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논란이 일었던 AOA가 쇼 케이스를 마쳤다. 현장에서 눈물을 쏟아내는 멤버들의 모습마저도 비난의 대상이 될 정도로 역사의식 논란은 큰 화두로 다가오는 듯 보였다. 여기에 현장을 중계하던 네이버의 V웹에서 '안중근'과 '안중근 의사'를 금칙어로 설정해 또 다시 논란이 일었다.
역사는 바로 알아야 한다;
역사 인식 부재에 대한 비난일까? 아니면 소비적 매스미디어의 결과인가?
복귀를 앞두고 홍보를 위한 프로그램에 출연한 AOA는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역사적인 인물을 담은 사진을 놓고 이름을 맞히는 방식의 게임에서 사진 속 인물을 알아보지 못하며 문제가 발생했다. 안중근 의사가 누구인지 몰라 어쩔 줄 몰라 하는 AOA 멤버의 모습은 그렇게 세상에 알려졌다.
언론에 의해 기사화된 후 AOA에 대한 비난 여론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컸다. 어떻게 안중근 의사도 알지 못하느냐는 지적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아무리 걸그룹이라고 해도 대한민국 역사에서 잊어서는 안 되는 인물을 알지 못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지적이었다. 녹화 후 편집 요구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방송에 내보낸 제작진의 인식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들 지적은 모두 맞다. 아무리 그래도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분인 안중근 의사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있다는 것은 안타깝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과연 AOA를 이렇게 비난할 수 있을까? 역사 교과서 왜곡이 뻔뻔스럽게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그들만을 비난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정 교과서를 강행하는 현 정부는 과연 이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 암울하게도 청소년들의 40% 이상이 안중근 의사가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른다는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그만큼 현장에서 역사 교육이 엉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역사교육 대토론회에 참석했던 주진오 상명대 교수는 자신의 SNS에 역사의식 조사 내용을 밝히기도 했다. 그 글에 따르면 상하이 공원에서 폭탄을 던진 인물이 안중근이라고 답한 학생이 40%라고 한다. 5.16을 주도한 이는 전두환이라고 답한 학생 역시 60%를 넘었다고 한다. 답은 윤봉길 의사와 박정희다. 윤봉길 의사와 안중근 의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결국 현장에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평소에 공부할 틈을 주지 않아서 역사지식이 부족한 아이들이 한 말이 그렇게 큰 문제가 된다면 5.18의 역사를 부정하고 역사 왜곡 교과서를 준비하시는 '혼이 비정상'인 대통령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AOA와 관련한 글을 올렸다. 어린 나이부터 연습생 신분으로 오직 목표를 향해 달리기만 했던 그녀들이 정상적인 교육을 받는 것은 힘들다. 정상적인 교육을 받는 학생들의 40%도 안중근 의사와 윤봉길 의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말이다.
5.18 민주화운동을 부정하고 역사 왜곡 교과서를 준비하는 대통령에 대한 의문은 대다수 국민들이 품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북한을 찬양한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 제창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 정부는 그렇게 철저하게 자신들을 위한 역사 만들기에만 집착할 뿐이다. 그런 상황에서 걸그룹 멤버의 잘못 하나로 세상이 들끓는 모습은 당혹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현재 우리는 정말 제대로 된 역사 교육을 하고 있는가?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발굴하는 작업은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른 일은 몰라도 남과 북이 합의해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공동 발굴하는 작업은 살아남은 자들이 해야만 하는 최소한의 역할이다.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던진 그를 기억하는 것은 그 모든 혜택을 받은 우리의 몫이기 때문이다. 쿠테타를 일으킨 정치군인을 미화하고, 친일 사관으로 한국 현대사를 엉망으로 만드는 국정 교과서를 강압적으로 추진하는 현실 속에서 걸그룹 멤버에 대한 상상을 초월하는 비난은 과연 무엇을 위한 비난인지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된다.
AOA 멤버들의 빈약한 역사인식을 옹호할 순 없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우리가 정말 분노해야만 하는 것은 국정교과서 강행이다. 역사를 왜곡하는 국정교과서를 막고 제대로 된 역사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바로잡는 것이 우선되어야만 하니 말이다. 작은 것들에 분노하면서 정작 큰 문제에는 침묵을 지키는 자세부터 바꾸지 않는다면 암울함은 일상이 될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대중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소비문화의 중추 중 하나인 아이돌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그런 뜨거운 관심은 이렇게 극단적인 비난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번 AOA 역사의식 논란 역시 단순한 역사인식 부재에 대한 비난만이 아닌 이런 사회적 현상이 낳은 결과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가 정말 분노하고 바로잡아야 하는 것은 국정교과서 문제다. 국정교과서가 현 정부의 방식대로 바뀌고 필수과목으로 지정된다면 말도 안 되는 왜곡된 역사를 강제 주입당하는 시대가 올 테니 말이다. 왜 수많은 이들이 국정교과서에 반대하는지 보다 많은 이들이 이번 기회에 기억하고 행동해야 할 것이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