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지상파 3사의 편성표, 가장 긴 시간을 차지한 건 다름 아닌 ‘야구’입니다. 2시에 시작한 야구, 광주에서 펼쳐지는 롯데-KIA의 경기는 MBC, 라이벌 맞대결로 관심을 모으는 잠실은 SBS, 새 야구장의 개막전을 중계한 KBS가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의 삼성-넥센을 책임졌는데요.

야구는 어린이날 TV의 단골 메뉴입니다. 5개 구장 시대가 열린 지난해부터는 매년 지상파 모두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내부 사정이야 방송사의 저마다 이유가 있겠지만, 야구중계는 어린이날과 어울립니다.

이린이 날인 5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에 앞서 어린이들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출범의 캐치프레이즈가 "어린이에게 꿈을"이었던 프로야구! 그 시대의 정신은 아직도 야구와 가까이 있습니다. 어린이날을 준비하며 각 구단들도 그런 노력을 쏟았는데요. 그라운드에선 여러 이벤트들이 함께해 어린이날의 분위기를 한껏 더했습니다. 야구와 어린이날의 접점이 분명하게 느껴지는 하루가 되었죠.

정말 야구와 어울리는 여러 어린이날 행사들. 또 종목이 주는 특성 탓에 더욱 어린이날이 풍성합니다만, TV 속 보이는 스타들의 모습이 과연 정말 어린이들에게 당당하고 의미 있게 다가왔을까요?

경기장에서 어린 팬들에게 따뜻한 선수들도 있습니다만, 몇몇 팬들에게 차가운 선수들의 모습들. 스포츠 면이 아닌 다른 사건, 사고로 인해 뉴스를 통해 보이는 스타들의 모습과, 그 상황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는 부족한 가운데 돌아온 선수들을 야구로 본다는 것!

과연 어린이날 이들을 TV에서 보는 것이 과연 어린이들을 위한 것일지에 대해, 또 과연 야구장으로 나들이를 나서는 것이 과연 적합한지를 한번쯤은 고민하게 됩니다.

어린이날의 TV 속 야구. 휴일의 위로가 되는 건 분명하지만 과연 어린이와 어울리는지, 야구가 스스로를 반성하고 뒤돌아봐야 할 이유입니다.

높은 연봉과 화려한 시설들 사이 과연 처음 시작의 정신과 순수가 있는지, 프로야구의 드높은 인기 사이 우리가 한번쯤 생각할 부분도 있다고 여겨진 어린이날. 지상파까지 중계되는 종목으로서의 사명감과 선수들의 마음가짐을 한번 더 묻고 싶습니다. 인기종목으로서의 ‘자격’을 말이죠.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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