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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 지진 오보’, 기상청만의 잘못인가[기자수첩] ‘사실 확인’ 안 하고 동조한 언론의 큰소리
김수정 기자 | 승인 2016.05.19 12:06

18일 오후, 강원도 횡성에 6.5 규모의 지진이 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실내 일부 사람이 지진이 일어난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가 규모 3.0 이상인데, 6.5 규모라면 국내 최대 규모 지진으로 기록될 사건으로 막심한 피해가 예상될 것이 뻔했다.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는 18일 오후 5시 42분, 5시 45분 <강원도 횡성에서 6.5 지진(1보)>, <원도 횡성에서 규모 6.5 지진…산사태 가능성 대피 당부(2보)>라는 긴급 기사를 내보냈고, 수많은 언론사들이 이를 받아쓰거나 유사한 내용을 기사화했다. ‘대피’까지 거론될 만큼 긴박한 상황이 조성되었으나, 어처구니없게도 이는 ‘오보’였다.

기사의 근거가 된 기상청의 팩스 내용이 사실과 달랐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5시 20분경 ‘강원도 횡성군 북동쪽 1.2km 지역 / 2016년 05월 19일 14시 00분 00초, 북위 37.49, 동경 127.49, 규모 6.5’이라는 내용의 팩스를 언론사 등 유관기관 76곳에 보냈는데, 알고 보니 재난대응 안전 한국 훈련 중 직원 실수로 ‘가상의 지진 통보문’이 발송된 것이었다.

기상청은 5시 50분께 홈페이지 알림을 띄워 팩스가 잘못 발송됐다고 알렸다. 연합뉴스 역시 5시 53분 송고 기사에서 <‘횡성 지진’ 오보에 사과드립니다>라고 전했다. 연합뉴스는 “이 기사는 오보로 판명났습니다. 기상청이 '재난대응안전한국 훈련' 내용을 실제 상황인 것처럼 언론사에 통지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 기사 전문을 취소했습니다. 국민 안전과 생명에 직결되는 재난 소식을 신속히 전달하려는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 연합뉴스는 앞으로 더욱 정확하고 신중한 보도를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기상청의 ‘실수 인정’으로 비교적 빨리 오보임이 확인됐으나, 이미 잘못된 정보가 사실인 양 쓰인 기사들이 쏟아져 나와 독자들에게 닿은 뒤였다. 그러자 언론은 단순 실수 때문에 국민 안전 관련 사안을 잘못 전달한 기상청에 비판의 화살을 돌렸다.

<더위먹은 기상청 "횡성 6.5지진" 황당 통보> (동아일보), <얼빠진 기상청..'횡성 훈련용 지진' 진짜 통보> (매일경제), <"횡성에 6.5 강진" 기상청 오보 소동> (조선일보), <'횡성 규모 6.5지진'소동..기상청 훈련용 문서 잘못 보내 한때 난리법석> (세계일보), <기상청, 희대의 황당한 '지진 오보' 전말..직원 실수에 전 국민 불안> (뉴시스) 등 기사 제목만 보아도 언론이 겨냥하고 있는 ‘문제의 원인’이 어디인지 알 수 있다.

5월 18일 강원도 횡성 지진 관련 언론 보도들

물론 1차적 원인은 기상청에 있는 것이 자명하다. 언론사 입장에서는 기상 상태와 같은 전문적인 분야에 대해 권위 있는 정부기관이 밝힌 내용을 의심부터 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6.5 규모 지진’은 단순히 오늘 비가 오느냐 안 오느냐 정도의 무게감을 지닌 사안이 아니었다. ‘사실이라면’ 건물 붕괴 등으로 인명 피해가 예상될 수도 있는 문제였다.

더구나 당초 언론사 등이 기상청으로부터 받은 팩스에는 ‘2016년 05월 19일 14시 00분 00초’라는 ‘미래 시점’이 적혀 있었다. 연합뉴스는 재난 소식을 신속히 전달하려는 ‘선의’에서 속보 알림을 띄우고 기사를 올렸다고 해명했지만, 그에 앞서 수상한 날짜에 대한 사실 확인부터 했어야 했다. “지진 통보문이 왔는데 날짜가 5월 19일로 되어 있다. 어떻게 된 거냐? 진짜 지진이 난 것 맞느냐”고 전화 한 통 거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설령 일선 기자가 서투른 판단으로 사실 확인 없이 빠른 송고를 요청했다 치자. 데스크와 보도 책임자는 무엇을 했는가?

다른 언론들도 마찬가지다. 통신사가 쓴 기사를 아무 의심도 않고, 별도의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받았다’. 진짜인지 아닌지 알아보지도 않고 일단 뉴스를 띄워 국민 혼란을 가중케 했다. 오보임이 알려진 후에는 소동의 주범인 기상청을 적극적으로 질타했다. 기상청이 평소 기상 상태 예측 적중률이 낮아 공공연한 조롱의 대상이 되는 위치라는 점 때문인지, 비판의 수위는 높았다.

국민 생명과 직결된 문제에서 신중치 못한 기상청의 실수를 ‘지적’하는 것은 언론으로서 분명히 했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정말 언론의 책임은 없을까? “(기상청의) 손가락 하나로 벌어진 이번 사태로 강원도 주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고, “해당 보도를 접한 언론사 사건팀은 강원도 횡성으로 내려갈 채비를 할 정도로 긴박한 상황”이었다며 기상청에 볼멘소리만 하면 그만인 것일까? 1보의 주인공인 연합뉴스 말고는 유감 표명이나 사과를 한 언론도 찾기 힘들었다.

기상청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고 마치 피해자인 양 행세하는 언론은 “재난이 터졌을 때 절대 인터넷 기사는 보지 말자”, “세월호 전원구조 오보가 그렇게 많은 이유를 알 것 같다”, “기사가 아니라 시말서를 써야되는 것 아니냐”는 네티즌들의 일침을 좀 더 새겨 들어야 할 것 같다.

김수정 기자  girlspeac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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