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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CJHV 인수합병 난항, 다시 움직일 때다SBS가 큰 건 잡았다? 새로운 공공성 설계 요구해야
박장준 기자 | 승인 2016.05.13 12:30

“SK가 공정거래위원회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공정위가 SK를 기다려주는 것 아닐까요?” 최근 SK텔레콤, CJ헬로비전, SBS, KT,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의 실무자와 고위관계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SBS는 연일 SK와 CJ에 맹공을 퍼부으며 두 재벌의 맷집을 실험 중이고, 두 재벌은 공정위만 바라보고 있는 와중에 다소 황당한 내용의 질문으로 느껴졌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질문을 던진 건 열흘 정도 전 ‘SBS가 큰 건을 잡고 SK와 CJ에 인수합병 포기 선언을 종용하고 있다’는 어마어마한 ‘소문’을 들어서다. 확인해보니 업계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알고 있는 내용이다.

SBS가 쥐고 있다는 ‘큰 건’의 내용에 대해서는 추측만 무성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확인이 안 된다. 업계에서는 SBS가 인수합병을 무산시키기 위해 사운을 걸었고 정책부서, 보도국, 수뇌부가 동시에 움직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KT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추정했다. “SBS가 SK를 만나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니 인수합병을 포기하라’고 압박한 것으로 안다. SBS가 큰 건을 쥐었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아직까지 안 나온 것을 보면 인수합병을 포기시킬 만큼의 내용은 아닌 것 같다. 개인적인 추정이지만 SBS는 SK와는 다시는 얼굴을 보지 않을 정도의 보도를 할 것 같다.”

SK와 CJ는 인수합병의 1차 관문인 공정위의 ‘경쟁제한성 및 시장지배력 전이’ 심사도 뚫지 못하고 있다. 애초 두 재벌은 지난해 12월 정부에 심사를 요청했고, 공정위-미래부-방통위의 3단계 심사가 끝나는 시점을 ‘총선 전후’로 봤었다. 그런데 경쟁사업자인 KT와 LG유플러스는 물론 지상파방송사들 까지 거센 반발을 하기 시작했다. 심사 종료 시점을 ‘연내’로 전망해야 하는 처지다. 한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번 주에 나오겠지 하던 게 벌써 이렇게 됐다. 심사에서 제외되는 ‘자료보정기간’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도 공정위 권한이다. 우리는 기다리고만 있다”고 말했다. 두 재벌은 지금 초조하다.

두 방송통신 공룡이 하나가 되려 하는 상황에 업계는 정확히 찬반 양편으로 갈렸다. 그래서 심사하는 정부는 어느 때보다 난감하다. 뒤집어 말하면 정부 판단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의 입에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정재찬 위원장은 5월 2일 이데일리 기자와 만나 “현재 자료 보정을 하고 있다”며 “심사 기한 내에 최대한 빨리 맞춰서 심사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쟁제한성이 없으면 ‘없다’는 심사결과를 미래부에 전달하면 되고, 경쟁제한성이 있으면 그걸 해소하기 위해서 형태적·구조적 시정조치를 권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대로 하자”는 SK와 CJ의 입장은 원칙적으로 옳다. 그러나 일은 그렇게 굴러가지 않는다. SBS가 반대 여론전의 선두에 서 있고 연일 SK와 CJ를 속칭 ‘때리고’ 있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SBS 출신이다. 여기에 경쟁사업자인 KT와 LG유플러스도 ‘결사반대’ 중이다. SK와 CJ에서 “인수합병으로 시장에서 경쟁이 제한된다면 그에 맞는 시정조치를 내리고 조건을 부과하면 되는 일인데 정부가 SBS, KT, LG유플러스의 눈치를 보면서 시간을 끄는 것은 잘못됐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BH에서 오더가 내려오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고 했다.

공정거래위원장의 발언으로 미루어볼 때 공정위 심사는 5월 안에 끝날 것으로 보인다. 인수합병 반대진영은 2차전을 준비 중이다. 특히 이들은 미래부가 만든 통신부문 심사기준과 방송부문 심사주안점안에 대한 의견, 방통위의 심사기준에 대해 의견서를 제출하고 수시로 정부부처를 접촉 중이다. 방통위와 미래부 관계자는 “(인수합병에 반대하는 사업자들이) 거의 매일 찾아온다”고 말했다. 이들의 관심은 딱 하나다. SBS는 CJ E&M의 성장을 견제하고 보도권력의 우위를 지켜야 하고, KT와 LG유플러스는 가입자 420만을 한번에 사들이려는 SK를 막아내야 한다.

찬성이든 반대든 모든 사업자와 정부부처가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다. 미래부는 이례적으로 원·하청 고용안정 방안과 기업의 사회적 신용을 포함한 심사주안점안을 만들었다. 방통위는 공공성과 지역성에 초점을 맞췄다. SK와 CJ가 어느 수준까지 정부를 설득할지 알 수 없고 SBS, KT, LG유플러스의 여론전과 로비전이 심사에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르겠으나 지금이 방송과 통신 모두에서 공공성과 노동권을 강화하기에 적기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사업자들만 2차전을 준비할 게 아니다. 두 재벌의 가장 밑단에서 일하는 케이블 설치기사부터 학계와 국회까지 다시 움직여야 할 때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인수합병에 대한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공정위의 시정조치 내용, 미래부와 방통위가 제시할 조건이다. 이번 인수합병 심사는 정부의 중장기 통신·방송 정책의 기조를 드러낸다. 두 재벌은 이 조건들을 두고 득실을 따질 것이다. 만약 인수합병을 포기한다면 이런 이유 때문이어야 한다. 정부 심사위원회는 이동통신 1위, IPTV 2위, 알뜰폰 2위인 SK와 케이블 1위, 알뜰폰 1위인 CJ에 지금보다 더 많은 공적 책무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방송통신 융합시대에 맞는 새로운 공공성을 설계해야 한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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