3일 만에 첫 업무, 어이없는 ‘법적 조치’-

OBS희망조합은 3일 동안 차 씨의 행보에 대해 지켜봤다. 첫 출근에서 출근저지 조합원들을 피해 공간의 ‘틈새’를 찾아 쪽문을 통해 사장실로 뛰어 올라가더니, 다음날부터는 시간의 ‘틈새’를 찾아 출근저지 시간을 피해 몰래 출근하고 있다. 더욱이 새벽에 차량까지 바꿔가며 출근하는 모습은 참으로 안쓰럽기까지 하다.

이는 여타 특보출신 방송사 사장들과 비교해 보아도 구차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보자. 한 인터넷 미디어 전문지의 <OBS과 YTN, 닮은 듯 다른 두 낙하산>이란 기사를 살펴보면 차씨의 행보가 얼마나 구차한지 가늠할 수 있다.

기사에 따르면 지난해 7월21일 YTN을 찾은 구본홍 사장은 적어도 차씨와는 달리 노조원들과 얼굴을 맞대는 성의를 보였다. 그러나 차씨는 쪽문으로 조합원을 피해 성급히 사장실로 달려갔다.

이 뿐이 아니다. 더욱 구차스러운 것은 자신의 취임식을 방송 보도에 내보내지 않았다고 보도국장에게 아쉬운 소리를 한 점이나, 화환이 많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하소연을 하는 모습 속에 우리는 지상파 방송사 사장으로서의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18일) 차씨는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당당하지 못하게 뒤에 숨어서 OBS희망조합을 상대로 고소·고발을 조치를 언급하고 인사 조치를 취하려 하고 있다.

당초 16일 첫 출근에서 쪽문으로 들어와 도망치듯 사장실로 올라간 사람이 취임한 지 3일 만에 임원회의에서 법적조치를 취하라고 언급했으며, 인사위원회도 소집한다고 한다. 한 방송사의 사장이 직원들을 단 한 차례도 만나지 않은 채 가장 처음으로 한 일이 ‘법적조치’, ‘인사위원회 소집’ 등을 들고 나온 것이다.

더욱이 OBS희망조합 김인중 위원장이 곡기를 끊은 지 7일이 지나고 있지만 단 한차례 얼굴도 내밀지 않은 이가 가장 먼저 ‘법적조치’를 꺼낸 것에 대해 조합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OBS희망조합은 차씨의 이같은 행보는 강압으로 회사를 장악하고, 스스로 사장 자리를 보존하겠다는 처사이며, 파국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의사로 받아들이겠다.

경고한다. 차씨가 진정 OBS희망조합에 대해 법적조치와 인사 조치를 취하길 원한다면 그 끝을 가늠한 뒤 취해야 할 것이다. OBS희망조합은 반드시 언론인의 양심을 걸고 끝까지 싸울 것이다.

차씨는 집안단속만 하면 모든 일이 끝날 것이라고 착각하지 마라. 전국의 언론노동자와 양심있는 시민단체, 정치권 등이 하나의 목소리 하나의 행동으로 총력투쟁할 것이다.

만일 차씨가 법적조치를 취한다면 OBS희망조합은 반드시 응분의 댓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2009년 2월 1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OBS희망조합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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