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 이후 언론계에는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물들이 많이 등장했다. 이몽룡 스카이라이프 사장, 정국록 아리랑방송 사장, 양휘부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을 비롯해 구본홍 YTN 사장, 이병순 KBS 사장, 차용규 OBS 사장까지.

YTN노조는 오늘로 ‘낙하산 반대 투쟁’을 215일째 이어가고 있으며, OBS노조는 오늘로서 ‘낙하산 저지 투쟁’ 이틀째를 맞았다.

▲ OBS 노조원 20여명이 17일 오전 7시15분 정문에서 손팻말을 들고 "차용규는 물러가라"고 외치고 있다. ⓒ송선영
MB 언론 특보 출신인 차용규 OBS 신임 사장은 지난 1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OBS희망조합지부(지부장 김인중)의 출근 저지를 피해 오전 7시45분 쪽문으로 뛰어 출근한 데 이어, 오늘(17일)은 오전 6시33분에 출근하는 등 이른바 ‘시간차 공격’에 나섰다.

이날 정문을 지키고 있던 영안모자(OBS 최대주주사) 관계자 및 용역 직원들은 오전 6시33분 경 차 사장의 차량이 도착하자 분주하게 움직였으며, 차에서 내린 차 사장은 사장실이 있는 B동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당초 OBS노조는 제작국 노조원 중심으로 오전 7시경 출근 저지 투쟁을 할 계획이었으나, 차 사장이 예상보다 일찍 출근하는 바람에 막지 못했다.

OBS노조원들은 오전 7시경 차 사장의 출근 소식을 접했으며, 대다수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늘로서 단식 투쟁을 6일째 이어가고 있는 김인중 지부장은 “오늘 허무하게 아무것도 못했다”면서도 “시간과 공간을 피해 들어가려고 하는 것 같은데, 현명하게 대처해 정상적인 업무를 볼 수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노조원도 “정문 앞에서 얼굴이라도 보여주려 했더니 그냥 들어갔다”고 아쉬워했고, 또 다른 노조원은 “내일부터는 더 일찍 나와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쪽문으로 뛰어 ‘첫 출근’을 한 것에 이어 노조원들이 없는 시간에 서둘러 출근한 차 사장의 행보는 취임 초반부터 노조의 투쟁 동력을 막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노조와 소통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장실이 있는 OBS 사옥 B동은 어제 오후부터 임시 폐쇄된 상태로, B동에 사무실이 있는 직원들만 입출입이 가능하며, 사옥 안에는 회사 쪽에서 동원한 용역 직원들이 배치돼 있다.

▲ 사장실이 있는 OBS 사옥 B동에 붙은 임시폐쇄 문구. ⓒ송선영

▲ 2008년 7월22일 오전 7시44분 YTN타워 후문에 도착한 구본홍 사장이 박경석 당시 노조위원장(맨 왼쪽)과 말을 하고 있다. ⓒ송선영

노조의 거센 투쟁으로 사장실 행이 막혀 있다 지난해 12월8일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뒤늦게 사장실 출입이 자유롭게 된 구 사장의 사장 선임 초기 아침 출근 풍경은 어땠을까?

같은 ‘낙하산’이고, 여전히 노조원들에게 ‘소통할 줄 모른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구사장이지만, 적어도 그는 차 사장과는 달리 초반 노조원들과 얼굴을 맞대는 성의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7월21일 오전 6시10분 처음 YTN에 출근을 시도한 구 사장은 노조원들에게 “마음을 열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22일 오전 7시44분 도착한 구 사장을 향해 YTN 노조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사퇴하라”고 외치자, 이에 구 사장은 “돌아가겠다”며 8분만에 자리를 떴다. 23일에도 노조의 거센 출근 저지에 막힌 구 사장은 “여러분들, 열심히 일 해라. 돌아가겠다”며 오전 7시46분 자리를 떴다.

현재 OBS 사옥 B동에 붙어있는 ‘임시폐쇄’ 종이는 향후 차 사장이 OBS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짐작된다. 또 곳곳에 배치된 영안모자 관계자들과 용역 직원들의 OBS 통제를 통해서도 이같은 모습은 잘 드러난다.

같은 ‘낙하산 논란’으로 시작된 투쟁이지만 YTN과 OBS의 낙하산 투쟁은 닮은 듯하면서도 다르다. OBS 구성원들은 순발력이 탁월한 사장 덕분에 YTN 구성원들보다 더 혹독한 투쟁을 이어가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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