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 민주당 의원 : “청와대 국민소통비서실에서 경찰청 홍보 담당관실로 보낸 문건이 있다고 합니다. 반정부 단체에 대응하기 위해 군포 연쇄 살인 사건을 적극 활용하라는.”
○한승수 총리 : “청와대에서 그런 메일이 갔는지 모르겠으나 알아보겠습니다.”

▲ 지난 11일 국회에서 청와대에서 연쇄살인사건을 활용해 용산참사를 무마시키라는 공문이 있었다는 김유정 의원의 모습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용산 참사 긴급 현안 질의에서 청와대가 용산참사를 무마하기 위해 경기 서남부 연쇄 살인사건을 활용하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청와대는 부인했다. 그러나 김유정 의원은 공문 지시 내용을 필사본으로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일 지상파 3사 메인 뉴스에는 관련 뉴스가 모두 배치됐다. 사안의 폭발력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음날인 12일 <조선일보>에는 의혹제기를 넘어 ‘용산 참사 긴급 현안 질의’에 대해 단 한 줄의 보도도 없었다. <중앙일보>는 국회 현안질의 기사의 마지막 단락에 ‘한편’이라는 말로 처리했다. 김유정 의원의 의혹을 전달하며, 중앙일보는 ‘그는 문건을 제시하지 않은 채’였다는 것을 강조했고, 바로 청와대가 이를 부인했다고 방점을 찍었다. 필사본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은 중앙일보에는 중요하지 않았나 보다. <동아일보>는 국회 현안질의 기사는 있었으나 김유정 의원의 의혹제기 관련 기사는 단 한 줄도 없었다.

그리고 어제 12일 오전 드디어(?) 문건이 공개됐다. <오마이뉴스>는 신뢰할 만한 제보자를 통해 긴급 입수했다며 “김유정 의원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문건을 확보했다”고 공문을 공개했다. 오마이뉴스가 공개한 문건을 보면 분명 발신은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000 행정관이며 수신은 경찰청 홍보담당관이었다.

▲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청와대의 ‘보도지침’. 용산참사를 덮기 위해 ‘군포연쇄살인사건’의 수사내용을 활용하라며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제시돼 있다.

내용은 가관이었다. “용산사태를 통해 촛불시위를 확산하려고 하는 반정부단체에 대응하기 위해 ‘군포연쇄살인사건’의 수사내용을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바랍니다”라며 구체적인 지시사항까지 포함하고 있다. “특히 홈페이지, 블로그 등 온라인을 통한 홍보는 즉각적인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예를 들면, 연쇄살인 사건 담당 형사 인터뷰, 증거물 사진 등 추가정보 공개, 드라마 CSI와 경찰청 과학수사팀의 비교, 사건 해결에 동원된 경찰관 및 전경 등의 연인원, 수사와 수색에 동원된 전의경의 수기” 등의 내용을 홍보하라고 지시하고 있었다.

크다. 결코 작은 사안이 아니었다. 이쯤 되면 충분히 다룰 가치가 있기에 조중동에서도 관련 기사를 찾아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그건 착각이었다.

동아일보는 8면 하단에 “야 ‘용산사건 축소 시도’ 청 ‘지침-공문 안내렸다’”라는 기사를 통해 “청와대는 ‘김 의원의 폭로와 같은 지침이나 공문을 경찰청에 내린 바 없다’며 ‘오마이뉴스가 입수했다는 공문이나 e메일 양식과도 다르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기사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청와대 입장에 대한 오마이뉴스의 반박기사가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함구했다. 조선일보는 12일에 이어 13일 오늘도 함구했고, 중앙일보는 “청와대가 부인했다”는 것에서 사건이 멈춰져 있다. ‘문건은 공개하지 않은 채’라던 중앙일보는 문건 내용이 공개됐는데 왜 사건을 다시 다루지 않았을까.

▲ 지난 1월 28일자 중앙일보 12면 “군포 살인범, 미국 CSI처럼 잡았다”기사
“(이들 신문은) 왜 그랬을까?”
“공문의 내용에 포함된 지침대로 조중동에 실렸다면 그건 100%입니다.”

용산 참사 발생일은 1월20일, 군포 여대생 살인용의자로 강씨가 검거된 날은 1월25일이며 검거된 바로 그날부터 경찰은 “수법이 대담한 점을 미뤄 또 다른 부녀자 실종 사건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며 수사를 확대했고, 경찰은 강씨가 1월30일 총 7명을 살해했다고 밝혔다.

유독 CSI와 비교해 과학수사를 부각시켰던 언론들, 때아닌 논란을 일으키며 범인 얼굴공개를 전면에 내세웠던 언론들, 언론에 유독 많이 등장했던 연쇄 살인사건 담당 형사들의 인터뷰…. 이 과정에서 용산참사 사건은 확연히 줄어들었다. 중앙일보 1월28일자 12면 “군포 살인범, 미국 CSI처럼 잡았다”기사. 이것이 진정 다 우연이었을까?

청와대의 경기 서남부 연쇄살인사건을 활용하라는 보도지침을 보도하지 않는 언론매체들. ‘제발 저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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