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경기 서남부 연쇄살인 피의자 강○○의 얼굴 등 개인신상을 공개한 것은 사실상 현행법을 위반한 것이며,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흉악범 얼굴과 신상공개에 관한 법률안 제정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법적 검토의견이 나왔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민주당 최문순 의원이 의뢰한 ‘피의자 및 용의자 신상공개에 관한 법적 검토’ 회신에서 경찰이 강○○의 얼굴을 공개한 것은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경찰청 훈령 461호)’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17일 밝혔다.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 85조(초상권 침해 금지)는 “경찰관은 경찰관서 안에서 피의자, 피해자 등 사건관계인의 신원을 추정할 수 있거나 신분이 노출될 우려가 있는 장면이 촬영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 경기 서남부 연쇄살인 피의자의 얼굴 사진을 가장 먼저 공개하고 나선 조선일보의 1월31일치 1면.
또 미국 메간법 등 일부 국가에서 성범죄자에 대한 신상공개제도를 두고 있지만 기타 범죄자에 대한 얼굴이나 신상공개를 법적으로 규율하는 입법례는 찾아보기 어려우며, 설사 공개에 관한 예외적 법적 논거를 두더라도 언론이 피의자 또는 용의자의 얼굴과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우리나라에는 ‘청소년 성보호법’과 병무청의 ‘국외여행 미귀국자 및 병역기피자 명단공개’, ‘지명수배제도’ 등이 있어 피의자 또는 용의자의 얼굴과 신상을 공개할 수 있지만 이번 경우처럼 경찰이 자진해 강○○의 얼굴과 신상을 공개한 것은 경찰관 직무규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법조사처는 또 “피의자 또는 용의자의 얼굴과 신상공개에 관한 법률안을 입안하기 위해서 공인과 사인이론을 고려해 공개에 관한 예외적 사유에 대한 명확한 법적 논거를 제시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겠지만, 이 경우에도 구체적인 요건의 판단기준 자체에 대해 명확한 제3자적 입장에서의 판단이 아니라 언론이 판단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우려가 있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