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박철· 옥소리 부부가 이혼 소송을 벌이는 과정에서 ‘진흙탕 이혼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조선일보가 오늘자(30일) 14면에서 이를 준엄하게 꾸짖었다. 부제가 특히 관심을 모은다.

<잠자리 횟수까지 언급…소송전에 미디어 이용하는 듯>

자매지는 ‘사고 치고’ 본지는 준엄하게 꾸짖고

▲ 조선일보 10월30일자 14면.
잠자리 횟수는 옥소리씨가 기자화견을 통해 언급했지만 이걸 ‘의제화’해서 세상에 알린 건 언론이다. 특히 지난 29일자 스포츠조선은 1면에서 <박철과 결혼생활 11년 “딱 10번 했다”>는 제목을 뽑았다. ‘자매지’(스포츠조선)가 사고를 치고, ‘본지’(조선일보)가 다음날 이를 꾸짖는 모양새다. 별로 좋아보이진 않는다.

각설하고. 조선의 주장대로 이들이 미디어까지 동원해 ‘이혼 난타전’을 벌이는 이유가 뭘까. 조선일보. 기사에서 나름 설득력 있는 분석을 제시했다. “앞으로 법정 등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미디어를 이용한 폭로전을 벌이고 있다.” 일부 네티즌의 의견도 덧붙였다. “두 사람이 이혼을 하든 뭘 하든 관심 없으니, 더 이상 기자회견을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촌철살인이다. 그러니까 조선일보식 논법대로라면 스포츠조선은 옥소리·박철씨의 미디어 폭로전에 철저하게 이용당하고 있는 셈이다. 근데 솔직히 동의하기 어렵다. 상생의 관계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한 거 아닌가. ‘그들’은 미디어를 소송에 이용하고, 미디어는 그들의 이혼을 클릭수 상승과 판매부수에 이용하고. 언론 쏙 빼고 연예인에게 책임 떠넘길 문제는 아니다.

▲ 10월29일 오전 스포츠조선 사이트 화면캡쳐
오히려 이 네티즌의 의견에 귀기울여야 할 곳은 옥소리·박철씨가 아니라 언론사다. 연예인 커플들 이혼하는 게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고, ‘걔네들’ 이혼하는 거 ‘걔네들 사생활’ 아닌가. 그걸 떠들썩하게 일거수 일투족까지 중계하는 건 언론이다. ‘그들’의 연예인 경력이 몇 년이던가. 언론바닥 생리 - 누구보다 잘 아는 ‘그들’이다. 언론이 관심 끄면 자신들이 이혼하는 걸 가지고 기자회견 따위 개최할 생각, 감히 못한다.

‘성난’ 사르코지처럼 ‘성을 낼 줄 아는’ 연예인 없나

▲ 동아일보 10월30일자 28면.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28일 방영된 미국 CBS 프로그램 <60분>과의 대담에서 사생활에 대한 질문을 받고 발끈하며 인터뷰를 중단했다고 한다. 당시 상황의 맥락이라는게 있을 것이고 그 질문이 차지하는 비율이 미미할 수도 있다. 그리고 사르코지가 일국의 대통령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행동에 지지를 보낼 마음도 없다. 좀더 유연하게 행동하는 것이 그가 가진 위치를 감안했을 때 ‘옳은’ 처사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실리아에 대해 얘기할 게 있다고 해도 분명 이 자리는 아니다”라고 말한 뒤 자리를 ‘박차고’ 나간 그의 ‘싸가지 없는’ 행동을 비난할 수만은 없다. 이혼을 하든 바람을 피든 부부싸움을 하든 그건 ‘그들의 사생활’인 것이다. 상대가 언론이라고 해도 거기에 대해서 답할 의무는 없다.

연예인 박철· 옥소리 부부가 이혼 소송을 벌이는 과정에서 ‘진흙탕 이혼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할 권리가 언론에게 없다고 여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툼을 하든 말든, 기자회견을 하든 말든, 개인의 사생활로 치부하고 언론이 관심 끄면 그만이다.

어제까지 자매지가 한 짓(?)을 뻔히 알고 있는 조선이 오늘자(30일)에서 정색을 하고 꾸짖을 대상은 그 자매지이지 연예인들이 아니다. 연예인들에게 충고가 하고 싶다면 ‘연예인의 사생활을 중계보도 하고 있는 언론에 당당히 맞서라’고 하는 게 훨씬 그들을 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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