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포털사이트 다음 첫 화면 상단 중앙의 뉴스박스에 있는 아고라 인기글 노출 코너가 삭제된다는 소식이 여러 뉴스 매체를 통해 보도됐다.

관련 소식을 포털에 최초 송고한 연합뉴스(‘‘아고라’ 다음 초기화면서 삭제될 듯’) 보도에 따르면 다음 관계자가 “내달 3월부터 초기화면 뉴스박스에서 아고라를 삭제할 것을 검토 중”이며 “아고라가 초기화면에서 제외되더라도 (아고라는) 정상 운영된다”고 밝혔다.

이어 “뉴스박스에 뉴스와 UCC(손수제작물)가 혼재돼 신뢰도에 영향을 준다는 의견이 있어 여러가지 안을 검토 중이며 삭제안은 그 중 하나”라며 아고라 첫 화면 제외 검토 이유에 대한 다음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 다음 첫 화면 뉴스박스 캡처
해당 기사는 이러한 다음(혹은 관계자)의 고민은 “이면에는 아고라로 인한 정치·사회적 논란이 경영환경의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보인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또한 “내부적으로 사실상 (아고라 초기화면에서) 삭제가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의 관련 보도가 나간 뒤 종이/인터넷 신문 구분 없이 여러 매체가 이를 보도했다. YTN 등 방송을 통해서도 보도됐다. 다음달로 예정된 다음 첫 화면 일부 개편이 ‘대단한’ 뉴스거리가 된 것이다. 물론 신문들의 주된 관심사는 다음의 주요 서비스 중 하나인 아고라가 첫 화면에서 삭제되느냐 여부에 모아졌다.

그동안 아고라에는 현 정부 인수위 때부터 ‘영어몰입교육’ ‘강부자 고소영 내각구성’ ‘대운하’ 반대 여론이 모아졌다. 이후 미쇠고기 수입 관련 촛불시위의 인터넷 중심장이 되기도 했다. 또한 최근 ‘미네르바’ 사건까지 줄기차게 현 정권과 ‘뉴라이트’에 대한 비판 여론이 모이는 곳이기도 했다.

사람들의 관심이 아고라에 모아지는 배경에는 이처럼 ‘정치’적인 이유가 깔려 있다. 아고라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입장이 맞서있는 것이다.

‘뉴라이트계’ 신문 중 하나인 프리존뉴스는 ‘유언비어 천국 아고라, 2선으로 밀리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아고라 게시판을 활용한 좌파성향 네티즌들의 유언비어 살포 등 각종 여론몰이도 그 위력이 감소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아고라를 온라인상에서의 ‘거점’으로 삼고 있는 좌파진영에 우울한 소식”이라고 노골적으로 ‘좌파진영=아고라’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다음이 첫 화면에서 아고라 노출 제외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아고라 사용자들은 대체로 노출 제외에 반대하고 있는데, 이러한 검토 이유가 외부압력에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견은 ‘그렇게 된다면 떠나겠다’와 ‘다음도 어쩔 수 없었을 것’으로 갈리고 있다.

다음 첫 화면 개편을 기획하고 결정해야 할 담당자들은 자신의 업무가 정치적 논란에 놓여있음을 인식하고 대처해야 하는 ‘업무’ 한 가지가 더 늘었다.

김태호 다음커뮤니케이션 마케팅본부장은 “아고라를 초기화면에서 삭제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뉴스박스에서 삭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긴 하지만, 이것도 확정된 것이 아니다”며 “뉴스박스에서 아고라를 삭제하는 것과 초기화면에서 아고라를 삭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밝혔다(머니투데이 보도).

어쨌든 다음은 첫 화면 개편과 관련해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보고 있는 건 사실이다. ‘아마추어’가 아니라면 이러한 효과가 어디서 기인했는지 잘 파악해야 할 것이다. 네이버는 첫 화면 개편 당시 1등 회사라는 프리미엄으로 많은 매체로부터 관심을 받긴 했지만, 개편 후 TV 광고를 비롯해 적잖은 홍보 비용을 지출하기도 했다.

기자가 아닌 일반인/전문인들이 주축이 된 ‘블로그뉴스’를 비중 있게 첫 화면에 배치하고 이용자 생산 콘텐츠를 중심에 놓겠다는 다음의 개편 전략에 기대를 가져 본다. 단, 사용자들과 오피니언 리더들의 다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의 이유에 천착하지 않는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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