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연합의 집회를 기획,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는 허현준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이 주간지 <시사저널>을 상대로 제기한 출판·인터넷 기사 게시 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다.

서울서부지법 민사21부(재판장 이건배)는 허현준 행정관이 낸 <시사저널> 1384호(4월 25일) 및 4월 20일자 기사에 대한 출판·인터넷 기사 게시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고 11일 밝혔다. 앞서 <시사저널>은 지난달 20일 ‘허현준 행정관이 어버이연합에 올 초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지지 집회를 열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인터넷판에 게재(링크)했다. 허현준 행정관은 다음날인 21일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청구했고 민·형사상 고소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정부가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확정 고시한 지난해 11월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 앞에서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교과서 국정화를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은 당시 “청와대가 어버이연합을 못마땅하게 여겨서 공격을 하는 것 같다”며 “집회를 열어달라는 요구를 안 받아줘서 그러는 것”이라는 어버이연합 핵심 인사 ㄱ씨 인터뷰를 인용하면서 이 같은 지시를 내린 사람이 허현준 행정관(기사에서는 ‘ㅎ 행정관’으로 표기)이라고 보도했다.

<시사저널>은 이후에도 “지금 시민단체들 다 걔(허 행정관) 손에 의해 움직이는 건 맞지”라는 추선희 사무총장과 “청와대에 앉아 있으면 대한민국을 위해서 일을 해야지 어떤 개인감정을 가지고 자기(허 행정관)가 집회 지시를 이렇게 이런 방향으로 지시”한다는 김미화 탈북어버이연합 대표의 인터뷰를 보도(링크)했다.

허현준 행정관은 허 행정관 지시로 어버이연합 지시를 연 적이 없다는 추선희 사무총장, 김미화 대표의 ‘인증서’를 증거자료로 제출했으나 재판부는 이것만으로는 “<시사저널> 기사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기 어렵다”며 통화내역, 문자메시지 내용 등 객관적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허 행정관은) 청와대 행정관으로서 상당히 공적인 지위에 있으며, <시사저널>이 사건 기사와 같은 내용의 의혹을 품을 만한 합리적 이유가 있어 보인다”면서 “보도 내용이 객관적 자료에 의해 최종 증명되지 않았다 해도 현 단계에서 허 행정관의 인격권이 언론의 자유보다 우선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시사저널은 지난달 11일 <[단독] 어버이연합, 세월호 반대 집회에 알바 1200명 동원 확인>(링크)를 시작으로 재향경우회의 활동비 지원, 청와대의 집회 지시 의혹 등을 연속 보도하며 이른바 ‘어버이연합 게이트’ 보도에 앞장서 왔다.

특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시사저널>은 지난 10일 <[단독] “이병기 비서실장 국정원장 시절, 보수단체에 ‘창구 단일화’ 요청”>(링크)을 통해 이병기 전 국정원장(현 대통령 비서실장)이 서정갑 국민행동본부장, 구재태 재향경우회 회장,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미래한국 국민연합 공동대표,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 위원장 등 역임) 등 보수단체 대표들과 만나 돈을 지원해주는 창구를 단일화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은 시사저널 보도 내용에 대해 당시 보수단체들을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보도에 등장한 발언을 한 바 없고 대민소통 차원의 모임이었다는 해명을 내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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