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3일 치러진 제20대 총선 결과, 민심은 ‘여소야대’ 정국을 택했다. 대선과 함께 가장 큰 정치적 이벤트로 여겨지는 만큼, 각 언론사 역시 바삐 움직이며 동향을 좇았고 나름대로 선거 판세 분석을 했다. 3월 24일부터 4월 12일까지 총선 전 20일 간의 KBS, MBC, SBS, JTBC, MBN, 채널A, TV조선 7개 채널의 저녁종합뉴스를 분석한 결과, 새누리당 우호 뉴스를 가장 많이 한 곳은 채널A로 나타났다.

11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 중회의실에서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주최로 <후보자 검증과 정책 실종, 20대 총선보도를 진단한다> 토론회가 열렸다. ⓒ미디어스

11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 중회의실에서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주최로 <후보자 검증과 정책 실종, 20대 총선보도를 진단한다> 토론회가 열렸다. 심미선 순천향대 교수는 <2016년 총선보도 분석:지상파 및 종편 저녁종합뉴스를 중심으로> 발제를 통해 KBS, MBC, SBS, JTBC, MBN, 채널A, TV조선 7개 채널의 저녁종합뉴스 1729건(총선 전 3월 24일~4월 12일 1338건, 총선 후 4월 14일~4월 20일 391건)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총선 전 총선관련 보도 건수가 가장 많았던 곳은 TV조선(275건, 20.6%)이었다. 채널A(255건, 19.1%), MBN(249건, 18.6%), JTBC(177건, 13.2%)가 그 뒤를 이었다. 지상파는 종편에 비해 보도량 자체가 적었다. SBS(135건, 10.1%)와 KBS(131건, 9.8%)로 비슷했고, MBC는 116건(8.7%)에 그쳤다.

사안의 성격을 가지고 중립적, 갈등적, 비판적 보도로 구분해 분석한 결과 총선 전 1388건 뉴스 아이템 중 중립적 보도가 819건으로 61.2%를 차지했고 갈등적 보도는 380건으로 28.4%, 비판적 보도는 165건으로 12.3%였다. 총선 후에는 중립적 보도가 73.9%(289건), 갈등적 보도가 15.6%(61건), 비판적 보도가 10.7%(42건)를 기록했다.

이번 발제문에서는 방송사가 어떤 태도로 각 정당을 보도했는지 흐름도 읽을 수 있었다. 총선 전 정당별 총선관련 뉴스를 살펴보니, 새누리당에 우호적인 뉴스건수는 122건(9.1%)으로 3당 중 가장 많았다. 채널A가 43건으로 1위였고, TV조선이 41건으로 2위, MBN이 30건으로 3위를 차지해 전반적으로 종편 채널이 새누리당에 우호적인 뉴스를 많이 전달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반면 국민의당에 우호적인 뉴스는 29건(2.2%), 더불어민주당에 우호적인 뉴스는 18건(1.3%)에 불과했다. 또, 총선 후에는 우호적인 뉴스 비율이 줄었다. 새누리당 8건(2.0%), 더불어민주당 4건(1.0%), 국민의당 6건(1.5%)였다.

총선 전 비판적 뉴스는 더불어민주당이 117건(8.7%)으로 가장 많았다. TV조선이 39건으로 더불어민주당을 가장 비판적으로 보도했고, 채널A(34건), MBN(18건), MBC(10건), JTBC(9건)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새누리당 비판적 뉴스는 56건(4.2%), 국민의당은 50건(3.7%)이었다.

총선 후에는 보도경향이 비판적인 쪽으로 변모했다. 새누리당 우호 뉴스 8건(2.0%), 더불어민주당 우호 뉴스 4건(1.0%), 국민의당 우호 뉴스 6건(1.5%)이었던 반면, 새누리당 비판 뉴스 24건(6.1%), 더불어민주당 비판 뉴스 22건(5.6%), 국민의당 비판 뉴스 12건(3.1%)이었다.

총선보도 유형 역시 공약이나 후보자 분석보다는 선거판세, 당대표 행보, 유세현장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당별 총선보도 유형을 채널별로 살펴본 결과, KBS는 새누리당 보도 시 선거판세분석(18.5%)을 가장 많이 했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보도 시에는 당대표 관련 일정(각각 18.8%, 19.8%)을 가장 많이 전했다. MBC는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보도 시 유세현장(각각 23.6%, 27.0%)을 가장 많이 노출한 반면 국민의당은 당대표 일정(26.7%)을 가장 많이 다뤘다. SBS는 3당 모두 유세현장(각각 22.5%, 32.9%, 29.9%)을 가장 많이 보도했다.

JTBC는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의 경우 선거판세분석(각각 19.4%, 20.0%)에 집중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유세현장(19.8%)을 가장 많이 보도했다. MBN은 새누리당 보도 시 선거여론조사(16.5%)를, 더불어민주당 보도 시 선거판세분석(20.9%)을, 국민의당 보도 시 유세현장(20.7%)을 가장 많이 전했다. 채널A는 3당 모두 유세현장(각각 18.9%, 22.4%, 21.4%)을, TV조선은 3당 모두 선거판세분석(각각 19.5%, 20.6%, 23.2%)을 가장 많이 노출했다.

제20대 총선보도 유형 역시 공약이나 후보자 분석보다는 선거판세, 당대표 행보, 유세현장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은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대표 행보를 중점적으로 보도한 뉴스 화면 ⓒ미디어스

자연히 공약 분석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7개 방송사 중 가장 공약 보도를 많이 한 곳은 SBS였다. SBS는 새누리당 보도 89건 중 17건(19.15), 더불어민주당 보도 76건 중 19건(25%), 국민의당 보도 67건 중 14건(20.9%)을 공약 소개에 할애했다. MBN은 새누리당 보도 291건 중 7건(2.4%), 더불어민주당 보도 211건 중 5건(2.4%), 국민의당 보도 135건 중 5건(3.7%)만을 공약 전달에 썼다.

심영섭 한국외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강사는 “당 대표 얘기만 하고 공천갈등 얘기만 하느냐, 하지만 정치권에 더 큰 잘못이 있는 게 아닌가. 선거구 문제를 그렇게 해 놔서 공약이 뭔지 후보가 누군지 알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가십 위주의 보도 경향에 대해서는 “종편에서 (수위가) 세게, 편향적으로 보도할 때는 시청률이 5%, 7% 나오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니 시청률이 떨어지더라”며 시청률 경쟁을 원인으로 꼽았다.

“좋은 보도를 할 마음을 많이 먹지 않은 것 아닌가”

노영란 매체비평우리스스로 사무국장은 “대선 때에는 종편 때문에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됐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이번 총선은 종편 때문에 여소야대가 됐다는 말이 나온다. 자극적인 소재를 찾다 보니 옥새 투쟁 이런 부분을 지속적으로 노출했고, 시청자들이 ‘해도 해도 너무 한다’ 해서 새누리당 지지층까지 빠져나간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는 국민의당이 나오면서 군소정당이 더 언론 노출이 덜 됐다. 군소정당들이 선거보도의 부정적 영향을 더 크게 받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시청자 이진영 씨는 “애초에 공약 비교는 할 수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사 카메라는 3당만 비추는데 공약이 없으니 가십을 할 수밖에 없지 않았나… 언론 보도만을 보고 정당을 선택하긴 힘들었을 것 같다. 군소정당들은 등장도 하지 않았다”며 “선거를 치르면서 선거제도 문제점에 대한 여론이 있었는데 (언론이 그런 걸) 아젠다로 만들지 못한 점도 한계”라고 지적했다.

이윤소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정치 판도가 어쩔 수 없었다는 반응도 나오는데 과연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치권의 판도를) 바꾸기 위한 의제를 던지는 것이 언론의 역할인데 왜 안 할까”라며 “방송뉴스에서 한정된 시간 안에 (많은 것을) 보여주기 힘들다고 하지만, 김무성 대표가 다른 후보들을 업어주는 뉴스는 나갔다. 시간이 한정돼서가 아니라 좋은 보도를 할 마음을 많이 먹지 않은 것이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호찬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민주방송실천위원회 간사는 “지상파 같은 경우, 정권 영향력을 많이 받는 현실이 감안되어야 할 것 같다”며 “MBC 뉴스데스크를 보시는 분들이 얼마나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뉴스를 보지 않는 시청자가 늘어나는 것이 공영방송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고 생각한다. 제가 시청자여도 뉴스를 보고 싶지 않겠지만 관심을 갖지 않으면 내부에서 어떤 문제점이 일어나더라도 만드는 사람이 문제인지를 못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죄송스럽지만 그래도 꾸준히 공영방송 뉴스에 대해 관심을 갖고 비판해 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