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는 야권 인사들을 상습적으로 폄훼해 왔다는 지적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논란 끝에 진행자 장성민 씨는 하차했지만 방통심의위는 지난해 방송분에 대한 심의를 진행 중이다. 아직도 그 정도 밖에 진행이 안 될 정도로 문제가 많았다는 거다. 그러나 TV조선 관계자들은 “장성민 씨가 야당을 걱정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스탈린의 외동딸이 부친의 과오를 반성한 것과 박근혜 대통령의 진실성 없는 사과를 비교한 것에 대해서는 “스탈린 딸과 박근혜 대통령은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는 논지의 주장을 펴기도 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 방송심의소위(위원장 김성묵)는 4일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관련 3건의 심의를 진행했다. 안건의 구체적 내용은 △박원순 시장이 진보단체에 무차별 지원금 살포했다는 의혹, △문재인 의원이 대담 중 박근혜 대통령을 스탈린 딸에 비유한 데 대한 ‘폄훼’(박근혜 대통령 모독으로 해석), △세월호 참사 야당에 유리할 게 없다는 발언(세월호 참사는 참여정부 책임이라는 주장) 등 내용의 방송을 내보냈다. 이번에도 야권 인사들에 대한 폄훼가 문제가 된 것이다.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서울시 진보단체에 지원금 무차별 살포”…TV조선, “패널들의 오버”

문제가 된 첫 번째 대목은 지난해 10월 27일 이 프로그램이 박원순 서울시장과 관련해 “시민운동가 출신이 서울시를 맡은 다음 진보 쪽 단체에 무차별 지원금이 살포됐다. 헌법적 가치를 위반한 이적단체 관련된 사람들이 내가 낸 세금을 거둬가 썼다, 이것 한 건 뿐이겠느냐”라는 발언이 방송된 것이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4조 ‘객관성’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의견진술차 출석한 TV조선 손형기 전문위원은 이 내용에 대해 “코리아연대와 관련한 비판”이라고 설명했다. TV조선 손형기 전문위원은 ‘서울시에서 앞서 해명을 했지만 방송에서 거론되지 않았다’는 장낙인 상임위원의 지적에 “동아일보도 사설로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의 주장을 받아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진보단체에 보조금이 과하게 지원되고 있다’고 전했다”며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를 맡고 나서 애국단체에는 지원을 안 했다는 것이다. 보수적 시각을 가진 많은 분들이 박원순 시장이 진보단체에 국민의 혈세를 주는 건 문제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고 해명했다.

‘무차별 살포’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TV조선 손형기 전문위원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다. 코리아연대에 자금이 들어가자 패널들이 약간 오바를 한 게 아닌가 싶다”고 두둔했다.

“박근혜 대통령 스탈린 딸에 비유한 건 국민모독”…TV조선, “어떻게 비교할 수 있느냐”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11월 20일분 방송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의원의 스탈린 외동딸이 아버지의 과오를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사과한 것을 두고 “박근혜 대통령도 그렇게 한다면 우리 사회를 통합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한 대담을 나눴다. 문재인 대표의 발언에 대해 TV조선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모독으로 해석하며 비난을 쏟아냈다.

해당 방송에서 진행자 장성민 씨는 “박근혜 대통령을 스탈린 딸과 같은 존재로 비유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대한민국은 선진국가인데 스탈린 독재체제로 격하시키고 비하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박정희 기념관에 200억 원이 들어갔다”고 말했다. 또, “(집회·시위에 있어서)차벽도 제일 친 게 노무현 정부다”, “아직도 호남사람들을 핫바지로 보느냐는 시각이 나올 수 있다”는 등의 발언 역시 나왔다.

TV조선 손형기 전문위원은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을 독재자의 딸에 비유한 것은 선거를 통해 당선된 대통령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선거기간 중 박정희 정부 시절 불행한 일에 대해 깊이 사과한 것과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스탈린 딸과 박근혜 대통령을 어떻게 비교할 수 있느냐”고 덧붙이기도 했다. 스탈린과 박정희 전 대통령 모두 '독재자'라는 비판을 받는 입장이지만 TV조선은 그렇다 하더라도 둘을 비교하는 것은 안 된다고 주장한 것이다.

정부여당 추천 함귀용 심의위원은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문재인 의원이 비판을 받으니 열 받았을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 지지한 사람들의 입장 역시 이(문재인 의원 발언) 또한 열 받는 일이다. 입장이 다를 뿐이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탈린이라는 독재자와 박정희 전 대통령 독재자를 같은 선상에 놓은 게 문제가 많다고 생각해 문제제기를 했던 것”이라며 심의를 제기한 민원인을 적극 대변했다.

“세월호참사 총선까지 끌고 가면 야당에 유리할까?”…TV조선, “야당 걱정한 것”

세월호 참사 관련 발언도 문제가 됐다. 이 프로그램의 12월 16일자 방송에 출연한 패널들은 세월호특조위 기간 연장 등을 주제로 대담을 나눴는데 여기서도 장성민 씨는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이걸(세월호참사) 내년 4월 총선까지 끌고 갈 수 있느냐”며 “만일, 본격적으로 세월호 진상 문제를 파고들어 1차적인 문제가 어디 있는지 따진다면 과연 야당에 이득이 되겠느냐. 유병언이 누구 혜택을 받고 어떤 정부의 지시와 도움, 지원을 받고 풀려나 청해진해운을 재건했는지를 파고들어간다면 그 당시 참여정부 비서실장이 누구였는지 어떻게 관련됐는지 등의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머리를 쓰니까 ‘선거에서 패배하는 전문가 정당’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해당 방송에서 TV조선은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에 태극기의 상설 게양을 반대한 것에 대해서도 “박원순 시장의 사상을 의심하게 한다”는 등의 부적절한 발언들을 쏟아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3조(대담․토론프로그램 등) 제1항과 5항 ‘진행자의 중립성’ 등 위반과 제14조(객관성) 위반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TV조선 손형기 전문위원은 이와 관련해 “세월호를 총선까지 가져가면 야당에도 유리할 게 없다는 말”이라며 “야당에 대해 걱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원순 시장의 사상을 문제삼은 대담과 관련해서는 “박원순 시장의 편향발언은 문제다. 그래서 자막으로 시청자들에 주의를 줬다”고 해명했다.

TV조선, “6월 개편해 공정성 확보하겠다”…솜방망이 제재 여전

손형기 전문위원은 “장성민 앵커에 대해 줄곧 문제제기가 있었다”며 “죄송하다. 얼마 전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서도 장성민 씨 진행 때문에 법정제재와 행정지도를 여러 차례 받았다. 이를 참고해 진행자와 패널을 전면 교체해서 새롭게 방송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방통심의위에서 지적받은 패널에 대해서도 출연정지 조치(이종훈 등)를 여러 번 했다. 6월 초 개편 예정인데, 시사와 보도 공정성과 야권 성향 패널들을 재선정 하는 작업 중으로 공정하고 객관적인 방송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이날 방송심의소위는 문재인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을 스탈린 딸에 비유한 것에 대한 장성민 씨의 ‘참여정부 비판’ 발언에 대해서만 법정제재 ‘주의’를 의결했다. 나머지 안건에 대해서는 행정지도 ‘권고’ 결정이 내려졌다. 이 과정에서 함귀용 심의위원은 “장성민 시사탱크에 대한 심의는, 오늘로 다 털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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