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드라마가 없는 금요일 밤, JTBC와 tvN의 전쟁이 치열하다. 지금까지는 대체로 tvN이 이겼고 이번에도 그럴 것이 너무도 분명해 보였다. 그런 한편으로는 두 드라마의 타겟층이 많이 다를 수 있어서 실제 승부에서는 의외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없지는 않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노희경 작가에 할벤져스라 진작에 별명까지 얻은 호화 캐스팅의 <디어 마이 프렌즈>를 위협하지는 못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 의외의 결과가 나온 것 같다. 동시간대에 방영된 <디어 마이 프렌즈>와 <마녀보감>이었지만 방송 후 주요 포털의 실검 경쟁에서 <마녀보감>이 <디어 마이 프렌즈>를 확실히 꺾은 것으로 보였다. 지상파 드라마와 달리 비지상파 드라마는 실검의 영향이 더욱 민감하게 반영된다. 즉, <마녀보감>이 의외의 선전을 펼쳤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너무도 완벽한 흑무녀 홍주 염정아

JTBC 새 금토드라마 <마녀보감>

더욱 놀라운 것은 아직 이 드라마의 주인공 윤시윤과 김새론은 등장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디어 마이 프렌즈>에 나왔어야 할, 그러지 않아서 서운할 수도 있는 김영애의 존재감과 흑무녀 홍주에 의해 이용당하고, 희생되는 해란 역을 강렬하게 소화해낸 정인선의 연기력이 임팩트를 주었다.

그렇지만 적어도 <마녀보감> 첫 방송의 수훈은 흑무녀 홍주 역의 염정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등장부터 이 드라마가 가진 다크 판타지 분위기를 책임진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요염한 홍주의 모습은 무서우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힘에 빠져들게 했다. 다크 판타지의 성공여부는 바로 이 흑무녀 홍주의 캐릭터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적어도 첫 회의 염정아는 그의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첫 회에만 나오기 아까운 정인선의 열연

JTBC 새 금토드라마 <마녀보감>

그렇다면 그 흑무녀 홍주에 당할 희생양이 또 그만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 역할은 아역배우 출신의 정인선이 맡았다. 우선 깨끗하고 여린 이미지의 정인선의 외모는 해란 역에 적격이었다. 그러다가 홍주에 의해서 임신한 아이도 빼앗기고, 자신의 목숨은 물론 엄마와 동생마저 잃은 해란이 숨을 거둬가며 중전(장희진)을 향해 무시무시한 저주를 퍼부을 때의 폭발적인 연기력도 이미 갖추고 있었다.

전체적인 영상미와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삼박자가 고루 균형이 잡힌 시작이었지만 홍주와 해란의 똑 부러지는 역할과 연기가 무엇보다 돋보였다. 특히 특별출연으로 첫 회에만 나오고 퇴장하기에는 너무도 아까웠던 정인선의 열연이어서, <시그널>의 오연아처럼 후반부에 다시 등장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렇지 않더라도 기대할 만한 젊은 배우를 찾은 즐거움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JTBC 새 금토드라마 <마녀보감>

그렇게 <마녀보감>이 생각보다 훨씬 큰 재미를 주는 바람에 조용한 지상파 드라마에는 없는 본방사수의 고민을 겪게 된다. 연령대에 따라 <마녀보감>과 <디어 마이 프렌즈>를 선택할 것이라 쉽게 생각했던 방송 전의 예측이 빗나갈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판타지는 공감만 얻는다면 대단한 파괴력을 갖는다. 이미 <해품달>과 <별그대>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디어 마이 프렌즈>에 주목하느라 가볍게 봤던 <마녀보감>이 그 판타지의 위력을 제대로 이어갈지 궁금하게 만든 첫 방송이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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