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에서 하는 일 중에 가장 역동적인 일은 도끼질입니다. 토막토막 알맞게 잘린 나무를 세워놓고 도끼로 내려쳐 쪼개는 도끼질은 정적이면서 가장 동적인 일입니다.

내려칠 곳에 정확히 내려쳐야 하기에 마음을 집중해야 하는 정적인 운동이고 도끼를 올려서 긴원을 그리며 내려쳐야 하기에 동적인 운동입니다.

처음 도끼질을 할 땐 마음먹은 곳에 도끼를 내려치질 못합니다. 도끼질이 익숙해졌다 해도 마음을 집중하지 않으면 도끼가 다른 곳에 내려쳐집니다. 믿는 도끼 발등 찍는다는 말이 있듯이 수 년 동안 도끼질로 익숙한 사람도 마음을 집중하지 않으면 발등을 찍는 수가 있습니다.

도끼질이 이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도끼질은 호흡을 가다듬고 마음을 집중하게 만듭니다. 마음 둔 곳에 도끼를 내려쳐 나무가 한 번에 쪼개질 때 도끼질은 역동적이고 짜릿함이 있는 운동입니다.

한 번에 쪼개지지 않을 땐 나무와 도끼가 부딪힌 충격이 도끼자루를 타고 몸으로 전달돼 한 번에 쪼개질 때보다 몇 배 힘이 듭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도끼질도 힘만 가지고 하는 운동이 아닙니다. 어깨 힘을 빼고 도끼를 수직으로 올렸다가 수직으로 내리면서 나무에 닿는 순간에 힘을 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힘도 어느 때 주어야 하는지 몸이 깨달아야 하고, 나무도 종류에 따라 마른 정도에 따라 옹이가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쪼개지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나무에 대한 이해도 필요합니다.

나무마다 특징이 있지만 도끼질하기 가장 힘든 나무는 옹이 많은 나무입니다. 줄기에서 가지가 뻗어가면서 억세게 뭉친 곳을 옹이라 하는데 이곳은 나뭇결이 반듯하지 않고 서로 뭉쳐있어 도끼질 한 번으로 쪼개지지 않습니다.

우리 몸으로 치면 부러진 뼈가 붙으면서 뭉쳐있거나 상처 난 곳을 살이 뭉쳐서 막는 것과 같습니다. 집을 지으면서도 옹이 있는 곳엔 못이 꺾이기 때문에 못질도 피해갑니다.

도끼질도 옹이 있는 곳은 피해야 합니다. 도끼로 내려칠수록 반발이 거세고 힘만 많이 듭니다. 옹이를 비껴서 옹이째로 쪼개야 합니다. 옹이 있는 나무를 도끼질 하다보면 사람 상처나 아픔도 쪼개려 하지 말고 마음 깊이 보듬어야함을 느낍니다.

옹이째로 쪼개진 장작이 아궁이에서 불힘 세듯 마음 깊이 보듬은 상처가 삶에서 큰 원동력이 되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도끼질 하다보면 쪼개야 하는 것은 남의 상처나 약점이 아니라 내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내 것을 끊임없이 쌓고 지키려는 이기심과 욕심’임을 깨닫습니다.

나무토막은 한 번 도끼질로 쪼갤 수 있지만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은 이기심과 욕심은 도끼질 한 번으로 쪼갤 수 없으니 오늘에 이어 내일도 도끼질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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