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언론특보 출신인 차용규 전 울산방송 사장이 OBS 차기 사장으로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언론계 안팎에서 반발이 거세다.

지난달 주철환 사장이 사의를 표명한 뒤 사장 후보 공모를 진행해온 OBS는 12일 오후 3시 주총에서 신임 사장을 임명할 예정이다. 이번 공모에는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언론특보였던 차용규씨를 포함해 총 6명이 지원했으며 이중 차씨가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OBS노조는 강력히 반발하며 지난 10일부터 ‘낙하산 사장 반대’ 철야 농성에 돌입했으며, 12일 주총장 앞에서 손팻말 시위를 할 계획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OBS희망조합지부, 미디어행동, 경인지역 새방송 창사준비위원회는 11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민영방송 장악 저지, OBS 특보사장 내정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 11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OBS희망조합지부, 미디어행동, 경인지역 새방송 창사준비위원회가 ‘민영방송 장악 저지, OBS 특보사장 내정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곽상아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벌건 대낮에 이명박 정권은 YTN에 이어 이제는 지역 민영방송사 사장까지 넘보고 있다”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MB 방송특보’가 민영방송사를 장악하는 것을 막아낼 것이다. 만일 차용규씨가 사장으로 선임된다면 이명박 정부는 물론, 차씨 또한 앞으로의 모든 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OBS는 수많은 경인지역 시민단체들과 희망조합이 결합하여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토대로 한 방송사를 만들기 위해 3년 넘게 길거리에서 풍찬노숙을 하며 탄생시킨 방송사”라며 “언론의 자유와 방송의 생명인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온몸으로 (낙하산 사장)을 거부할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김인중 언론노조 OBS희망조합 지부장은 “6명의 사장 공모자들 중 (노조는) 특보출신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회사에 물었지만 없다고 말하더니 결국 특보출신인 차용규씨가 후보에 공모한 사실이 드러났다. 내일 이사회에서 차씨가 사장으로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는 참담한 심정으로 다시 차가운 길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기자회견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차씨는 방송사뿐만 아니라 기업의 수장으로서도 자격이 없다. 거액의 횡령을 막지 못해 울산방송을 어려운 지경에 빠뜨린 장본인”이라며 “OBS노조가 가열찬 투쟁을 시작한다면 언론노조도 여러분들과 기꺼이 싸움에 나서겠다. OBS, YTN 등 낙하산 사장을 반대하는 방송사 투쟁을 묶어서 정권에 대한 새로운 싸움을 시작하는 계기로 만들겠다. 우리는 싸워서 이기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언련 박석운 공동대표는 “OBS가 나름의 경영수익을 갖추기 위해서는 역외재송신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줘야 하는데 방통위가 도리어 이를 방해하는 등 OBS를 이명박 정권에 헌납하는 것을 구조적, 제도적으로 강요해왔다”며 “제반사정을 살펴본 결과 이번 사건은 ‘낙하산 사장 투하’라는 단순 사실만이 아니라 OBS를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시키려는 음모의 결정판”이라고 비판했다.

이은주 경인지역 새방송 창사준비위원회 인천집행위원장은 “정부가 ‘공익적 민영방송’을 위해 싸워왔던 내부 노력을 무시하며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려 하고 있는데 지역시민사회단체는 이 상황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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