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선 직전 ‘정수장학회가 MBC 지분을 매각해 특정 세력을 도울 계획’이라고 보도한 한겨레 최성진 기자에 대해 징역 6월의 자격정지 1년의 선고유예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는 12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겨레 최성진 기자에 대해 대법원은 “휴대폰 통화가 끝나고 난 뒤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지 않은 상태에서 우연히 듣게 된 최필립과 이진숙 등의 대화를 임의로 청취·녹음·공개한 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징역 6월 및 자격정지 1년의 선고유예(원심)는 정당하다”고 결정했다. 최성진 기자는 2012년 10월 당시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과 MBC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이 비밀회동을 갖고 정수장학회가 가진 언론사 지분을 매각해 부산·경남지역 대학생들의 반값등록을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고 단독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최필립 “부산일보, 빽 만들겠다는 이들에 매각”)

2012년 10월 12일 한겨레 보도

이와 관련해 1심 재판부는 최성진 기자에 대해 최필립 이사장이 실수로 휴대전화 종료 버튼은 누르지 않아 우연히 대화내용을 ‘청취’한 것에 대해 ‘유죄’를 인정해 징역 4월에 자격정지 1년의 선고를 유예했다. 반면, 대화를 ‘녹음’하고 ‘보도’한 것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2심)는 ‘청취’ 뿐 아니라, ‘녹음’과 ‘보도’ 행위까지도 모두 ‘유죄’를 인정해 최성진 기자에 징역 6월에 자격정지 1년, 선고유예로 형을 높였다. 최성진 기자 측은 “이 사건 대화는 통비법상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가 아니고, 우연한 계기로 듣게 된 것이므로, 통비법이 금지하는 ‘청취’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아니한 제3자가 일반 공중이 알 수 있도록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발언을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해 청취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통신 및 대화비밀의 보호) 제1항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이어, “어떠한 범죄가 적극적 작위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음은 물론 결과의 발생을 방지하지 아니하는 소극적 부작위에 의해서도 실현될 수 있는 경우에, 행위자가 자신의 신체적 활동이나 물리적·화학적 작용을 통해 적극적으로 타인의 법익 상황을 악화시킴으로써 결국 그 타인의 법익을 침해하기에 이르렀다면, 이는 작위에 의한 범죄로 봄이 원칙”이라고 유죄 선고의 배경을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보면, 최성진 기자는 이 사건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아니한 제3자”라며 “통화연결상태에 있는 휴대폰을 이용하여 이 사건 대화를 청취·녹음하는 행위는 작위에 의한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의 위반행위”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며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보면, 최성진 기자가 이 사건 대화를 ‘청취’ 및 ‘녹음’한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할 수 없고, 그 ‘공개’ 행위 역시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은 “진실을 보도한 게 죄인가”라면서 유감을 표했다. 언론노조는 성명을 통해 “대통령 선거를 불과 두 달 여 앞둔 시점에서 이뤄진 당시 논의는 유력 대선후보였던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정수장학회 처분 시도와 관련한 것이었다”며 “최성진 기자의 행위는 공익을 위한 취재·보도가 명백함에도 재판부가 법 조문을 너무 좁게 해석한 우를 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겨레 최성진 기자는 대법원 ‘유죄’ 판결과 관련해 “진실을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 기자의 일”이라며 “기자로서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감춰진 진실을 국민 앞에 드러낸 게 죄가 된다면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이번 대법원 선고와 관계없이 정수장학회 비밀회동 취재 상황이 다시 한 번 펼쳐진다고 해도 나는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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