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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조직개편, 사장이 프로그램 좌우 가능”새 노조, 이사회 의결 앞두고 조합원 총회 개최
김수정 기자 | 승인 2016.05.04 16:06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이하 새 노조)가 4일 낮 12시, 서울 여의도 KBS 신관 IBC 계단에서 조합원 총회를 열어 사측이 추진 중인 조직개편안을 비판했다. 또, KBS이사회(이사장 이인호)에게는 오늘 이사회에서 의결을 반려할 것을 촉구했다. 새 노조 조합원 총회는 당초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사측에서 접근을 막아 장소가 급히 변경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4일 낮 12시, 서울 여의도 KBS 신관 IBC 계단에서 조합원 총회를 열어 사측이 추진 중인 조직개편안을 비판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언론노조 성재호 KBS본부장은 “이번 조직개편안은 선무당이 사람 잡는 ‘조직개악안’이라고 생각한다. 공영성을 포기했다. 투입 대비 산출을 파악하는 데 매우 용이하게 만들어 놓았다. 가장 큰 문제는 KBS가 본질적으로 가져야 될 임무, 의무, 공영적 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앞으로) 기대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성재호 본부장은 KBS이사회에 보고된 혁신추진단의 조직개편안 설명 자료를 공개했다. KBS는 조직개편을 통해 1) 흥행성-수익성 평가 → 2) 광고 사업 검토 의견 → 3) 콘텐츠 투자담당 의사결정 → 4) 제작비 투자 규모 → 5) 편성 확정 5단계로 제작프로세스를 바꾸려고 하고 있다. 성재호 본부장은 “여기서 공영방송이라는 게 보이는가? 이게 삼성인지 네이버인지 어느 회사의 업무 프로세스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번 조직개편안은) 밀실에서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추진됐다는 것도 문제다. 고대영 사장은 2012년 초까지 KBS 보도본부장으로 있던, 온갖 편파보도의 책임자였다. 그 사이에 이른바 야당 도청 사건도 일어났고 불통, 독선, 아집으로 상징되는 스타일 때문에 양대 노조 조합원으로부터 불신임 받아 물러난 사람이다. 그러다 19대 국회 말에 다시 살아나 사장으로 임명됐다”며 “이런 불통, 독선, 아집의 스타일이 조직개편하면서도 드러났다. 아무리 내용이 좋다 한들 밀실에서 추진되고 조직 구성원들과 한 마디 공식 협의 없이 추진해서 성공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안주식 KBS PD협회장은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사실상 사장이 프로그램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여지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조직개편은 우리가 제작하고 있는 1주일 24시간 모든 프로그램에 제작투자담당을 붙인다는 것이다. PD사회는 그동안 제작구조가 관료적이라고 개선을 요구해 왔는데, (이번 안은) 그런 구조가 더 커진 셈이다. 선진적인 제도처럼 집중과 분산, 정확한 평가가 가능한 제작투자 개념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제작투자를 왜 도입할까. 어제 고대영 사장께서는 ‘KBS가 위기 상황이니 이런 걸(제작투자 개념) 도입해서 수신료에 보답해야 한다고 하는데 전혀 반대”라며 “편성제작회의가 폐지돼 (앞으로는) 제작투자 담당, 방송본부장, 사장 3명이 프로그램을 결정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들을 견제하는 장치가 있느냐. 없다. 심하게 말씀드리면 아주 소수가, 사장 직속으로 프로그램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하는 게 현재 추진되는 조직개편”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새 노조는 3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조직개편으로 편성제작회의가 사라진다고 설명한 바 있다. 성재호 본부장은 “편제회의는 정규 프로그램, 특집 등 기획 프로그램을 할 때 부사장 주재로 편성본부장과 제작 책임자들이 의견을 모아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대부분의 공영적인 프로그램이 여기서 나왔다. (새 조직개편안은) 그런데 이걸 다 없애고 모두를 투자담당그룹 안에서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어떤 기준으로 평가되는 지도 모호하고 기본 제작비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후삼 KBS 기술협회장은 “저희 엔지니어들은 어느 곳에 있는 시청자에게라도 잘 만든 콘텐츠를 전달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무선망 등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그런 역할들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었는데, 사장은 직종 간 칸막이를 없애겠다고 하면서 기술 쪽은 지붕부터 날려 버렸다”며 “계속 돈이 드니까 사업을 정리하자 이런 식으로 너무 근시안적으로만 생각해서 나온 안”이라고 꼬집었다.

이병도 KBS 기자협회장은 탐사보도팀의 축소 및 해체를 우려했다. 그는 “현재 안에 따르면 탐사보도팀은 신설되는 보도기획부 산하 조직으로 옮겨진다. 보도본부 앞날을 끌어가는 전략을 세우고 예산을 만드는 곳에 취재파트를 보내 기형적인 조직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보도기획부장 밑에서 아이템 눈치 보고 목소리 못 낼 상황이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협회는 탐사보도팀을 데이터저널리즘팀과 함께 별도 부서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탐사보도팀이 흐지부지 없어지는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하고 있는데, 그런 시도가 있을 대 조합원 여러분들께서도 똘똘 뭉쳐 막아내 주십사 당부 말씀 드린다”고 전했다.

4월 29일 KBS 임원회의에서 통과된 조직개편 수정안 (표=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KBS는 지난해 11월 고대영 사장이 취임한 후, 혁신추진단 주도로 약 4개월 간 조직개편안을 준비해 왔다. 기존 6본부(편성·보도·TV·기술·시청자·정책기획본부) 4센터(콘텐츠창의·라디오·제작기술·글로벌) 체제에서 1실(전략기획실) 6본부(방송·미래사업·운영·보도·제작·제작기술본부) 2센터(라디오·네트워크) 1사업부(드라마사업부) 체제로 변화되는데, KBS의 공영성 대신 수익 창출에만 주력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편, 4일 오후 4시 KBS 본관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KBS이사회 회의에는 직제규정(조직개편), 인사규정, 개방형 직위 규정에 대한 안건이 의결사항으로 올라와 있다.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이 높고, 여야 이사 간 견해 차이가 존재해 격론이 오갈 가능성도 있으나 여야 7대 4 구조 때문에 표결 처리로 이날 이사회에서 의결될 가능성도 크다. KBS이사회에서 이날 안에 조직개편안을 의결할 경우, KBS는 빠르면 16일부터 새 조직개편안 체제를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김수정 기자  girlspeac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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